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남긴 키워드 10가지 ① : #무명배우33인 #대선 #김영애 #부모님 #tvN

▲ ⓒ 일간스포츠 제공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한국의 골든글로브'를 노리는 53번째 백상예술대상이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시상식 또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열렸다. 영화 13개 부문, 그리고 TV 15개 부문 등 총 28개 부문의 시상식을 했다. 지난 청룡영화상에서 '콩라인'을 기록한 '곡성'이 백상에서 다시 한번 대상('아가씨') 대신 작품상에만 머물며 '콩라인' 명성을 이어갔다. 반면, TV 드라마 부문에서 5개 부문에 올라 모두 싹쓸이할 것으로 보였던' 도깨비'는 2관왕(대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에 머무는 데 그치며, 이변 아닌 이변을 연출했다.

이런 수상결과는 굳이 이 기사가 아닌 다른 기사에서도 충분히 볼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후기라면 어떨까? 이번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10가지로 정리해보았다.

▲ ⓒ JTBC 백상예술대상

#무명배우33인

이번 시상식은 국내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자리였기에, 그야말로 '별들의 대잔치'라는 옛 수식어가 가장 적절했다. 하지만 이 빛나는 별들을 크게 울렸던 무대가 있었으니, 바로 1부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던 무명배우들 33명의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공연이었다.

연초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김과장' OST '꿈을 꾼다'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는 분명 현장에서 지켜본 관객들뿐만 아니라 TV를 통해 지켜본 시청자들조차 생소한 이름들이다. 그렇다, 그들은 여러 작품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부득이하게 통편집 당해 아예 완성본에선 등장하지 않는 '무명배우'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었다.

공연 도중, '나에게 배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무명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은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현장에서는 배우 유해진을 비롯하여 일부 배우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운은 2부 무대까지 이어졌고,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하나의 자극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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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배우 김유정은 TV부문 인기상을 받으면서 수상소감으로 무명배우들의 무대를 언급했다. 그는 "1부 마지막 무대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들을 보면서 나 또한 무엇을 담지 않아도 그릇 자체가 빛이 나고 성실한 배우가 되겠다"며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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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 또한 그들의 무대에 감명받아 그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상자로 참석한 김혜수도 "그들의 무대를 보면서 많이 반성했다. 정신 차리고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대선

다가올 9일이 이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제19대 대선이었기에 이를 겨냥한 듯한 메시지들이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쏟아져나왔다.

대선과 관련해 포문을 연 이들은 영화부문 남녀조연상 시상자로 등장한 배우 이경영과 라미란이었다. 이경영은 후보자 소개에 앞서, "선거든 시상식이든 공정성이 중요하다"면서 운을 떼면서 '선거'를 소재로 만든 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한 라미란에게 선거를 화두로 던지기도 했다.

이어 라미란은 "5월 4일부터 5일까지 사전선거를 한다. 그리고 9일에 있을 대선에서도 모두 선거에 참여해서 투표해주시기 바란다"며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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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부문 대상 시상자로 참석한 홍정도 전 JTBC 대표와 이준익 감독 또한 대선을 화두로 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은 "대선 이후, 키워드는 무엇인가?"라고 홍정도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는 "작년 다사다난하고 어려운 한 해였다. 올해는 두 가지 단어로 설명하고 싶다. 화합과 치유의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보겠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대답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영애

지난 4월 9일, 안방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 해왔던 배우 김영애의 죽음은 수많은 배우와 현장 스태프, 그리고 시청자들을 울렸던 소식이었다. 그를 추모하는 행사는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이어져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김영애의 생전 영상들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참석한 일부 배우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 KBS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김영애는 이번 공로상 수상자가 되었고, 시상자로 선정된 배우 라미란과 박신혜는 김영애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라미란은 김영애의 마지막 작품 KBS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다. 그는 "(김영애는) 투병 중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병마와 싸웠다. 불꽃 같은 연기정신 잊지 않겠다"며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이어 박신혜는 "현장에서 '할머니'라고 불렀다. 그만큼 까마득하고 먼 선배님이었지만, 손주처럼 이끌어주셨다. 내가 바라본 김영애는 배우로서 본질과 긍지를 갖게 해주셨다. 남겨주신 메시지 가슴 깊게 기억하겠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부모님

