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징계하는가?

사진 제공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 최성범 서장과 소방관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이날 간담회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대응에 나섰던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2022.11.9
사진 제공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 최성범 서장과 소방관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이날 간담회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대응에 나섰던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2022.11.9

형님 소방복 한 벌 빌릴 수 있을까요? 반갑게 맞이하던 형님 얼굴이 갑자기 경직되었다.아니 뭘 빌려달라고 소방복이요 아주 큰 걸로... 안돼 누구 잘리는 거 보려고 그래 그러나 이미 형님의 눈은 내 몸의 치수를 재고 있었다. 삼풍사고 당일 소방대원 전체가 인명구조를 위해 현장으로 투입하는 그 시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00 소방서 홍보실 형님을 삼풍 참사 현장에서 만났다. 소방대원 말고는 2차 피해를 예방하고자 현장 접근이 불가능할 때라 기자들도 일반인과 같이 현장 접근이 안될 때였다. 현장에서 만난 소방관 형님과의 인연은 정년을 앞두고 홍보팀에 근무하실 때였다. 당시 어린이 화재 예방 포스터 미술전을 기획하고 홍보할 때로 기억한다. 화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 홍보를 어찌할까 하다 인연을 더듬어 날 찾으셨다고 한다. 될 수 있는 한 취재해서 방송도 해드리고 영상도 몇 개 제작해 드리고 할 때였다. 그게 인연이 되어서 도움을 받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난 어쨌든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알려야겠다는 목적으로 소방대원들 틈에 묻어서 붕괴된 건물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당시 언론사의 취재 경쟁이 과열되어 특종에 혈안이 되어있을 때였다. 나 역시 욕심 반 기자 정신 반이었고 물불 가리지 않을 때라 현장에는 들어갔지만 칠흑 같은 어둠과 정강이까지 차오른 물이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순간 얼음... 여기에 수백 명이 생사를 모른 채 뭍여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방복을 입고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지고 건물 잔해를 해치며 물길을 걷는 내 모습이 지금도 꿈속에 나타나기도 한다. 당시 소방복을 입어보고 깜짝 놀랐다. 헬멧과 옷만 입었는데도 이걸 입고 뛰고 사람을 구 조 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난 움직이기도 힘든데 만약 구조 장비까지 들었다면 아마도 내가 구조 대상이 될 것같았다. 그리고 꼬박 한 달을 삼풍 주유소에 숙소 아닌 숙소를 만들어 놓고 실시간 생존자와 현장 상황을 알리는 방송을 했다. 한여름 삼복더위에 얼음 스카프를 만들어 목에 걸고 얼음 물을 입에 물고 살았지만 탈진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할 때였다. 당시 소방대원은 그 옷을 입고 24시간 건물 잔해를 해치며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면서 한달여를 같이 생활했다. 소방관이 구조 현장에서 나오면 제일 먼저 뛰어가서 새로운 내용을 취재하기 바빴지만 소방관 몸에서 배어 나오는 특유의 냄새와 숨이 턱밑에 까지 차 있으면서도 질문에 침착하게 응대했던 수많은 소방관들을 기억한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은 사명감 없이 직업의식 하나만으로 소방관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였다. 이태원 핼러원 참사 구조활동을 했던 일선 소방관들을 징계한다고 한다. 특히 최전방에서 현장을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 서장을 징계한다고 한다. 최성범 서장은 책임질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한다. 소방의 날이 지난 9일 이었다.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소방관 “제발 살아만 있어라 내 목숨 걸고 구하겠다. ” 삼풍 구조 현장에서 어느 소방관이 되뇌었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누가 누굴 징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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