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쉬는 날에도 사투리 공부를 열심히 할 정도로 뭐든지 열심히 하는 그녀와의 만남.

개성 넘치는 안무와 음악으로 주목받았던 걸그룹 '크레용팝'의 웨이가 '허민선'이란 본명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산의 레퍼토리 작품인 연극 '짬뽕'에서 어른스러운 동생 '지나' 역으로 출연하는 것.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잊을 수 없는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달이다. 연극 '짬뽕'은 이 무거운 주제를 가족애를 통해 따듯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2004년 초연 이후 매년 대학로 무대를 찾아왔고 올해는 최초로 신도림 프라임극장에서 공연된다.

▲ 연극 '짬뽕' 연습 장면

극단 산 측은 "'짬뽕'은 무척 코미디지만, 억지로 웃기려는 게 아니라 그 당시 일어났던 일 자체가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의 황당한 코미디 같은 작품"이라고 전했다. 또 "그렇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가족들의 이야기로 찡한 느낌도 있다. 최근 작품인 '선물'보단 좀 더 가볍고 극 중에선 한참 웃다가 극장을 나올 때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11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지난 4월 24일,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허민선과 만났다.

영어 공부가 최근 취미라고 밝힌 그녀는 "레이디 가가의 미국 투어에 동행한 적 있는데 그때 필요성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모습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느낀 그녀는 나중엔 외국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하고 싶다며 미래의 꿈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그녀는 인디밴드와 걸그룹, 무대와 TV를 오가며 보여준 다양한 색을 자신만의 넓은 도화지에 조금씩 색칠해 가고 있었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크레용팝'의 '웨이'다. 본명은 허민선이다. '짬뽕'에서 '지나' 역을 맡았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이후 오랜만의 무대인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ㄴ 크레용팝 앨범 'FM'과 일본 활동, '두둠칫' 앨범, 드라마(당신은 선물) 출연을 했다.

'짬뽕'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ㄴ 고등학생 때 연극부였다. 연기에 관심도 있어서 단장도 해봤었다. 고등학생이라 전문적으로 배우진 못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음악으로 빠지면서 연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언젠간 기회가 되면 해야겠단 마음은 계속 간직했지만, '크레용팝'으로 데뷔 후에도 연기를 많이 할 순 없었다. 아이돌이 연기할 기회는 한정적이라서 연기 전공인 멤버들에게 주로 기회가 돌아갔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두둠칫' 나오기 전에 공백기가 있어서 연기 학원도 제 사비로 따로 배우면서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오디션을 볼 기회도 생겨서 운이 좋게 출연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연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연극이 가장 하고 싶었다. 연극부 시절에도 마임 공연을 해서 제 생각에 연극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웃음). 그러다 돌고 돌아서 '짬뽕'과 만났다. 너무 늦게 만났다.

성공한 걸그룹이고 뮤지컬과 TV 드라마를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소극장 연극이자 극단에서 제작하는 규모가 작은 작품에 출연하기 다소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ㄴ 전 규모를 따지기보단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규모가 크다고 저와 맞지 않는 작품을 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지나'는 대본을 읽었을 때 재미도 있고 저와도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션 준비도 재밌게 했었다. 규모보다는 좋은 연기를 배우고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본인과 잘 어울리는 '지나' 역을 소개해달라.

ㄴ 중국집 춘래원의 막내 여동생이고 열여섯 살이지만 성숙하고 오히려 오빠들을 아우르는 캐릭터다. 정도 있고 밝고, 가끔 욕도 하는(웃음) 옛날 동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정가는 막냇동생 역할이다.

'지나'로 출연하는 '짬뽕' 소개도 부탁한다.

ㄴ '짬뽕' 하나로 518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다고 믿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이다. 코믹하지만 아픔도 담고 있는 희로애락이 담긴 연극이다. 518을 아예 무겁게 다루거나, 아예 코믹하게 다룬 작품들이 많다. '짬뽕'은 그 518을 직접 다루진 않는다. 그저 1980년 광주의 한 소박한 중국집에서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첫 연습을 시작했을 때의 느낌은 어땠는지.

ㄴ 리딩을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배우와 스태프들,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고 빨리 완성해서 무대에 오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연습하면서 '지나'와 함께 1980년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지나'처럼 저도 털털해지는 것 같다.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소감이 어떤지.

ㄴ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고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벌써 2주밖에 안 남았다고 하니까 빨리 더 완벽해지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연습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그렇다면 조금 부족하거나, 이 부분은 괜찮다 싶은 점이 있는지.

