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81회, 가을의 전설 발 없는 맛 천년을 간다!
20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문화뉴스 조아현 기자] '한국인의 밥상' 581회에서는 가을 제철 음식으로 만든 든든한 한끼를 소개한다.

속담은 선조들의 생활 밀착형 조언이다. 절기에 따라 어떤 음식을 먹어야 탈 없이 미식을 즐길 수 있는지, 수많은 사람의 경험으로 검증된 믿을만한 ‘꿀팁’인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조상님들이 말로 남긴 가을 제철 음식을 찾아본다. 또 속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며 세태에 따라 끝없이 모습을 바꿔온 시대의 단상이기도 하다. 그럼 후대에 전해줄 이 시대의 지혜는 무엇일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미래를 들여다본다.

가을 전어, 도시 며느리를 사로잡다!
– 충청남도 서산시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서해안의 보고, 천수(淺: 얕은 천, 水:물 수)만은 이름처럼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고기들이 산란하기 좋은 내해다. 일평생을 천수만에서 보낸 박성옥 선장에게 천수만은 그물만 던졌다 하면 온갖 바다 것들을 올려보내 주는 고마운 바다라는데. 가을 물이 잔뜩 오른 바다 것 중에서도 단연 가을의 맛을 자랑하는 것은 가을 전어다.

겨울이 오기 전 몸에 지방을 저축하는 가을 전어는 특유의 고소한 맛 때문에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인다고 해서 전어(錢漁)가 되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그 옛날 며느리들이 발길을 돌렸을까.

그런데 박성옥 선장에게는 속담이 그저 옛말이 아닌 모양이다. 배 위로 통통한 전어가 올라오자 도시에서 온 며느리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그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그가 향한 곳은 도시에서 온 작은 아들 박정기 씨 부부의 횟집. 타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정기 씨는 고향에 돌아온 뒤로 갓 잡은 신선한 해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웃음 짓는다. 덩달아 즐거워진 것은 며느리 혜진 씨라는데. 도시에서 자라 생선이라고는 시장에서만 구경한 혜진 씨는 시아버지가 손수 잡아, 구워주는 전어구이의 맛에 푹 빠졌다고. 잡자마자 얼렸다가 굽는 것이 박선장의 며느리 입맛 잡는 비법이다. 시어머니 표 전어통젓으로 전어의 진한 맛까지 터득하니, 어느새 혜진 씨는 서산 며느리가 다 됐다. 전어 대가리만큼이나 깨가 쏟아지는 ‘시월드’의 며느리 사랑을 맛본다.

다 함께 먹는 아욱국의 참맛!
– 경기도 고양시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밤낮의 기온 차가 커지는 가을이 오면 작물의 생장 속도는 더뎌지고 맛은 꽉 차게 된다. 그런 자연의 이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농부일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 숲 사이에서 밭을 일구는 도시 농부 이상린 씨도 땅에 기대어 산 지 십여 년. 농부 시장을 앞두고 수확을 준비하는 그의 손길이 진중하다. 올해 그가 공들여 맛을 들인 작물은 문 걸어 잠그고 먹을 만큼 맛있다는 가을 채소 아욱이다.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 닫고 먹는다’, ‘가을 아욱국은 사위만 준다’는 속담을 보면 가을에는 아욱국을 먹어야 한다는 선조들의 ‘맛 참견’이 들리는 것 같다고.

반면 ‘아욱’ 하면 따라오는 속담들이 못마땅한 이도 있다는데, 바로 아내 안정미 씨다. 그녀의 불만은 그 맛있는 아욱국을 왜 저들끼리 먹냐는 것! 맛있는 음식일수록 여럿이 나누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정미 씨의 말에서 그녀의 넉넉한 인심이 엿보인다. 손이 크다 보니 자연이 음식 솜씨도 늘었다는 정미 씨가 오늘은 제철 맞은 아욱으로 다 함께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겠다고 나섰다.

아욱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보리새우를 잔뜩 넣어 구수한 내음의 토장국 끓여내고, 아욱 쌈밥에 실한 대하살을 넣어주니 가을빛 완연한 아욱 밥상이 차려졌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으니 배가 된다는 아욱의 참맛을 느껴본다.

풍성하여라, 떡메 치는 가을!
– 충청남도 보령시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농부들이 한 해 노고의 결실을 보는 가을은 어느 계절보다도 풍족한 시기다. 추수를 마치고 햅쌀로 떡을 해 먹는 풍습 역시 농민들이 가을의 풍성함을 누리는 일환으로 전해져왔다.

‘가을비는 떡비. 겨울비는 술비’ 라는 속담에서도 먹을 것이 풍족한 가을에 비가 오면 일을 쉬고 떡을 해 먹었던 조상님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은고개 마을 사람들도 추수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손을 모아 수확하는 것은 바로 뽕나무 잎. 마을 사람들의 노후 준비를 위해 선택한 양잠 사업이 뽕잎이라는 특별한 수확물을 가져다주었다는데.

이른 봄부터 시작한 누에 농사는 가을철 뽕잎 수확까지 마쳐야 마무리가 된다. 봄철의 연한 뽕잎이 누에의 양식이라면 가을 뽕잎은 사람의 몫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뽕잎은 누에와 사람, 모두에게 좋은 영양분이 된다고. 가을걷이도 끝났겠다, 은고개 마을 사람들이 뽕잎을 이용해서 떡 만들기에 나섰다. 뽕잎 가루와 찹쌀가루 잘 섞은 반죽을 떡판 위에 대령하자 구령에 맞춰 물 묻히고 떡메 치는 모습이 그 옛날 속담 속 한 장면처럼 정겹기만 하다. 뽕잎 가루 넣은 가래떡으로 떡국까지 한 그릇씩 먹고 나니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는 은고개 마을 사람들. 그들과 함께 속담 속 가을 정취를 느껴본다.

대추나무에 웃음꽃 피었네!
– 충청북도 보은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대추의 고장 보은은 대추와 관련된 속담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데. ‘삼복에 비가 오면 보은 처자가 운다’는 말은 대추가 여물 시기인 삼복에 비가 오면 그 해 대추 농사를 망쳐 시집 밑천을 마련하지 못하는 보은 처자가 슬퍼한다는 뜻으로 보은 농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속담이다.

유난히 가물었던 올해 여름도 보은 농민들은 대추 걱정에 속이 탔다는데. 5년 전 보은으로 귀농한 김동현 씨의 대추밭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귀어를 알아보던 중 생대추의 맛에 반해 보은에 자리를 잡았다는 동현 씨. 올해 가을 대추 수확이 반가운 것도 무엇보다 생대추를 다시 맛볼 수 있어서라고 한다. 양반 대추 한 알이 아침 해장이라는데 동현 씨 가족이 먹는 양은 족히 한그루는 되어 보인다. 이 먹성 좋은 가족은 직접 키운 대추로 다양한 음식을 해 먹는다.

대추 과육만 걸러내 걸쭉해질 때까지 오랜 시간 끓여낸 대추고와 대추조당수, 건대추 잔뜩 넣고 푹 고아낸 육수로 만드는 이북식 온반에 대추 다져 넣은 떡갈비까지. 그야말로 밥상이 대추 일색이다. 매년 가을 대추와 사랑에 빠지는 가족을 만나본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KBS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영한다.

주요기사
방송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