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여홍일(음악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청중과의 소통에 열려있는 연주자

2022년 신년에는 연주자도 관객 청중과의 소통에 더욱 신경을 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요즈음에도 많은 연주자가 예술의 전당의 경우 공연이 끝나면 연주자 출입구로 나와 관객들과 만나고 공연 연주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로 소통하려 애쓰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에 대한 인상은 내게는 청중과의 소통에 신경을 쓰며 열려있는 마음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항상 갖는다.

구랍 29일 송도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이무지치 챔버 ‘비발디 사계’ 전곡 연주회를 마치고도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공연이 끝나자 곧바로 로비로 나와 관객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으며 이날 공연을 함께 한 관객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장면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지난해 7월 17일 토요일 오후 5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KCO 특별 정기연주회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의 연주를 마치고 콘서트홀 로비로 나오니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순식간에 많은 관객에 휩싸여 사진 셀카를 함께 찍고 사인을 해주는 진풍경들이 펼쳐진 장면을 내게는 흡사 연상시켰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2022년 신년 인사를 통해서도 “저도 새해 워너 뮤직에서 음반, 사랑의 바이올린 홍보대사, 삶과 나눔 콘서트 등 의미 있고 귀한 공연들과 아르떼 방송 프로그램 기획과 호스트 등 다양한 소통의 플랫폼을 통해 여러분들과 가까이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해 관객과의 소통에 남달리 신경 쓰고 있는 아티스트의 정형을 보여준다. 

"각자의 운명 교향곡 작곡해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다음 날 12월 30일 목요일 저녁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주축이 된 ‘Curtain Call' 공연은 플루티스트 조성현, 오보이스트 함경, 첼리스트 한재민,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등이 마이크를 붙잡고 무대에서 청중들을 향해 2022년의 나름의 연주 계획 등을 들려주는 등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또 하나의 장이 됐다.

공교롭게도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코로나19 발생과 동시기에 팬들의 사랑과 성원에 힘입어 큰 산맥처럼 느껴지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완주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완주하는 연주회들의 여정에서 한수진을 만나게 되었던 음악애호가 중의 한 사람이다.

특히 가브리엘 포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등 유튜브로도 볼 수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단발성 연주곡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가동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에게도 도전적 프로젝트이자 관객에게는 베토벤의 귓병 악화와 사랑의 파국,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까지 써야 했던 고통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무대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비발디 사계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서 관객에게 화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비발디 사계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서 관객에게 화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절망스럽고 불행했던 운명에 맞서 불굴의 의지로 고통을 환희로 승화시킨 베토벤의 음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각자가 직면하는 어려움과 고통의 크기와 종류와 관계없이 시공을 초월하여 큰 용기와 귀감이 되는 것 같다며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운명 교향곡을 작곡해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수진의 바이올린 연주는 지난해 3월 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디아트원 정기연주회에서 일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바네사 메이 같은 전자음악의 흥을 돋우는 연주 스타일과 달리 정통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인상을 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연주부터 참석하면서 본격 나는 그녀의 연주회를 늘 빠지지 않고 보는 열렬한 팬이 됐다.

지난해 6월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III 공연에선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6번이 가장 인기가 없음에도 다양한 매력을 관객에게 발견케 해줬고 Spring 소나타로 알려진 베토벤 바이올린 5번 소나타에선 봄의 싱그러움을, 크로이처 9번 소나타와 베토벤의 가장 뛰어난 7번 소나타의 연주에선 바이올리니스트의 레퍼토리 중 가장 웅장한 것 중의 하나로서 극적이고 열정과 힘이 느껴지는 열연을 한수진은 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랜만에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참모습 볼 수 있었던 무대

비발디의 사계는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유명한 클래식 작품이자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의 순위에서도 매년 1위에 오르는 연주곡으로 꼽힌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한 달은 조수미&이무지치 순회공연이 서울과 성남, 천안 등 지방 8개 도시를 돌고 있어서 서울이무지치 챔버오케스트라 같은 네임밸류가 높지 않은 연주단체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비발디 사계 전곡 연주회를 아트센터 인천에서 연다고 했을 때 나는 솔직히 관객들의 흡인력이 어떨지 확신을 못 하고 아트센터 인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1층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 수를 보면서 나는 오늘의 관객들이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명성을 보고 온 거라는 생각을 깜짝 놀라며 할 수밖에 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기돈 크레머로부터 “뛰어난 테크닉과 다양하고 놀라운 표현력, 뿌리 깊은 진지함과 진정성 있는 음악이 매우 인상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평을 들으며 10살 때 런던 로열페스티벌홀 데뷔와 12세에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를 한 데 이어 15세에 비에니압스키 콩쿠르 최연소 참가로 2위에 입상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기록돼있다.

이날 연주회의 해설을 맡은 지휘자 겸 작곡가 양태갑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을 “가장 Hot한 바이올리니스트의 한 명”으로 소개했는데 비발디의 사계 연주를 통해 특히 겨울철이다 보니 격렬한 음악적 진행이 특징인 겨울 악장부터 한수진의 연주가 마음에 와닿으며 오랜만에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이날 한수진과 Haendel-Halvorsen/Passacaglia for violin & viola를 앙코르로 연주한 지휘자 최승용은 다수의 비올라 독주회와 비올라를 위한 실내악 연주를 통해 독주 악기로서 비올라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데 앞장서고 있는 지휘 최승용의 새로운 면을 발견케 하는 관객들의 기쁨이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전반부에 비발디 사계 중 봄과 여름을 후반부에 비발디 사계 가을과 겨울을 묶어 연주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비발디 사계가 계절적 변화를 봄, 여름, 가을, 겨울별로 각기 다른 매력의 오묘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점에 비춰 4악장 전체를 한꺼번에 연주하는 방식을 택했더라면 더 연주 감흥이 좋았었을지 알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런 느낌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접한 조수미&이무지치 연주회에서도 이무지치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악장을 각기 분산해서 연주해 진정한 비발디 사계의 맛을 느끼게 하는 연주로는 부족했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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