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기자단 분위기를 바꾸자.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MBC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과 관련 취재할 권리와 취재를 거부할 권리에 대해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 협회, 한국 여성 기자 협회, 한국 영상기자 협회, 한국피디연합회 등 6개 단체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총회에는 지상파·종편 등 방송사와 주요 일간지, 인터넷 매체 등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의 반장 격 기자들이 참석했다. 불참자 4명을 제외한 39명이 공동 대응에 찬성 표를 던졌으며 6명만이 공동 대응에 반대했다. 대부분 대통령실 취재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우호적으로 평가하던 레거시 미디어다.

(사진, 연합뉴스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0
(사진, 연합뉴스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0

답답한 마음에 과거 이야길 해본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은 과테말라에서 중미 5개 나라 정상들과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합동 정상회담을 했고 나는 대통령실 선발대로 취재한 적이 있다. 대통령 출입 기자단은 전용기를 타고 대통령과 같이 이동하지만 선발대는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미리 도착해서 사전 취재를 하고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정상회담의 목적과 앞으로의 일정 등을 챙기고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자사 타사 구분 없이 현안을 꼭지로 나누어 바이라인을 00 사 대통령 공동취재단으로 방송한다. 미국을 거쳐 중미 과테말라,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까지 가는 강행군이었다.

행사 일정 역시 다자간 정상회담이라 숨 쉴 틈 없이 짜여 있었고 방송 장비를 싣고 내리고 취재하고 한국 방송시간에 맞춰 위성 청약 시간 안에 송출까지 해야 하는 기적적인 스케줄이었다. 기억으로는 5개국이었는데 주변국가 정상들의 요청으로 9개국으로 확대 정상회담을 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 바쁜 와중에도 가장 힘들었던 일정은 김영삼 대통령의 새벽 조깅이었다. 당시에도 고령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국민과 외신의 관심사였기에 김영삼 대통령께서도 매일 거르지 않고 뛰었다. 기자단 역시 매일 하던 방송을 안 할 수도 없었고 각 사별로 당번을 정해서 취재를 거르지 않았다. 대통령과 매일 새벽마다 마주치는 기자들과의 만남은 취재외 사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중미 평균기온 18-9도의 온도였지만 습도가 높아 한국 영하 2-3도의 체감온도를 느껴 매일 감기에 시달렸던 기억도 있다. 대통령과 기자들의 일정 조율과 동선을 사전에 춘추관(대통령실) 비서진들은 거의 실전에 가깝게 준비했고 기자들의 취재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조건은 똑같을 것 같다. 당시에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언론도 있었고 김영삼 정부의 무능함을 저격하는 야당도 있었다. 기자와 대통령실은 언제든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고 정론직필을 위해 취재단과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상 단 한 번도 풀(pool ·대표취재) 언론사의 취재를 거부 한 적은 없다. 도어 스테핑을 하는데도 소통이 부족한것이 아닌가 싶다. 김영삼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나면 상대 정상에게 마이 프레스 기자들을 소개(?)하고 기자단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기자들에겐 우리 대통령이란 뜻 이 될 수도 있다. 이 분위기로 순방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실과 기자단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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