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하나의 특징일 뿐...매력적인 친구로 인식되도록 시도"
"다큐 목적은 감동...변화 이끄는 방아쇠 역할 기대"
EBS 정재응 CP, '불멸의 진시황' '학교폭력 공감프로젝트' '세상을 비집고' 등 기획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EBS '세상을 비집고'가 지난 4월 첫 방송 이후 시즌2를 진행 중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며 호평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기획한 EBS 정재응 CP(책임 프로듀서)를 만나봤다.

'세상을 비집고'는 다큐멘터리보다는 관찰 예능에 가깝다.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네 명의 청년들이 다양한 체험을 해나가는 형식이다. 장애인의 고충을 알아달라는 호소가 아닌,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젊은이들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시도는 여러 방면에서 계속돼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극복됐느냐 물으면 확신하기 어렵다. 정 CP 역시 "장애인 편의 시설은 많이 좋아졌지만, 장애인을 대하고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오히려 과거보다 지금 차별이 더 심해진 것 같다"라고 파악했다.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때문에 장애인을 소재로 하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했다. 그동안 장애인을 동정, 연민의 대상으로 비추던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그는 "기존에는 대부분 장애인을 불쌍하고 동정하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봤다. 근데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불편하니까 보질 않는다"라며 "밝게 가고자 했다. 장애는 키, 몸무게처럼 하나의 특징일 뿐이다. 그들을 매력적인 이웃이자 친구로 인식되도록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장애인은 보듬어줘야 하는 존재'라는 식의 안쓰러움으로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장애인치고'라는 프레임 없이 출연진 개개인이 가진 매력을 발견했고, 프로그램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28년 넘게 방송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정재응 CP는 '방귀대장 뿡뿡이' 등 유아 프로그램부터 '불멸의 진시황' 등 역사 다큐멘터리까지 1,000편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다큐프라임: 학교폭력 공감프로젝트', '세상을 비집고'에 이어 오는 11월 23일 '다큐프라임 : 다이어트 혁명' 방송도 앞두고 있다.

학교 폭력, 비만, 장애인 편견.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사회 문제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정 CP는 "그때와 지금은 다른 상황이다. 그때 만든 시스템, 제도, 인식들이 어떤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슈가 바뀐다"라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현실을 직면하고 고민하며 다큐멘터리를 하는 본질은 ‘바뀔 수 있다’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실제로 '다큐프라임 학교폭력 공감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를 체감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비포스쿨'이라는 프로그램 만들었다. 중,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시점에 아이들이 서로 간의 공통점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이는 대상군에서 학교폭력의 시작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올해 8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정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기도 했다. 정 CP는 "1년간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의도했던 걸 시청자들이 인정하고 받아주는구나 싶었다"라며 뿌듯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반복되는 주제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익숙함 속 새로움이 필요하다. "세상에 새로운 아이템은 없다. 새로운 접근, 시각이 존재한다. '왜?'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한 정 CP는 Something New (새로움과 차별화), Something Significant (유의미함), Something Entertaining (즐거움) 이른바 '3S'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새로움과 차별화' 면에서 볼 때, 다큐멘터리는 아이템 자체가 새롭거나, 아이템에 대한 시각과 해석이 새로움을 증명해야 한다. '유의미함' 면에서 볼 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욕구에 맞닿아 있어야 한다. 역사 다큐멘터리 역시 마찬가지다. '즐거움'과 관련해 다큐멘터리가 영화나 드라마, 오락처럼 흥행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내용과 영상에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해서 흥미를 높일 수 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사진=EBS 정재응 CP / 이현지 기자

'학교폭력 공감프로젝트'에서는 기존처럼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대신 아이들의 시선에서 학교폭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세상을 비집고'는 새로운 형식으로 편견을 타파했다. 

방송을 앞둔 '다큐프라임 다이어트 혁명'에서는 다이어트 후 다시 살이 찌는 '요요'의 원인을 분석하고, 비만 유전자 등에 관해 소개할 예정이다. 정 CP는 이번에도 새로운 시각에서 다이어트를 바라보고자 했다. 그는 "사람마다 체질, 유전자가 다 다르니, 자기 몸에 맞는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주문형 다이어트에 대해 다룬다. 원인이 뭘까 보면 유전자더라"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효과는 뭘까. 정 CP는 그 목적을 ‘감동’이라고 전했다. "사회변화에 중요한 건 관용성과 포용성"이라고 말한 그는 "다큐가 주는 감동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시대의 발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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