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야쿠자와 삼류 영화감독 우정과 인생 다룬 연극
남녀노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작품
유병훈·임진섭·신창주·정다함 등 출연
내년 1월 15일까지 플러스씨어터

사진=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대극장과 달리 대학로 공연은 유독 가족 단위 관객이 적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 타겟층인 2030 여성 관객들을 겨냥한 작품의 '코드'도 한몫 차지하리라.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는 참 반갑다. 가족, 친구, 커플 구분 없이 남녀노소 모두 가볍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사나이 와타나베'는 삼류 영화감독 만춘이 재일교포 야쿠자 와타나베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영화감독 장항준의 첫 연극 작품이다. 2010년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12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은 황희원 연출과 오세혁 작가가 각색에 참여했고, 장 감독은 예술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와타나베는 일본 빈민가에서 태어나 온갖 멸시와 천대 속에서 자수성가한 재일교포 야쿠자다. 현재는 부하 마사오와 히데오 둘 만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며 한국의 영화감독 만춘을 일본으로 초대한다. 만춘은 와타나베가 겪어온 고난과 역경에 주목하지만 와타나베는 멋진 액션 누아르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둘의 갈등에서 다양한 웃음이 만들어진다.

재일교포 야쿠자와 삼류 영화감독의 우정과 인생. 12년 전 창작된 작품이라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촌스러움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게 결코 싫지가 않다. 거기에는 왠지 모를 정겨움이 묻어있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극이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액션(활동)과 리액션(반응) 때문일 것이다. 장항준 감독 특유의 유쾌한 입담이 기저에 깔린 가운데, 말꼬리를 잡고 이어지는 대사와 행동들이 연신 웃음을 유발한다.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배우들에게 오롯이 맡기는 작품이다. 또한 웃음은 진지할 때 더욱 커지기 마련. 웃음기 싹 빼고 뻔뻔하게 펼쳐 보이는 연기는 관객들을 웃지 않고 못 배기게 한다.

사진=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와타나베 신이치 역의 유병훈은 중후한 목소리로 카리스마를 드러내지만, 귀여운 몸짓으로 반전 매력을 뽐낸다. 만춘 역 임진섭은 무대 위 구심점을 담당한다. 주로 토스와 리시브에 집중하는 리베로로써 팀플레이를 완성한다. 여기에 마사오 역 신창주, 히데오 역 정다함의 일인다역 멀티맨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유쾌한 웃음뿐 아니라 재일교포로서 겪어야 했던 아픔과 회한, 창작에 대한 열망, 영화와 인생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탭댄스와 노래, 액션까지 볼거리도 풍부하다. 하지만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한 시도에 비해 마무리는 다소 성급하다. 단순 재미보다 의미를 중요시하는 관객의 기대엔 못 미칠지도.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2023년 1월 15일까지 플러스씨어터에서 이어진다. 와타나베 신이치 역에 서현철, 손종학, 유병훈, 만춘 역 기세중, 유수빈, 임진섭, 마사오 역 신창주, 임진구, 히데오 역 정다함, 조은진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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