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상고, 대전고, 포철고, 성남고 32강 '점프'

▲ 우승 후보 서울고를 격침시킨 대전고 에이스 신현수.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5월 3일부터 목동 야구장에서는 '제71회 황금사자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대회 겸 2017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 스포츠동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황금사자기)' 대회가 열렸다. 시즌 왕중왕을 가리는 첫 번째 대회 개막전에서 군산상고, 대전고, 포철고, 성남고가 각각 승리하며, 32강이 겨루는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특히, 첫 날부터 우승 후보 서울고가 탈락하는 등 '압도적인 에이스'를 보유한 팀이 모두 패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제1경기 : 전북 군산상업고등학교 6-2 부산고등학교

호남의 맹주 군산상고와 부산의 강호 부산고. 비슷한 전력을 갖춘 두 학교의 개막전 맞대결에서 투-타의 짜임새를 앞세운 군산상고가 6-2로 승리했다. 군산상고는 1회 초 공격서 톱타자 고동현의 좌전 안타에 이은 3번 고명성의 중전 적시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냈다. 이어진 3회 초 공격에서는 무사 만루서 4번 장대성의 2타점 우전 적시타, 4회 초 공격에서는 또 다시 3번 고명성이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면서 점수 차이를 벌렸다. 7회 초 공격에서는 1사 1, 3루 찬스서 주장 윤민석이 2타점 3루타를 기록하며, 쐐기점을 냈다. 반면 부산고는 조장우, 김태경의 적시타로 두 점을 만회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찬스 상황서 병살타를 3개나 기록한 점이 치명타였다.

마운드에서는 군산상고 좌완 권민수가 선발로 등판, 5와 2/3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개막전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탈삼진은 없었지만, 맞춰 잡는 투구로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부산고 에이스 이원빈은 0-1 상황서 등판하여 최고 144km의 빠른 볼을 던졌지만, 제구력에 아쉬움을 드러내 보이며 위기를 막아내지 못했다. 경기 직후 군산상고 석수철 감독은 "우리는 특별한 선수가 없다. 결국 경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 노력의 결과가 오늘 승리로 이어졌다."라며, 개막전 승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제2경기 : 대전고등학교 4-3 서울고등학교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당초 우승 후보로도 손꼽히던 서울고가 대전고에 덜미를 잡히며,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선취점부터 대전고의 몫이었다. 대전고는 3회 초 2사 만루 찬스서 이윤오의 2타점 적시타로 두 점을 선취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서울고 역시 4회 말 반격서 1사 만루 찬스를 맞아 장민석과 최현준이 연속 적시타를 기록하며, 경기를 3-2로 뒤집었다. 서울고 에이스 최현일의 상태를 고려해 보았을 때 이 점수가 그대로 결승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전고는 곧바로 이어진 5회 초 반격서 류규환의 안타와 한구연의 적시 1타점 3루타로 다시 승부에 균형을 이룬 뒤, 이윤오가 또 다시 희생 플라이 타점을 올리며,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이후 양 팀은 몇 차례 공격 찬스를 잡았으나,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대전고 선발로 나선 에이스 신현수는 7과 2/3이닝 9피안타 3실점, 5탈삼진 호투를 선보이며, 모교에 황금사자기 32강행 티켓을 선물했다. 그러나 서울고 역시 기대를 모았던 투-타 만능꾼 강백호가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분전했으나 찬스 때마다 번번이 상대 호수비에 막히며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경기 직후 대전고 김의수 감독은 "(신)현수의 호투와 수비진 덕에 서울고를 잡을 수 있었다."라며, 우승 후보를 격침시킨 데에 따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제3경기 : 경북 포항제철고등학교 10-8 서울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서로 엇비슷한 전력을 지닌 양 팀의 대결에서 난타전 끝에 포철고가 선린인고에 10-8로 진땀승을 거두며 32강에 올랐다. 포철고는 2회 초 공격서 밀어내기 볼 넷과 1번 조일현의 우전 적시타로 두 점을 선취한 데 이어 2번 김동규의 땅볼 때 3루 주자마저 홈을 밟으며 대거 3득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3회 초 공격에서도 8번 조명근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나는 등 초반에 선린인고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선린인고 역시 3회 말 공격서 상대 실책과 3번 김도환의 좌전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하며, 역전을 코앞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의 추는 8회 초에 사실상 기울어졌다. 포철고는 상대 에러에 편승하여 비자책점으로만 4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철았다. 선린인고 역시 9회 말 마지막 공격서 10-7까지 추격했으나, 2사 만루서 6번 최일현의 적시타 때 2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 한 점만을 추가한 채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마운드에서는 포철고 에이스 최경태가 5이닝 7피안타 2사사구 1자책(4실점)하며, 투수로 전국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 직후 포철고 김영직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다 잘 했다. 볼이 조금 좋지 않아 보인 (최)경태를 과감하게 6회부터 뺀 것도 주효했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제4경기 : 서울 성남고등학교 4–0 부산 부경고등학교

한 수 위 전력을 선보인 성남고가 부경고에 영봉승하며,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성남고는 1회 말 공격서 3번 오승현과 4번 전경원의 연속 적시타로 두 점을 선취한 데 이어 계속된 찬스에서 3루 주자로 나간 전경원이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홈 플레이트를 밟으며 점수 차이를 벌렸다. 이후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잡지 못했던 양 팀이었지만, 성남고가 6회 말 공격서 4번 전경원 타석 때 상대 밀어내기 볼 넷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성남고 4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한 전경원은 팀이 낸 4점 중에서 무려 3점(2타점, 1득점)에 기여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마운드에서는 성남고 2학년 에이스 손동현이 7과 2/3이닝 3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전국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기대를 모았던 에이스 하준영은 마지막 아웃카운트 네 개를 깔끔하게 막아내며, 몸을 풀었다.

