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Hundertwasserhaus)
세상에 둘도 없는 집, 큐브하우스(Cube Houses)와 마켓홀(Market Hall)
세계가 주목한 독특한 모양의 집, 해우재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현대인들에게 아파트는 너무나 친숙하고 편한 공간이다. 하지만 언젠가 한 매체에서 윗집과 아랫집의 구조가 모두 똑같아 개성 없는 아파트를 비판하는 삽화를 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같은 아파트라 하더라도 거주자의 필요에 따라 다른 분위기의 집들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밖에서 바라보는 아파트는 여전히 특색 없이 지어진 박스 형태의 나열일 뿐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정말 개성이 철철 흐르는 집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편집자 주>


화가가 집을 짓는다면?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여느 유럽 거리와 마찬가지로 무채색 건물들이 나열된 거리에 갑자기 만화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알록달록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훈데바르트바서 하우스(Hundertwasserhaus)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사진=Pixabay  ©Suissgirl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사진=Pixabay ©Suissgirl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오스트리아의 조각가이자 화가, 환경예술가였던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의 작품으로 1985년에 지어진 사회주택 건물이다.

훈데르트바서는 현대사회의 획일화되고 경직된 건축을 지양하고 유기체적인 형상, 강렬한 색채, 나선형의 형태를 선호했는데 이런 기준이 훈데르트바서만의 독특한 건축을 탄생시켰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벽면. 제각기 다른 창문의 크기와 투박하다고 느껴지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오히려 현실이 아닌 만화 속 집이 지어진 것 같다/사진=Pixabay  ©cocoparisienne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벽면. 제각기 다른 창문의 크기와 투박하다고 느껴지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오히려 현실이 아닌 만화 속 집이 지어진 것 같다/사진=Pixabay ©cocoparisienne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건물의 벽을 서로 다른 색깔과 질감으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창문 하나하나 제각기 다른 개성을 나타냈으며,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도 각기 다른 타일들의 조합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건물 내외로 반듯한 직선 하나 없이 곡선과 불규칙성만으로 이루어진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화가의 회화가 3차원에 적용된 것이다. 

 

기둥 하나하나 제각기 다른 재료를 사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사진=Pixabay  ©aleksandra856foto
기둥 하나하나 제각기 다른 재료를 사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사진=Pixabay ©aleksandra856foto

250종류의 나무, 관목, 초목을 심어 조경에서도 다양성을 보여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획일화된 건축에 재미있는 경험과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꼭 한번 가봐야 하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집, 큐브하우스와 마켓홀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건축의 도시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는데 로테르담은 옛것을 복구하기보다는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주어 독특하고 도전적인 건물로 도시를 채워나갔다.

이제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처럼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매년 160만 명의 관광객들이 로테르담을 찾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명소로 손꼽히는 큐브하우스(Cube Houses)/사진=Pixabay  ©robvandervloed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명소로 손꼽히는 큐브하우스(Cube Houses)/사진=Pixabay ©robvandervloed

이 중 특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물이 있으니 바로 큐브하우스(Cube Houses)와 마켓홀(Market Hall)이다. 1977년에 완공된 큐브하우스는 건축가 피트 블롬(Piet Blom)의 설계로 “도시 지붕처럼 생활”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지어졌다.

큐브하우스는 보행자용 다리 위에 지어진 주택으로 집이 54도 기울어져 내부 공간도 같이 기울어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큐브 하우스 내부 주방의 모습. 기울어진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모두 수평이 맞춰져있기에 생활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기울어진 벽면을 경험할 수 있다.
큐브 하우스 내부 주방의 모습. 기울어진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모두 수평이 맞춰져있기에 생활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기울어진 벽면을 경험할 수 있다.

아쉽게도 내부는 모두 수평으로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가파른 경사와 독특한 내부 배치로 인해 보통의 집들과는 달랐지만, 기울어진 집 덕분에 이색적인 내부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큐브하우스는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쇼룸과 에어비앤비 숙소로 사용되어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있다.

 

마켓홀 안의 모습. 시장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있지만,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건물 덕분에 답답함을 느낄 수 없다./사진=Pixabay  ©KPG_2016
마켓홀 안의 모습. 시장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있지만,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건물 덕분에 답답함을 느낄 수 없다./사진=Pixabay ©KPG_2016

큐브하우스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마켓홀(Market Hall)은 현지인, 관광객 모두 즐겨 찾는 대형 복합공간으로 레스토랑, 시장, 대형 슈퍼마켓, 그리고 아파트로 이뤄졌다.

지하 1층에는 슈퍼마켓, 지상 1~2층에는 전통 시장, 그리고 2층에는 식당 및 카페가 있어 전통과 현대의 공존으로 마켓홀은 재래시장의 모범사례이자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마켓홀의 가장 유명한 모습은 정면의 말발굽 모양의 모습이지만, 건물의 측면을 보면 발코니가 있는 주거시설임을 알 수 있다./사진=Pixabay  ©BellaLicht1973
마켓홀의 가장 유명한 모습은 정면의 말발굽 모양의 모습이지만, 건물의 측면을 보면 발코니가 있는 주거시설임을 알 수 있다./사진=Pixabay ©BellaLicht1973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굽은 말발굽을 닮은 형태의 건물의 벽면을 따라 아파트도 같이 있다.

특히 건물 내부에서 바라보면 벽면에 있는 네모난 개구부들은 모두 아파트의 창문들로, 집 안에서 창문을 통해 시장을 내려다볼 수 있다. 재래시장과 아파트를 결합한 형태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통 시장 재생모델로 언급되는 마켓홀은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집의 유형을 보여줬다.

 

이런 집이 우리나라에? 변기 모양을 한 해우재

해외 여러 사이트에서 독특한 집으로 여러 차례 소개된 집이 있다. 바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수원 화장실 문화전시관인 해우재이다. 해우재는 변기 모양의 주택으로 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살았던 집이었다.

 

수원에 있는 해우재(화장실문화 전시관)/사진=해우재 공식홈페이지
수원에 있는 해우재(화장실문화 전시관)/사진=해우재 공식홈페이지

집을 변기 모양으로 짓게 된 배경은 1996년 우리나라의 2002 한일 월드컵 유치가 확정돼 공중화장실을 정비하면서 화장실 문제에 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은 화장실 위생 및 사용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화장실 문화운동’을 주도하고, ‘한국화장실협회’ 및 ‘세계화장실협회’를 조직하는 등 화장실 문화운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다.

이런 관심은 그의 주택마저 변기 모양 디자인으로 이어져 화장실에 대한 인식을 고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007년에 준공된 해우재는 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기증으로 2009년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관과 시민공원으로 지난 2010년에 개관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해우재는 독특한 외관으로 외국에서도 많이 알려졌지만, 화장실 문화 개선에 앞장섰던 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지난 행적들이 알려지면서 단지 외관에만 관심이 치우치지 않고 해우재에 담긴 의미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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