ㄴ 아직 대본 숙지가 완벽한 편은 아니다(*4월 24일 인터뷰). 이제 대본을 떼기 시작했기 때문에 안 보고 몸을 쓰는 연습이 자연스러워야 할 것 같고 런 연습을 많이 해보고 싶다.

 

극단 시스템에서 연기하는 것은 처음인데 팀워크는 어떤지 궁금하다.

ㄴ 서로 일상 공유를 많이 한다(웃음). 각자 뭐 하고 있고 같은 곳에 있으면 만나기도 하고,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서 밥을 줬다거나 그런 사소한 이야기까지도 함께하며 이른 시간 안에 친해진 것 같다. 먼저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셔서 참 좋다.

뮤지컬, 드라마를 모두 해봤다. 연극과의 차이점이라면.

ㄴ 장단점이 있다. 우선 모두 다 제게 너무 도움이 됐다. '사비타'는 노래 위주여서 연기로 표현하기보단 노래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었고, '짬뽕'은 음을 신경 쓰거나 목 상태에 집중하기보단 연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실제가 아닌 카메라를 보고 연기하기에 카메라에 어떻게 잘 나오는지를 공부하게 됐다. 대신 세트 안에 한정된 연기를 해야 해서 몸이 자연스럽진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전 '잡스'라는 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다. 출연한 배우들은 이미 최고의 위치에 있어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성실한 모습과 긍정적인 면을 많이 봐줬던 반면 지망생, 대중들이 보기엔 여전히 '쉽게 자리를 차지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사실 어떤 출신을 따지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선입견 자체는 저도 당사자로서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 잘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관객분들이 더 유심히 보시는 것도 안다. 그래서 더 부담되고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실망하게 할 수도 없다. 다른 아이돌도 모두 알고 있을 거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결국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배우는 아이돌로서도 데뷔하고, 활동했던 분들이기에 무대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운이 나쁘거나 혹은 연습이 부족해서 모자란 모습을 보일 경우도 있다. 그건 결국 개인의 몫이고 아이돌이라서, 아이돌이기에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아이돌 출신 괜찮아요'라고 옹호하기보단 각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요 무대와 연극 무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관객과 호흡하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가 하면, 무대 공포증 혹은 카메라 공포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ㄴ 전 공포증은 없고 어떤 무대에 서든 늘 떨린다(웃음). 그런 건 있다. 드라마 할 때였는데 사실 드라마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지만, 카메라 자체를 바라보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런데 제가 자꾸 연기하면서 카메라를 본다더라. 지금은 많이 고쳤지만, 예전엔 그렇게 그냥 카메라만 보이면 자동으로 시선이 갔었다. 길에서 누가 카메라만 들고 있어도 본다거나. 카메라를 알아본다고나 할까.

'크레용팝'으로 활동하면서도 각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각 멤버들 근황은 어떤지.

ㄴ 친언니인 초아 언니는 뮤지컬 '영웅' 지방 투어와 뮤지컬 '찌질의 역사' 연습에 들어갔다. 금미 언니는 드라마에 들어갔고, 엘린은 곧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찍는 중인지, 다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소율이는 결혼 후 쉬고 있다.

혹시 멤버들에게 이번 '짬뽕' 출연 관해서 코멘트가 있었는지.

ㄴ 다들 바쁘기도 하고 연극은 제가 처음이라 아무래도 별말은 없다. 보러 온다고 해서 초대할 생각이다(웃음).

'크레용팝' 활동은 따로 없는지.

ㄴ 다음 주에 대만 활동도 있고, 행사 같은 건 같이 하려고 한다. 그래도 앨범 작업까지는 좀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꼭 다음에도 앨범을 같이 내자고 멤버끼리 이야기는 했다. 여건이 안되면 스페셜 앨범이라도 꼭 내자고 했다. 음반 제작은 저희가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크레용팝'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어느덧 데뷔 후 5년이 지났다. 지난 '크레용팝' 생활의 소감이 듣고 싶다.

ㄴ 5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기쁜 일, 슬픈 일도 있었고 많은 분께 사랑을 받았다. 아직도 그 점에 감사하다. 요즘 그런 건 있다. 저희가 활동을 하지 않으면 팬분들이 많이 서운해하신다. 그런데 계약과 관계없이 걸그룹은 앨범을 꾸준히 내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저희는 할 수 있는 한에서 계속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래야 기다린 팬분들의 마음에도 실망을 드리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뭐라도 쉬지 않고 활동하려는 마음도 있고, 연극 출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조금이라도 쉴 때면 많이 생각한다. '팬분들 기다리실 텐데…'하고. 저는 아시다시피 장르를 특히 가리지 않고 했다. 제가 이렇게 활동하고 있음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제 활동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무대 역시 '짬뽕' 이후로도 팬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계속 서고 싶다.

