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의 필요성과 관리의 부재
샹젤리제 거리, 옥스퍼드 스트릿 보행자 친화적 도로 탈바꿈
새 광화문광장, 공원 같은 광장 4월 개장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삼성역·봉은사역 일대는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으니 바로 가로수를 제거하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건물의 저층부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로수 없는 거리가 어색하지만, 오히려 도시경관이 정돈된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대로변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가로수가 심겨 있다. 인도의 폭이 넓으면 넓은 대로, 좁으면 좁은 대로 가로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가로수가 꼭 필수적이진 않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런던의 옥스퍼드 서커스나 피커딜리 서커스와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오히려 가로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로수, 정말 필요한 것일까?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인 옥스포드 스트릿. 거리에는 가로수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Unsplash ©John Cameron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인 옥스포드 스트릿. 거리에는 가로수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Unsplash ©John Cameron

 

가로수에 대한 집착일까?

우리나라 가로수의 시작은 1970~1980년대부터 시작된 도심 녹화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88올림픽을 기점으로 녹화사업은 더욱 가속화되고, 90년대에는 서울시의 ‘공원녹지 확충 5개년계획’, ‘생명의 나무 천만 그루 심기’ 등 나무 심기 운동이 펼쳐졌다. 그 결과 산림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로 위에는 2019년까지 약 825만 본의 가로수가 심어졌다.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지 타임스퀘어. 가로수에 방해받지 않아 거리의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사진=Unsplash ©Vidar Nordli-Mathisen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지 타임스퀘어. 가로수에 방해받지 않아 거리의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사진=Unsplash ©Vidar Nordli-Mathisen

도심 녹화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나무 심기에 집중되었다면, 지금은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녹화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된다.

서울시는 건물의 옥상을 정원으로 활용하는 옥상녹화 사업을 지난 2002년부터 시행 중이고, 광주 서구는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도시 녹화사업으로 생활 정원, 미세먼지 차단 숲, 미래 숲 등 다양한 녹색공간을 계획하며, 경기도는 공공건물, 학교, 도서관 등 곳곳에 벽면 녹화인 ‘그린커튼’을 조성했다. 

 

심한 가지치기는 매해 봄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사진=Pixabay  ©nightowl
심한 가지치기는 매해 봄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사진=Pixabay ©nightowl

하지만 가로수와 녹색공간은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가로수는 매해 유지·관리 미흡으로 시민들의 민원과 불편함이 끊이지 않는다.

전선 경합과 간판 가림, 표지판 가림, 일조권에 대한 민원을 시작으로 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도로 위의 열매 악취와 병충해로 불편이 잇따른다. 또, 가로수 뿌리로 인해 인도가 갈라지거나 좁은 인도에 가로수가 심어져 보행에 불편함을 주며, 겨울과 봄 사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는 가로수의 과도한 가지치기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로수

가로수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사회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가로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가로수로 얻을 수 있는 이점들 때문이다.

가로수의 가장 큰 이점은 환경 개선이다. 가로수는 여름철 직사광선 차단하고, 겨울철 기온 저하 완화하며, 특히 도심 열섬 현상과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가로수를 심으면 기온이 가로수가 없는 곳 보다 약 3~7도가 낮고, 습도는 9~23% 낮아 여름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도시숲의 열섬현상 완화기능/사진=산림청 홈페이지
도시숲의 열섬현상 완화기능/사진=산림청 홈페이지

또한 가로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같은 물질을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기오염 정화에 큰 도움을 주며, 방음벽 역할을 해 소음 저감 효과가 있다.

바람이 많은 해안가에 심어진 가로수는 바람을 막고 해일 피해를 줄여주는 울타리 역할을 하며, 수풀이 우거진 경우 나무가 머금고 있는 수분으로 인해 화재 가능성을 줄여주기도 한다. 

 

도시숲의 대기정화기능 및 소음차단/사진=산림청 홈페이지
도시숲의 대기정화기능 및 소음차단/사진=산림청 홈페이지

이 외에도 가로수는 무더운 여름날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해주며, 사람들의 감정과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가로수를 탄소 흡수율이 높은 수종으로 바꿔 심어 도시 온도를 낮추는 등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고려되면서 가로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로수와 도심 속 정원

가로수가 가진 장점과 역할은 이제 도심 속 정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샹젤리제 거리의 교통과 환경오염, 관광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파리의 상징인 샹젤리제 거리를 현재 8차선 도로를 절반으로 줄이고, 녹지를 확보하여 보행자 친화적인 공공 공간을 마련한다. 

 

계획중인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모습.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는 프랑스 건축회사인 PCA-Stream에서 맡았다./사진=PCA-Stream 홈페이지
계획중인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모습.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는 프랑스 건축회사인 PCA-Stream에서 맡았다./사진=PCA-Stream 홈페이지

영국도 지난여름 런던의 옥스퍼드 거리를 보행자 친화적인 도로를 만드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샹젤리제 거리와는 달리 자동차가 없는 보행자 전용 도로로 녹지를 만들어 대기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보행자전용도로 계획중인 옥스포드스트릿/사진=웨스트민스터 시티 카운실(Westminster City Council)
보행자전용도로 계획중인 옥스포드스트릿/사진=웨스트민스터 시티 카운실(Westminster City Council)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춘 듯 우리나라도 새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새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통해 왕복 12차 도로는 7차선으로 절반가량 줄어들며, 그만큼 보행자 도로가 조성되어 녹지와 쉼터가 함께 있는 공원 같은 광장이 다가오는 4월 개장할 예정이다.

또, 삼성역 사거리~코엑스 사거리 약 600m 구간에도 대규모 녹지광장이 생길 전망이다.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지상에 녹지가 생기는 대신 기존의 도로는 지하화된다.

 

2022년 4월 개장을 앞둔 광화문광장 예상 조감도/사진=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 홈페이지
2022년 4월 개장을 앞둔 광화문광장 예상 조감도/사진=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 홈페이지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로 인해 도심의 가로수를 비롯한 녹지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고도로 발달한 도시일수록 녹지가 필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녹지의 조성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로수 유지·관리부터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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