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87회, 야생진미 - 밥상에 날아오르다
12월 1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문화뉴스 조아현 기자] '한국인의 밥상' 587회에서는 야생 새를 활용한 밥상을 소개한다.

수 천 년 전, 인간의 마당으로 들어온 새들. 좋은 날마다 상에 올랐던 닭은 물론 한겨울 사냥꾼인 매가 잡아주던 귀한 꿩과 추억 속 소주 한잔의 친구였던 메추라기까지. 하늘을 누비던 야생의 새들은 어떻게 우리 밥상에 풍요의 기쁨을 선사하게 된 걸까? 

몸과 마음의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우리 입맛에 날개를 달아준 음식들. 밥상 위로 날아오른 고마운 맛들을 만나본다. 

대를 이어가는 야생의 맛! 겨울나기 꿩 밥상
– 충북 충주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산 좋고 물 좋기로 이름난 충주의 수안보. 이곳에 거친 녀석들이 모여 산다. 야생성을 간직하고 있어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새, 꿩이다. 10년째 꿩을 키우는 차봉호 씨도 여전히 먹이를 줄 때마다 한바탕 난리를 치를 정도다. 키우기는 힘들어도 덩치가 크고 고기 맛이 좋아 오래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특히 겨울이면 야생의 꿩을 잡기 위해 매까지 동원했고 조선시대에는 꿩만 따로 파는 점포가 있었다. 그 귀한 꿩의 명맥을 이어가는 차봉호 씨의 가족. 약 40년 전, 그의 장모님인 박명자 씨가 야생 꿩의 알을 부화시킨 걸 시작으로 지금까지 꿩맛을 탐구하고 있다.

겨울이면 기름지고 살이 오른다는 꿩. 잘 삶아낸 고기와 육수는 겨울 밥상을 채우는 일등공신이다. 쉽게 질겨지는 꿩고기의 쫄깃함은 살짝 데친 요리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한 입 크기로 얇게 저민 꿩고기에 메밀가루와 전분가루를 입히고 여러 번 데쳐내면 마치 밀가루 수제비처럼 완성되는 꿩고기 수제비, 생치저비는 선조들이 즐겨먹던 유서 깊은 요리다. 고사리와 흡사한 통통한 고비는 씹는 맛이 일품인 꿩 허벅지 살과 함께 꼬챙이에 꽂아 산적으로 구워낸다. 박명자 씨 가족의 월동 준비는 꿩만두로 시작된다. 겨울에 잡은 꿩을 처마에 달아뒀다가 귀한 손님이 오시면 만둣국을 대접하곤 했다는데. 사위 차봉호 씨를 맞이하는 밥상에도 꿩을 올렸다. 단백질까지 든든해 채워줘 추운 산간지역 사람들에게 최고였다는 고기. 꿩 맛의 유산을 이어가는 가족들과 야생의 꿩처럼 힘이 솟는 밥상을 만난다.

철새 부부의 정착기, 기러기 밥상
– 충남 공주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충남 공주에서 농가를 운영하는 박규철 씨에게는 직접 키우는 채소들을 먹이며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우는 새들이 있다. 철새로 잘 알려진 기러기다. 철새처럼 전국을 돌며 직업군인으로 살던 박규철 씨. 북한 출신의 할머니가 대접해준 기러기 음식에 반해 기러기를 키우게 됐다. 사육용 기러기가 한국에서 시작된 지도 약 30년이나 됐다는데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들도 먹어왔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결혼식 날 먹을 정도로 귀한 보양식 재료. 한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 간다는 기러기는 우리 혼례상에 오르는 부부 금실의 상징이기도 하다. 6년 전, 남편이 기러기를 키우겠다는 걸 크게 반대했다는 아내 최순영 씨. 이제는 누구보다 기러기고기를 좋아하게 됐다고. 기러기를 키우며 요리 실력도 쑥쑥 늘었다는 기러기 부부가 그 맛을 밥상에 올린다.