 

이제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자. 취미가 있는지.

ㄴ 최근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틈만 나면 영어 강의를 듣는다. 그 외에는 영화 보는 것 정도.

최근 본 영화가 있는지.

ㄴ '미녀와 야수' 봤다. '내부자들'도 보고. '화려한 휴가'도 이번에 다시 봤다.

'화려한 휴가'는 '짬뽕' 때문에 봤는지.

ㄴ 그렇다. 원래 장르 가리지 않고 보기도 하지만(웃음) '내부자들'도 이병헌 선배님이 전라도 사투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보려고 했다. '화려한 휴가' 역시 조연들의 전라도 사투리를 참고하고 싶었다. 서울 태생이라 사투리를 잘하지 못해서 연습이 필요했다.

 

쉬는 날에는 뭘 하는지.

ㄴ 전 쉴 땐 정말 아무것도 안 한다. 그게 제 건강 비결이기도 한 게 예전에는 정말 쉬는 날엔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술도 마시고 했다. 지금은 술도 전혀 안 마시려고 하고 못 잔 잠을 보충한다. 그랬더니 피부과 안 가도 피부도 좋아지고 평소에 피곤함도 잘 모르게 되더라. 감기도 잘 안 달고 산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병원을 자주 찾았는데 올해는 감기 없이 겨울을 보냈다. 이게 아마 집에서 열심히 쉬어서 아닐까(웃음). 예전에는 매니저님이나 어른들과 함께 사니까 오히려 피곤하면 집 밖으로 나갔던 것 같은데 이젠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쉴 땐 그냥 집에서 쉬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걸그룹 '크레용팝'의 '웨이'와 배우 허민선 사이에서 본인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은데.

ㄴ 사실 배우라는 타이틀은 제게도 아직 어색하다. 음악도 오래 했고. 그런데 정해진 건 없지 않나. 제가 열심히 하다 보면 배우라는 호칭도 익숙해질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아직 아이돌이란 인식도 강하고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자연스럽게 정체성이 만들어질 것으로 믿는다. 가수 생활도 후회 없이 5년간 재밌고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는데 연기할 수 있는 길도 열린 거지 않나. 제가 굳이 억지로 배우를 하거나, 가수를 하겠다고 정하는 게 아니라 앞에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길 거다. 저도 제가 어떤 허민선이 될지 궁금하다. 3, 4년 뒤에 다시 만나보면 어떨까(웃음).

 

본인이 간직하고 있는 꿈이 있다면. 10년 뒤의 나는 어떻게 될지.

ㄴ 거창한 꿈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지금 드는 생각은 배우 허민선이란 호칭이 자연스러워지길 바라고, 여전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다. 제가 찾아가기보다 누군가 저를 찾아준다면 정말 기쁘지 않을까. 남들이 불러주는 배우. 다양하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자기의 역할이 한정적인 사람들도 많은데 김원해 선배님('짬뽕' 작로 역)만 봐도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하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크레용팝'은 주로 경쾌하고 즐겁고 재밌는 컨셉트와 음악을 많이 했는데 음악적인 면에서도 그런 꿈이 있는지.

ㄴ 전 사실 끊임 없이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데뷔 전에는 인디 밴드에서 작사, 작곡도 했다. 서정적이고 샤랄라한 풍으로 '홍대 여신'을 꿈꾸기도 했다(웃음). 그러다 '크레용팝'으로 활동했고 언니인 '초아'와 함께한 '딸기우유'란 유닛에선 앨범 수록곡 중에 '알려주세요'란 발라드 자작곡도 썼다. 발라드나 미디엄 템포 곡을 많이 써왔는데 댄스곡도 써보고 싶어서 '부릉부릉'이란 '크레용팝'의 댄스곡도 써봤다. '크레용팝'으로 알려졌지만, 제겐 사실 다른 것들도 익숙하다.

연극 '짬뽕'과 배우 '허민선'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한마디 해달라.

ㄴ 무척 유쾌하지만, 그 안에 슬픔과 감동이 있는 재밌는 작품이다. 많이 보러 와주시고 제가 맡은 '지나' 역도 유쾌하면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이다. 잘 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니 많이 보러 오셔서 즐기다 가시면 좋겠다. 연인, 가족, 동료, 누구와 함께 봐도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 이번에 '짬뽕'도 어떻게 먼저들 아셔서 축하해주시고 너무 감사했다.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연습할 때 커피차도 보내주셨다. 배우들 다들 너무 감사히 받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즐기러 오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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