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빕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나 됐을까 사무실에 출근해서 방송 스케줄 정리하는데 전화가 왔다. 심각한데 TV 좀 보라고 지금 상황을 묻는 보도국 편성 팀장 전화를 받고 TV를 켰다. 마침 YTN에서 세월호 침몰 승객 전원 다 구출 자막을 보고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던 장면이 떠오른다.

 자막 방송은 오보였고 세월호는 304명의 희생자를 냈다. 그 이후 문화 예술 종사자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는다. IMF 때보다 더 힘든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저 시간이 지나가서 상처가 아물기만 기다렸다. 당시에도 전 직업군이 더 열심히 살아서 슬픔을 극복하자는 분위기였는데 유독 문화 예술 분야만 자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화 예술 노동자 그들도 어느 직업군과 다를 바 없다.나 역시 매일 하던 방송은 편성이 바뀌었거나 없어지고 수입 없이 직원들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스스로 살길 찾아 떠나는 직원들과 버티는 직원들 대표인 나 역시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고 장기간으로 가면서 탄탄했던 조직은 와해될 수밖에 없었다.

그 트라우마가 지금 다시 연출되는 것 같아 너무 힘들다. 8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의 상처가 아물고 3년의 팬데믹을 겪어 내면서 준비한 축제와 행사가 하루아침에 다 취소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지금 정부는 5일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란다. 상황이 세월호 당시와 눈곱만큼도 다르지 않고 생계에 대한 아무 대책도 없이 하루아침에 문화 예술 종사자는 일을 잃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과 문화 예술 활동은 자율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왜 강요하는가?

모든 사람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듯 예술집단의 창작은 예술 활동은 추도의 의미 일수도 생계유지일 수도 있는 것이다.이벤트 산업 협회 부회장, 예술대학원 비전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나는 협회장에게 성명서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을 알기에 그리할 수도 없었다.

대부분 주경야독하는 예술 대학원생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공연 창작 분야는 당장 공연이 취소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나 역시 희생자와 같은 아들, 딸의 아버지고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은 부모와 같은 심정이다. 힘든 시간을 같이 헤쳐나가고 있는 사람으로 책임과 반성을 공감하는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 입장에서 추모의 방법을 창작자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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