2022년 1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
다른 시대와 매체의 작품 속에 담긴 일관된 작가의 고백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매서워지는 추위와 심각해진 코로나로 몸과 마음이 유독 더 추운 듯 하다. 이런 상황에도 각지의 미술관/갤러리는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알렉스 카츠, 네오 라우흐 등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오는 거장들의 전시를 개최하며 관객들에게 선물 같은 연말연시를 선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제갤러리는 2021년의 마지막 전시로 프랑스 태생의 미국 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를 2012년에 이어 10여 년 만에 개최한다.
 

뉴욕 웨스트 20번가의 자택 계단에서 내려오는 루이스 부르주아, 1992년 (사진 = 국제갤러리 제공)
뉴욕 웨스트 20번가의 자택 계단에서 내려오는 루이스 부르주아, 1992년 (사진 = 국제갤러리 제공)

 

지난 2010년 99세를 일기로 타계한 부르주아는 전 생애 동안 예술적 실험과 도전을 거듭해왔으며, 현재 활동하는 미술가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힌다.   

오늘(16일) 국제갤러리에서 루이스 부르주아의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기자간담회가 열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달음에 다녀왔다.

 


 

전시 제목인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는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다. 특히, 부르주아의 후기 작품에서 중요하다고 조명되는 기억, 자연의 순환 및 오감(감각)을 강조하는 문구이다.  

유칼립투스는 부르주아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20년대 후반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던 젊은 시절의 부르주아는 당시 유칼립투스를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로써 유칼립투스는 작가에게 어머니와의 관계와 시간을 상징한다. 특히, 작가의 노년기에 두드러진 모성 중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다. 이와 동시에 부르주아의 삶 곳곳에서 사용된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은유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작품 '유칼립투스의 향기'. 하나의 원판을 (좌)바깥쪽으로 (우) 안쪽으로 두 번 대칭되도록 찍어서 각 작품을 구성했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작품 '유칼립투스의 향기'. 하나의 원판을 (좌)바깥쪽으로 (우) 안쪽으로 두 번 대칭되도록 찍어서 각 작품을 구성했다.

이번 전시는 <유칼립투스의 향기>를 포함한 <내면으로 #4> 판화 시리즈를 주축으로 구성한다. 39점의 대형 판화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는 부르주아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간 작업한 종이 작품군이다. 

<내면으로>시리즈는 세트마다 작품 수와 구성이 다르다. 이번에 선보이는 <내면으로 #4>시리즈 세트도 뉴욕의 MOMA, 런던의 테이트와 다른 구성의 작품으로, 한국에는 최초로 공개됐다. 

 

기자간담회 현장. 많은 기자들이 참석하며 이번 전시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자간담회 현장. 많은 기자들이 참석하며 이번 전시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각가로 명성을 날린 부르주아를 떠올리면 판화작품이 생소할 수 있으나, 판화는 작가의 인생 전반에서 꾸준히 행한 방법이다. 부르주아는 “회화는 현실을 반영하기에 부족하다.”고  조각으로 매체를 바꾼다. 부르주아에게 “판화는 회화에서 조각으로 가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판화에서 신체를 이용해 원판에 새기는 일은 조각 행위와 맥락이 같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주축 작품인 <내면으로 #4>는 ‘에칭’작품이다. ‘에칭’은 동판화의 일종으로 동판에 ‘그라운드’라는 코팅제를 바르고 코팅제를 긁어 없앤 후 산화/부식시키며 생기는 요철에 잉크/물감을 발라 찍어낸다. 

 

전시전경. 판화 작품과 입체 작품의 형태와 제목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서로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다.
전시전경. 판화 작품과 입체 작품의 형태와 제목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서로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조각부터 드로잉, 설치, 바느질 작업까지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업을 선보였다. 부르주아는 일관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조각은 무의식적 형태를 드러낸다”라고 말하며 이는 판화에도 함께 적용됐다.

이런 배경으로 부르주아는 제작된 조각 작품을 훗날 판화로 제작하거나 판화로 제작된 작품을 조각으로 재탄생시키며 상호적으로 매체를 오갔다. 

 


 

전시 설명 중인 윤혜정 이사
전시 설명 중인 윤혜정 이사

 

부르주아는 일명 ‘고백 미술’의 창시자라고 불리며, 특정 미술사조(모더니즘, 초현실주의)의 맥락을 뛰어넘는다. 사적인 이야기로 개인의 삶을 담아 독창적인 정신세계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르주아의 작품세계는 “현대미술은 어렵고 난해하다.”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한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전시에서 부르주아의 후기 작품들을 작가의 다른 시대의 조각 작품들과 함께 전시한다. 이는 다른 시대와 매체의 작품이지만, 작가의 일관된 고민의 작품들을 비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갤러리의 윤혜정 이사는 “12년 만에 열리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전시로, 한국 최초로 공개되는 시리즈 작품인 만큼 많은 관심 바란다.”는 말과 관람객들에게 연말연시 인사를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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