※ 황금사자기 주요 히어로(MVP)

▲ 군산상고 1회전 통과를 이끈 군산상고 고동현-권민수(사진 좌측부터) 듀오. 사진ⓒ김현희 기자

군산상고 투수 권민수-외야수 고동현 듀오 : 사실상 개막전 경기를 지배했다. 선발로 나선 좌완 권민수는 5와 2/3이닝 1실점을 기록하면서 개막전 승리 투수로 기록됐다. "삼진 욕심 내지 않고, 맞춰 잡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는 권민수는 6회 교체되자마자 우익수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끝까지 경기에 임했다. 롤 모델로는 류현진과 켄 그리피 주니어를 손꼽고 있다. 외야수 고동현은 경기 초반을 지배한 주인공. 중견수 뒤로 빠질 법한 타구 두 개를 잡아내면서, 분위기를 군산상고 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첫 타석에서도 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리드를 안기는 첫 득점도 만들어냈다. '투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정근우가 그의 롤 모델이다.

대전고 투수 신현수 : '대어' 서울고를 낚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강호 서울고 타선을 상대로130개에 가까운 공을 던지면서 7과 2/3이닝 3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지난해부터 에이스 전민성(인천 재능대)과 함께 마운드를 이끌었다. 경기 직후 신현수는 "대어를 낚아 너무 기분이 좋다. 우리가 공교롭게도 본선 무대만 나가면 서울고를 만났는데,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다. 앞선 두 번의 만남에서 모두 진 만큼, 이번만은 패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마음 가짐이 승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강백호와의 승부에서는 멀티 히트를 허용했지만, 정면 승부를 통하여 장타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롤 모델은 이대은(경찰 야구단)으로, 향후 스피드를 보완하여 그를 뛰어 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1회전의 벽을 넘은 만큼, 우승으로 가겠다는 각오 또한 대단하다. 덩치가 동문 선배 조상우(넥센)와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 또한 '리틀 조상우'다.

▲ 포철고 승리를 이끈 두 축, 외야수 조일현-투수 최경태 듀오(사진 좌측부터). 사진ⓒ김현희 기자

포철고 투수 최경태/외야수 조일현 : 제3경기 히어로. 마운드에서 최경태가 선린인고 타선을 틀어막는 사이에 타선에서 조일현이 혼자 4안타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지난해까지 야수로 활약하다 올해 투수로 첫 선을 보이는 최경태는 "오늘은 볼이 좀 높아 실수가 많았다. 그런데 첫 승을 할 수 있게 도와 준 동료들에게 고맙다."라며,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2학년인 조일현은 "열심히 연습 한 것이 정식 시합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내년에도 더 잘 하는 선수가 되겠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포철의 톱 타자 조일현, 에이스 최경태는 32강전에서 호남의 강호, 동성고등학교를 만난다.

▲ 성남고의 두 축, 포수 전경원과 2학년 손동현(사진 좌측부터). 사진ⓒ김현희 기자

성남고 포수 전경원/투수 손동현 : 박병호를 존경하는 4번 타자 전경원. 팀의 4점 중 무려 3점에 기여(타점 2점, 득점 1점)했다. 박병호 역시 성남고 시절에는 포수를 봤다. 올해 유난히 많은 포수 재원들이 등장한 가운데, 덕수고 윤영수를 최고의 라이벌로 여긴다고 한다. 에이스 하준영과 환상의 콤비를 이루고 있는 황금 배터리. 2학년 에이스 손동현은 사실 지난해부터 실전에 투입되었던 유망주로, U-15 청소년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된 바 있다. 전국 무대 첫 승을 거두면서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됐다. 롤 모델은 오승환이며, 내년 시즌에도 구위를 유지할 경우 서울 1차 지명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 베스트 컨디션 상황에서 경기에 임했으나, 부상으로 경기 도중 교체되는 부경고 포수 천현재. 사진ⓒ김현희 기자

부경고 포수 천현재 : 비록 팀은 패했지만, 팀의 4번 타자로 나서면서 타선을 이끌었다. 첫 타석 볼넷에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중간 가르는 2루타로 100% 출루를 기록했다. 다만, 수비 과정에서 상대 3루 주자의 홈인을 저지하다가 스파이크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경기 도중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어야 했다. 다행히 검진 결과 큰 부상은 아니었다. 찢어진 이마 부위를 꿰매면 다음 경기부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투혼을 발휘한 포수 천현재. 이 날 경기의 마지막 히어로로 선정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서울 목동, 김현희 기자 eugenephi@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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