 ‘하늘을 나는 소고기’라 할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고 소고기와 맛이 흡사하다는 기러기 고기. 귀농한 박규철 씨가 나눠준 덕분에 이웃들도 기러기 고기 맛에 눈을 뜨게 됐다. 큼직한 덕분에 기러기 백숙은 닭보다 한 두 시간을 더 끓여야 한다. 야들야들하게 삶아진 살코기는 육수에 넣어 갖은 채소와 시원하게 전골을, 곱게 다진 고기로는 쫀득한 기러기알과 버무려 완자를 빚고 완자탕을 끓여낸다. 기러기 고기 덕분에 협동심이 강한 기러기 떼처럼 이웃들과 어울려 살게 됐다는 박규철 씨 부부. 사람들을 한 데 어울리게 하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고마운 기러기 밥상이다.

황금알 낳는 새, 메추라기 날다!
- 경기도 여주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추억 속에 그리운 맛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들 중에는 날개가 달린 음식들이 많다. 그중에서는 겨울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의 친구였던 메추라기 구이도 있다. 작은 새지만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주고 서민들의 배를 넉넉히 채워주던 메추라기. 이태행 씨 역시 우연히 맛본 메추라기 구이에 반해 메추라기 농장에서 일까지 하게 됐다. 40여 년 전, 고작 3만 원을 가지고 경기도로 상경한 다섯 식구. 하루 메추라기 알 12만 개를 생산하는 산란 농가로 자리 잡기까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다섯 식구가 든든히 먹고 살았으니 메추라기가 그야말로 황금알 낳는 새라는 이태행 씨 가족.

오랜만에 친정을 찾은 딸을 위해 큰 맘 먹고 메추라기를 잡고 초란까지 넉넉하게 꺼낸다. 어릴 때는 양이 적은 메추라기 때문에 자매들 사이 쟁탈전까지 벌였다는데. 얼큰하고 매콤하게 끓인 메추라기 볶음탕은 이태행 씨 아버지의 안주이자 딸들의 밥도둑 반찬이었다. 어릴 때부터 메추라기 알을 줍고 또 먹으며 자랐다는 딸들에게 메추라기 장조림은 추억의 반찬이다. 매일 먹어 질릴 법도 한데 부모님의 땀과 노력이 깃든 메추라기 알은 여전히 딸에게 최고의 맛이란다. 어렵던 시절 그나마 넉넉했던 메추라기 알로 장조림부터 튀김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주던 어머니의 요리. 다섯 식구를 하나로 묶어준 고마운 메추라기로 차려낸 만찬이 풍성하다.

오늘은 닭 잡는 날!
- 전남 순천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산세가 닭의 발처럼 뻗어있어 이름이 붙은 순천의 계족산. 여기 청소골은 유독 닭과 인연이 깊은데, 과거 한양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손님들을 대접하는 닭 요리가 발달한 곳이다. 10여 가구가 오순도순 모여 사는 산골짜기 동네. 마을 부녀회장인 김미라 씨가 특별한 날을 맞이해 오래 키워온 토종닭까지 잡았다. 달걀을 내어주던 고마운 닭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없었기에 귀한 사위가 오거나 집안 어르신 생신 때 먹던 귀한 것이었다. 이 동네에서는 귀한 인삼 대신 흙에서 나는 알인 토란을 넉넉하게 넣어 토란백숙을 끓인다. 그 구수한 냄새가 동네 사람들 전부 모이게 했다는 추억의 보양식이다.

숯이 많던 산골짜기에 발달한 닭구이. 100여 년 된 씨간장 양념에 재웠다가 구워내면 최고의 손님 대접이 된다. 시장에서 많이 먹던 추억의 닭튀김, 바삭한 닭강정과 어머니의 묵직한 사랑이 담긴 산후조리 내림 음식이라는 호박오리찜까지. 동네 어르신의 생일을 맞아 푸짐한 잔칫상을 차린다. 함께 모인 자리나 즐거운 잔칫날이면 밥상에 올려 건강과 복을 기원했던 닭과 오리 음식들. 배고픈 시절을 넘어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새들과 날개 달린 밥상으로 힘차게 날아오를 힘을 얻는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KBS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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