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여홍일(음악칼럼니스트)

"객원 지휘의 효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게 해보게 된 연주회"

상임 지휘자를 놔두고 교향악단의 연중 연주시즌 중간중간에 해외의 객원 지휘자를 쓰는 이유는 뭘까? 객원 지휘자의 낯선 새로운 스타일에 접해봄으로써 익숙한 상임 지휘자와의 다른 무대 경험을 통해 연주력 향상의 극대화라는 연주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일 것이다.

KBS교향악단 무대의 지휘봉을 잡음으로써 처음 국내 데뷔 무대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국내 관객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의 독일 하노버출생 지휘자 코넬리우스 마이스터는 지난 4월 22일 러시아 출신의 바실리 페트렌코가 서울시향과 브루크너 교향곡 제2번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를 연상시켰다.

지난달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과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2번 연주의 지휘 무대에서 에누리 없이 칼날 같은 지휘를 이끈 페트렌코는 명료, 깔끔, 날렵한 이미지의 지휘로 객석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 분명하게 단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주문해 객원 지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객원 지휘자로서의 만점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코넬리우스 마이스터가 다시 그런 만점 역할로 KBS교향악단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과 샤론 캠과의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제1번의 연주로 관객의 브라보와 많은 박수갈채를 끌어낸 것은 탄탄한 그의 지휘경력에 기반하는 것 같다.

 

굉장히 다채롭고 숨 고를 틈 없이 강-약 반복된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
코넬리우스 마이스터는 2018년부터 슈투트가르트 국립 오페라단과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버밍엄 시립교향악단, BBC 웨일즈 국립 오케스트라, BBC필하모닉, 워싱턴 국립교향악단,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파리 오케스트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등을 객원 지휘한 탄탄한 지휘경력을 갖고 있다.

KBS교향악단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연주로 브루크너 앓이를 체험하게 되는 것은 비록 펜데믹 시즌의 해외 교향악단의 러시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진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연주로 브루크너 앓이를 체험하게 되는 것은 비록 펜데믹 시즌의 해외 교향악단의 러시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진 KBS교향악단)

여기에 하이델베르크 극장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2005-2012), 빈 ORF 방송교향악단의 예술감독(2010-2018), 요미우리 일본교향악단의 수석 객원 지휘자(2017-2020)를 맡았던 그의 지휘경력을 고려하면 국내 관객들에게 지휘자로서의 이름이 친숙하지 않은 그의 생소성에도 불구,

브루크너 교향곡이 굉장히 다채로웠고 숨 고를 틈 없이 강 약이 반복된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을 관객에게 선사한 코넬리우스 마이스터의 만만치않은 지휘실력이 감지돼온다.

21세에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데뷔한 코넬리우스 마이스터는 2012년부터 빈 국립 오페라단을 지휘하고 있기도 하며 2015년부터는 밀라노 스칼라 극장, 2019년부터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하고 있기도 하다.

KBS교향악단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의 연주에서 내게 특이스러웠던 것은 KBS교향악단도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통상 관객이 느끼는 웅장함과 장엄함의 연주 대신 섬세한 이미지의 연주에서도 능하다는 점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브르쿠너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장엄 하면서도 광대한 규모의 악장인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에서의 현악기의 잔잔한 트레몰로로 시작해 하나둘 악기가 더해지면서 고결하면서도 우아한 선율을 들려주는 것이나 전곡중 가장 간결하면서 화려한 3악장 스케르초의 민속풍이 독특한 리듬,

4악장 피날레의 전곡에 나타난 다양한 감정들을 모아 희망과 환희에 찬 세계를 완성해 보이는 악장 등이 코넬리우스 마이스터가 사전 대담 Talk에서 언급한 브루쿠너 앓이(!)를 KBS교향악단과의 브루크너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롭게 가능케 하는 길을 열어 보였다고 생각된다. 

20세기 중반부터 가장 많이 연주되고, 녹음되는 인기곡 중 하나가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의 연주 녹음 곡인 관계로 숱한 명연이 존재하는 가운데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2번이나 KBS교향악단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연주로 브루크너 앓이를 새롭게 체험하게 되는 것은

비록 펜데믹 시즌의 해외 교향악단의 러시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보며 국내 교향악단의 연주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아 계속되는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 사이클에 기대를 걸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클라리넷의 매력 새롭게 발견케 한 매혹스러운 클라리넷 연주

클라리넷의 매력 새롭게 발견케한 매혹의 클라리넷 연주를 들려준 샤론 캄
클라리넷의 매력 새롭게 발견케한 매혹의 클라리넷 연주를 들려준 샤론 캄

4월 말에 끝난 올해 2022년 교향악축제에서 Christopher Lee 지휘의 인천시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의 연주는 브루크너만의 숭고함과 장엄함이 표출되는 웅장한 초월적 음향에 압도되는 장엄한 건축물을 관객이 느끼게 했었다.

어떤 면에서 KBS교향악단의 이번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의 연주는 KBS교향악단이 지난 4월 초반의 교향악축제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제4번 Romantic 연주로 콘서트홀의 천장을 뚫어낼 것만 같은 엄청난 음향을 강렬하면서도 웅장하게 발산한 3악장의 연주 등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객원 지휘 마르쿠스 슈텐츠가 악단을 쥐락펴락하며 웅대한 부분과 세심한 부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큰 그림을 완성한 연장 선상의 연주회로 내게는 비친다.

전반부에서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 클라리넷스트 샤론 캄의 연주도 클라리넷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케 한 매혹스러운 클라리넷 연주였던 것으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받았다.

애초 예정되었던 클라리넷스트 자비네 마이어와 라이너 벨레의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제1번과 멘델스존의 두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연주회용 소품 제2번을 듣지 못하게 된 아쉬움을 상쇄시킨 멋진 연주회로 자비네 마이어 내한공연 무산의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거슈윈의 오페라<포기와 베스> 중' 서머타임'을 앙코르로 KBS교향악단의 이창형 수석과 연주한 샤론 캄의 무대는 샤론 캄이 통상 왼쪽에서 나와 앙코르 무대를 꾸미는 것과 달리 오른쪽 입구에서 나와 이색적 무대를 꾸며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의 무대와 달리 관객들에게 흡인력이 적을 수도 있을 법한 클라리넷 연주 무대의 새로운 매력을 알려주는 자리를 선사했다. 

베버하면 일반 관객들은 <마탄의 서수(Der Freischütz J. 277)> 서곡에 예전부터 익숙해 있는데 샤론 캄의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 제1번을 들으면서 협주곡이라기보다 오페라처럼 느껴질 정도로 극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점에서 관객들은 마탄의 사수를 비롯한 여러 뛰어난 오페라로 특히 극음악 분야에 천재성을 보인 베버가 협주곡에도 오페라와 같은 드라마틱한 성격을 부여한 것을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대에서 몸을 흔들며 오케스트라와의 음률율 조율을 하는 것으로도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던 샤론 캄은 16세때 주빈 메타가 이끄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데뷔해 2021/22 시즌에는 런던 위그모어홀, 제네바, 루세, 펠하임, 앙골슈타트에서 예루살렘 4중주단과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모딜리아니 4중주단,

바젤에서 슈만 4중주단과 브베, 아헨, 슈베칭겐에서 안티에 바이타스, 율리안 슈테켈, 옌리고 파체와 협연해오며 다양한 클래식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자비넷 마이어 못지않은 세계적 클라리넷스트의 한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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