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교향곡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은 서울시향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연주
공연일시: 9월29일(목)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브루크너 교향곡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은 서울시향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연주를 지휘하고 있는 핀란드 출신의 유카페카 사라스테. (사진 서울시향)
브루크너 교향곡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은 서울시향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연주를 지휘하고 있는 핀란드 출신의 유카페카 사라스테. (사진 서울시향)

[기고. 칼럼리스트 여홍일] 브루크너 교향곡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은 서울시향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바그너 교향곡’ 연주였다고 본다.

연주시간도 긴데다 선율의 호흡이 너무 길어서 인내심을 갖고 듣지 않으면 그 윤곽을 파악하기도 힘들어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높고 험준한 산을 오르는 기분이 드는 것이 일반 관객이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대해 갖게 되는 관념이다.

그래서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의 3악장 스케르초의 조금 부드럽고 귀에 듣기 쉬운 선율로 이어진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연주는 핀란드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언급한 바 대로 전원음악으로서 통상 관객이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기대하는 소리로 이루어진 장엄한 건축물이나 초월적 음향에 압도되는 것과 달리 브루크너 교향곡 입문용으로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음반애호가들도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은 이후 작품들과는 달리 과하게 무겁지 않고 고막에 부담이 적어 듣기에 편하다는 애호가들이 많다. 선율도 무척 아름다워 낭만주의 교향곡의 전형을 보여주며 반복구도 많지 않아 인내심을 요구하지도 않는다는 의견들이다.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연주를 통해 브루크너 교향곡 중기의 걸작교향곡 제5번과 후기를 시작하는 교향곡 제7번 이후 브루크너 후기교향곡 걸작인 후기 3대 교향곡 7.8.9 번의 작품들로 이어지는 가교역할의 연주를 서울시향이 들려준 시각으로 보고 싶다. 

-유카페카 사라스테 작은 디테일 모아가는 지휘 보여줘

초기 브루크너 교향곡들(0-3번)들 가운데서도 서울시향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연주가 내가 입문용이었다고 언급하는 배경은 이렇다. 3번 다음의 바로 브루크너 교향곡 제4번의 1악장이 웅대하고도 신비롭게 악상이 고조되어 나가며 작곡가가 대자연과 우주와의 교감에서 느낀 내밀한 감정을 형상화한 웅대한 작품으로 회자되는 웅장한 선율이 많이 따르는 빈필과 아바도등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4번 ‘로맨틱(Romantic)'을 대비해 들으면서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의 이런 입문용에 대한 느낌이 내게 보다 선명해졌다.

통상 관객이 느끼는 브루크너 교향곡들의 거대한 건축물을 감상하는 듯한 웅장함, 숭고함, 장엄함 대신 내게는 섬세한 이미지의 연주를 흡사 연상시켰던 지난 4월22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서울시향 브루크너 교향곡 제2번 연주도 일반관객을 위해선 이런 브루크너 교향곡에 대한 입문용 연주로서는 꽤 의미있는 연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지금으로선 든다. 

서울시향의 섬세함이 시향의 연주스타일로 이제는 자리매김한 것 같았던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2번 연주는 명료, 깔끔, 날렵한 이미지의 지휘로 객석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 분명하게 단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주문했고 전체의 큰 그림 속에서 세부적인 표현을 그려나가 해외 저명 교향악단 연주에 뒤지지 않는 좋은 사운드로 악장간, 그리고 악기간 균형잡힌 소리 및 구조적으로도 복잡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브루크너 교향곡 2번의 이 교향곡을 명료하게 쉽게 들려주었다는 평을 받았던 터라 일반 관객을 위한 브루크너 교향곡 입문용으로 언급할 만한 연주회였다.

지난 10여년간에 걸쳐 서울시향과 해외 객원지휘자로서는 꽤 많은 여섯 번째의 협연지휘 기회를 잡았던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는 지휘포디엄에서 표정이 없어서 지휘할 때 엄숙하다고 할까 표정변화가 적은 지휘자의 한명으로 꼽혀왔는데 안톤 브루크너의 비중이 큰 레퍼토리였음에도 이날 생각보다 콘서트홀에 입장 관객수가 적었던 까닭은 유카페카 사라스테에 대한 관객들의 그런 이미지 및 대중성에영합하지 않고 작품성 있는 레퍼토리들의 연주가 이런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지휘하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에너지를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라스테의 지휘관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지휘를 통해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작은 디테일을 모아가는 지휘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작곡가의 음악적 생각을 서울시향에 투명하게 전달하는 일에 핀란드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의 지휘철학이 녹아든 지휘였던 느낌이다. 

-제임스 에네스의 바이올린 연주, 신중하고 사려깊은 연주로 점철

서울시향이 알반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캐나다계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와 서곡 연주없이 무대에 올린 것은 통상 대중들에게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 레퍼토리들로 많이 알려진 베토벤과 멘덴스존, 그리고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대신 작품성에 포커스를 맞춘 연주곡으로 무대에 올렸다는 판단이다.

베르크는 아놀드 쇤베르크와 안톤 베베른과 함께 제2 빈악파의 구성원으로, 말러적인 낭만주의와 쇤베르크의 12음기법(12음 기법이란 1옥타브 내의 12개의 반음을 하나의 음렬로 배열하여 곡 전체를 이 음렬의 변주로서 작곡하는 기법)을 매우 개인적으로 적용하여 작곡한 작곡가로 알려져있고 베르크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이번 서울시향과의 무대에 올려진 아마도 애잔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히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연주는 신중하고 사려깊은 연주로 점철된 느낌을 주었는데 에네스의 무대에서의 이런 신중하고 사려깊은 바이올린 연주는 그가 언급한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독자적 세계관을 갖고 있고 반음계적 서정성이 극대화되어 있는 것에 충실하고자 한 그의 연주에 기인한 때문으로 봐야겠다.

알반 베르크의 많은 성숙한 작품처럼, 쇤베르크의 12표음 기법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적용시켜서, 명백한 무조성과 더 전통적인 조성 악절과 화성을 혼합시킬 수 있었던 이 작품은 바흐의 합창곡과 오스트리아 쾌른텐 지역의 민속 노래를 포함하여, 이전에 존재하는 조성 음악을 실제로 인용하였다. 그 바이올린 협주곡은 발터 그로피우스와 알마 쉰들러 사이의 작고한 딸인 마농에게 헌정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글: 여 홍일(음악 칼럼니스트)

※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2012년부터 몇몇 매체에 본격 음악칼럼 리뷰를 게재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글로벌협의회에서 주한 대사 외교관들의 지방축제 탐방 팸투어 전문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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