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랑으로 성장하지. 시련으로 더욱 성장하지!'
공연일시: 10월2일(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옴니버스 오페라인 탓에 1부와 2부의 무대는 심플하고 단순했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옴니버스 오페라인 탓에 1부와 2부의 무대는 심플하고 단순했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문화뉴스 여홍일 칼럼리스트] 국내 소프라노 조수미나 캐서린킴등이 자신들의 무대에서 불러 관객들에게 익숙한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형의 노래’에 대한 피상적 인상을 안고 국립오페라단이 9월말과 10월초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전막 공연(9월29-10월2일)을 이번에 감상한 관객이라면 이 오페라가 이렇게 다채로울지 미처 몰랐을 것 같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옴니버스 오페라. 인형 올림피아와의 부질없는 사랑, 안토니아와의 어긋난 사랑, 그리고 줄리에타와의 관능적인 사랑을 겪으며 시련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On est grand par l'amouur et plus grand par les pleurs 인간은 사랑으로 성장하지. 시련으로 더욱 성장하지”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메시지이자 치유의 합창은 이런 성장을 돕는 것이 바로 “예술”이며 원작자인 호프만은 예술이 가진 위대한 힘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시련의 끝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오펜바흐의 음악”

국립오페라단이 이번에 2022년 다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무대에 올린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오페라는 이미 2019년에 한번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어서 신작 무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 창단 60주년의 일환으로 ‘호프만의 이야기’가 오펜바흐가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오페라로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의 결정판으로 불리우고 있고 더욱이 올해 독일 낭만주의의 대문호 에른스트 호프만 서거 200주년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는 컸다고 봐야겠다.

옴니버스 오페라인 탓에 1부와 2부의 무대는 심플하고 단순한 반면 정통 오페라 무대배경을 제공한 것은 3부에 가서야 맛볼 수 있는등 옴니버스 오페라의 장단점을 다 보여준 것은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호프만의 이야기’ 무대의 특성으로 적시하고 싶다. 

드라마투르그들에 따르면 “때가 되면 관객들에게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작품들이 있다”고 한다. 일부 관객들은 지겹다고도 말하지만 그래도 오페라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걸음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선사해주고 오늘날에도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는 결말을 제대로 맺지 못한채 오펜바흐가 사망했기 때문에 제작진에게도 관객에게도 새로움을 추가하고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의 여지를 던져주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내게 국립오페라단이 이번에 무대에 올린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오페라 무대에서 클라이막스 비슷하게 정통 오페라 무대의 분위기를 제공했던 것은 3부의 무대로서 특히, 시련의 끝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오펜바흐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한 열정적 지휘를 펼쳐보인 세바스티안 랑 레싱 지휘자의 해석이 가장 이목을 모았다고 적시하고 싶다.

오펜바흐가 초연전에 사망한 것등의 이유로 존재하게 된 다양한 버전중 국립오페라단의 이번 공연 버전은 피날레 부분에서 인간의 성장을 이야기 하는 중창과 합창으로 끝을 맺으며 거기 이르기까지 호프만은 온갖 시련을 겪는다. 지휘 세바스티안 랑 레싱은 그렇기 때문에 이 버전에는 깨달음 또는 구원의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 작품의 장대한 피날레는 프랑스의 그랑 오페라적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고 바그너적이기도 하다고 피력했다.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오페라 무대에서 클라이막스 비슷하게 정통 오페라 무대의 분위기를 제공했던 3부의 무대장면.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오페라 무대에서 클라이막스 비슷하게 정통 오페라 무대의 분위기를 제공했던 3부의 무대장면.

-“올림피아 역의 소프라노 강혜정이나 3부의 시작 알린 안토니아역의 소프라노 김순영의 가창, 무대배경의 심심함 날려버려”

1, 2부의 무대가 3부에 비해 심플 단순한 무대 배경이었음에도 올림피아 역을 맡은 소프라노 강혜정이나 3부의 시작을 알린 안토니아역의 소프라노 김순영의 가창은 이런 심플 단순한 무대배경에서 관객이 받는 심심함을 날려버릴 뛰어난 성악이었다는 느낌이다.

당시 오펜바흐는 유럽에 퍼져가던 기술만능주의를 2막의 올림피아를 통해 비판하려 했고 또한 3막에서 미라클이 안토니아에게 “노래를 포기하고 가정주부로 살면서 네 재능을 썩힐 것이냐”고 말하면서 결핵환자인 안토니아를 죽음에 이르게 할 유혹의 말을 하는데 사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관련하여 21세기에도 여전히 상당한 의미로 다가오는 대사들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로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는 호프만의 여러 작품들이 녹아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주인공 호프만이 술집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체험을 들려주는 액자형식이다. 틀 이야기는 호프만의 단편 <돈 주앙>이나 <치노버라 불리는 작은 차헤스>등에서 모티프를 가져왔고 오페라 내용의 핵심을 이루는 액자속 이야기, 즉 주인공의 과거 세 번의 애정편력은 각각 <모래 사나이>, <고문관 크레스펠>, <잃어버린 거울상 이야기>를 각각 각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가 140년 가까이 누리는 생명력의 원천에는 초연전에 작곡가가 사망한 데다 다양한 해석이 있어서 이 작품에 대해서는 ‘확정된 버전’이 없는 미완성의 미학에 기인하는 것으로 봐야할 듯 싶다. 

이와 관련해 연출을 맡은 뱅상 부사르는 “작곡가의 사후 7,80년이 지난 시점까지 새로운 자료가 계속 발굴되었다는 점은 호프만의 이야기가 지금도 진행형인 작품이라는 뜻이 되며 극적으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공연도 앞선 공연과 똑같지 않고 매 공연이 하나의 사례가 될 뿐으로 오페라 레퍼토리중에 이런 작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글: 여 홍일(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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