다가오는 어버이의 날(5월 8일) 때문인지, 이날 따라 수상소감 대부분은 부모님을 향한 감사함을 전달해 부모님을 향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중 TV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받은 김민석은 부모님에 이어 할머니까지 감사함을 전달하며 "할머니, 나 상 받았어!"라고 외치며 웃음을 유발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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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면서 눈시울을 붉혔던 이들도 있었다. 공유는 수상소감에서 "집에서 보고 계신 어머님께 하고픈 말이 있는데, '아들이 남의 아들처럼 느껴진다'며 서운해하셨다. 그건 내가 잘 못 드려서 죄송하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말했다. TV부문 대상 '도깨비' 대표수상자로 오른 김은숙 작가 또한 "공무원 시험 보라고 구박하셨던 우리 엄마, 이제 밥 먹고 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자랑하셔도 된다. 자식 노릇 제대로 하겠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tvN

이번 백상예술대상 TV 드라마 부문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 케이블 채널인 tvN에서 만든 작품들이 상을 휩쓸어갔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3사 공중파(KBS·MBC·SBS)에서 방영하지 않는 드라마는 감히 생각조차 하지도 못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기억하는 드라마 중에 tvN에서 만든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드라마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tvN의 노력은 이번 백상예술대상이 증명하고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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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번 시상식만 놓고 보더라도, TV 드라마 부문 후보부터 대부분 tvN이 만든 드라마가 이름을 올렸다. TV부문 대상('도깨비')부터 작품상('디어 마이 프렌즈'), 그리고 남녀 최우수 연기상, 극본상까지… 이 정도면 그랜드슬램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MBC 드라마의 부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에 유일하게 드라마 'W'만 후보에 올렸으나, 단 하나의 상도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최근 MBC 드라마가 시청률 싸움에서 타 방송사에 밀리는 등 지독한 부진을 겪고 있다.

■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작·수상자 리스트

▶ 영화부문 대상 : '아가씨'

▶ 영화부문 작품상 : '곡성'

▶ 영화부문 감독상 : 김지운 '밀정'

▶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 송강호 '밀정'

▶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 손예진 '덕혜옹주'

▶ 영화부문 남자 조연상 : 김의성 '부산행'

▶ 영화부문 여자 조연상 : 김소진 '더 킹'

▶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 : 류준열 '더 킹'

▶ 영화부문 여자 신인상 : 이상희 '연애담'

▶ 영화부문 신인 감독상 : 연상호 '부산행'

▶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 윤가은 '우리들'

▶ 영화부문 남자 인기상 : 도경수 '형'

▶ 영화부문 여자 인기상 : 임윤아 '공조'

▶ TV부문 대상 : tvN '도깨비'

▶ TV부문 드라마 작품상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 TV부문 교양 작품상 : JTBC '썰전'

▶ TV부문 예능 작품상 : SBS '미운 우리 새끼'

▶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 공유, tvN '도깨비'

▶ TV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 서현진, tvN '또! 오해영'

▶ TV부문 연출상 : 유인식, SBS '낭만닥터 김사부'

▶ TV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 : 김민석, SBS '닥터스'

▶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 : 이세영, KBS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 TV부문 극본상 : 노희경, tvN '디어 마이 프렌즈'

▶ TV부문 남자 인기상 : 박보검, KBS '구르미 그린 달빛'

▶ TV부문 여자 인기상 : 김유정, KBS '구르미 그린 달빛'

▶ TV부문 남자 예능상 : 양세형,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 TV부문 여자 예능상 : 박나래, MBC '나 혼자 산다'

▶ 베스트 스타일상 : 김하늘, KBS '공항 가는 길'

▶ 공로상 : 故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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