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넘게 카카오톡 장애...다른 연계 서비스들은 오류 더 지속
멀티프로필 노출 논란에...카카오 '사실과 다르다'
카카오그룹 시가총액 총 3조 5천여억원 증발...신저가 경신하며 급락

[문화뉴스 이예찬 기자] 카카오톡이 출범한지 12년 만에 10시간이 넘는 최장 장애를 기록하며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안겼다.

카카오톡 역대 최장 먹통 사태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경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시작된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다음날까지 계속되면서 카카오톡 서비스 출범 후 12년 역사상 가장 긴 시간 이어진 장애로 기록됐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국내에서 수십 차례의 길고 짧은 장애가 발생했으나 이렇게 카카오톡 오류가 장기간 지속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가장 길게 발생했던 장애는 지난 2021년 3월 23일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앱 실행이 중단되는 오류로 카카오톡과 네이버 앱을 포함한 특정 앱의 작동이 약 7시간 동안 멈춘 사례였다.

화재가 발생한 SK 판교 캠퍼스 A동 (사진 = 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SK 판교 캠퍼스 A동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당시 사태는 카카오나 네이버의 내부 문제가 아닌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스템 웹뷰'가 업데이트되면서 기존 앱과 충돌해 발생한 오류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만 불편을 겪었었다.

게다가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 센터를 갖추고 있어 서비스 장애를 최소화하며 복구를 빠르게 진행해 카카오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카카오의 실시간 데이터 백업체계와 재난 장애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처럼 천재지변 수준의 문제에 아무리 카카오라도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며 이번 기회로 '국민 서비스'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노출 논란

지난 15일 카카오톡 장애 사태가 발생한 후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서 '멀티프로필'이 가장 많이 트윗 되는 키워드로 꼽히며 멀티프로필 노출 소식이 SNS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은 이름 그래도 상대에 따라 각각 다른 프로필을 보여줄 수 있는 기능으로 기본 프로필 외에도 추가로 최대 3개까지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1월 28일부터 카카오에서 출시하여 운영 중이었다.

출시 당시 카카오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타인과 교류하며 하나의 프로필이 아닌 각각의 관계에 맞는 프로필 설정과 노출이 필요하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15일 카카오톡 장애 사태의 일환으로 멀티프로필이 공개되며 각종 커뮤니티와 온라인 카페에서는 멀티프로필 장애로 인한 사생활 노출로 피해를 봤다는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와 높은 조회 수와 함께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이에 카카오는 멀티프로필이 특정 사람에게만 보이도록 설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류 와중에도 기존에 사용자가 이를 볼 수 있도록 설정한 사람들 외에까지 노출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장애 사태로 멀티프로필을 업데이트할 때 속도가 지연되면서 멀티프로필을 바꿨음에도 이전 것이 표시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런 경우라도 기존에 설정한 특정인 외에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높은 카카오톡 의존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카카오톡은 사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이지만 정부 등 공공기관까지 대국민 서비스 수행에 꼭 필요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실제로 카카오톡을 행정업무에 사용하는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병무청은 지난 2019년부터 현역 입영과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하고 있다. 입영 통지서를 병무청 애플리케이션으로 먼저 보내고 수신자가 확인하지 않을 경우 2차로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한다고 병무청은 설명했다.

먹통된 카카오T주차 무인정산기 (사진 = 연합뉴스)
먹통된 카카오T주차 무인정산기 (사진 = 연합뉴스)

또한 가입자가 1천500만명을 돌파한 국민에게 행정서비스를 알리는 국민 비서 '구삐' 알림의 25%가량은 카카오톡으로 전달되고 있다. 구삐는 건강검진일, 운전면허 갱신 기간, 교통과태료 등 생활정보 27종을 제공하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재택 치료 알림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필수 행정서비스가 국민 편의성을 이유로 민간 영역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할지, 구삐처럼 민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내년 3월 발표될 예정이다.

행정서비스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 전반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카카오톡은 많은 회사에서 이미 자료 공유나 공지사항 전달 등 이미 업무용 네트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아 이번 장애 사태로 업무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는 불평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서구 검암역 인근 카카오T 바이크들 (사진 = 연합뉴스)
인천 서구 검암역 인근 카카오T 바이크들 (사진 = 연합뉴스)

또한 주말과 휴일에 필요한 교통이나 금융 서비스, 사교활동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과 손해를 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특히 기념일에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다수 이용하지만 먹통이 되어 주요 기념일인 이용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카카오 T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들은 이번 오류로 한동안 손님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카카오모빌리티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 이용자 일부는 카카오 장애 사태로 빌린 킥보드를 반납하지 못해 수십만 원을 물게 됐다고 호소했다.

카카오 최저가 또 경신...비상경영 체제 돌입

증권사들은 카카오가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로 하루 매출 2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4분기 매출 최대 1~2%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주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17일 오전 카카오는 46,500원까지 떨어지면서 8% 넘게 급락하며 최근에 경신한 신저가를 다시 경신했다. 이 가격은 작년 11월 13만 1천원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수준밖에 못 미치는 주가로 많은 주주들의 근심이 깊어져 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또한 카카오뿐만 아니라 다른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는 9%가량 하락하며 3만 2천원대까지 주저앉았고 카카오뱅크 역시 8%가량 하락한 1만 6천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와 계열사들은 개장 10분 만에 시가총액 3조 5천여억원이 증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서비스 장애가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켰다는 점에서 증권사들도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정 연구원은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10만 6천원에서 6만 5천원으로 대폭 낮췄다.

정호윤·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카카오 목표가를 기존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했다. 이에 카카오는 위기를 타개할 대책으로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사 차원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위기 대응에 나섰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 = 연합뉴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카카오 그룹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계속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는데 카카오의 이런 주가 하락의 원인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문제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자회사를 줄줄이 상장시키면서 카카오는 '지주사'의 개념으로 기업가치 희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모든 기업가치를 한 곳에 집중시켰고 미국 플랫폼 기업 구글의 경우 증시에 1개 상장사(지주사 알파벳)만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은 유튜브를 상장시킬 경우 막대한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상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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