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그룹 동 시대의 김수미 작 오유경 연출의 '그녀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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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을 수상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오유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현재 그룹 動시대 상임연출이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으로 <원더풀초밥> <듀스> <서글퍼도 커튼콜>, <은미노래방>, <변태>, <아가멤논 家의 비극>, <박제 갈매기>, <오셀로, 오셀로> <햄릿… 유령선>, <말하는 고양이>, <강철여인의 거울>, <오! 발칙한 앨리스>, <안전(+)제일> 등을 집필 또는 연출한 출중한 기량과 미모의 연출가다.

<그녀들의 집>은 나이 들어 몸이 굳어가는 병에 걸린 아버지와 세 딸, 그리고 아버지를 치료하는 전문의와 막내딸과 동성애를 한 여인의 이야기다.

몸이 굳어가는 병을 다발성 경화증(多發性 硬化症)이라고 한다. 과로하거나 몸이 너무 피곤하면 근육이 굳어지거나 눈이 침침해지는 듯한, 경험을 누구나 한다. 대개 일과성으로 지나간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고 여러 부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다발성 경화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다발성 경화증은 몸의 여러 부위가 점점 굳어가는 병. 피로감과 신경성 통증, 마비, 시야 혼탁 등이 갈수록 심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엉뚱하게 외부의 적이 아니라 스스로를 공격해서 생기는 자가 면역 질환의 하나다. 병이 진행되면 뇌에서 팔과 다리 등 신체 말단으로 연결되는 신경망이 손상되어 뇌의 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아 마비가 나타난다.다발성 경화증은 전 세계적으로 250만명, 국내에는 2300여 명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극에서 아버지는 일찍 아내와 사별하고, 딸 셋을 기르면서 유독 예쁜 막내를 지나치게 사랑해, 어려서부터 막내의 온몸을 자주 쓰다듬어 준 것으로 설정이 되고, 그로 인해 막내는 일찍 성감에 눈을 뜨게 되고, 자라면서 동성애는 물론, 결혼 후에도 남편이 신통치 않으면 갈아버리는 등, 두 번 이혼경력의 관능미 가 넘치는 여인으로 설정된다.

   
 

첫째는 피아니스트로 그녀의 연주곡이 연극의 도입과 중간에 축음기를 통해 아름답게 들려 나온다. 첫째 역시 유전인자 때문인지 다리가 굳는 병에 걸려 자주 넘어지고, 신장 중 하나를 제거수술을 받은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렇기에 건강한 둘째가 혼자 남아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다.

이 집으로 주치의가 자주 왕진을 하고, 주치의는 훤칠한 키에 귀태가 철철 흐르는 미남이다. 둘째는 가정적이고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아버지에게 효성을 다한다. 그리고 아버지 주치의를 연모한다. 그런데 다른 자매들이 하도 아버지를 보러 오지를 않으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연락을 해, 나머지 두 딸이 급거 귀가를 하게 된다.

오랜만에 대면한 세 딸의 모습에서 친자매의 다정함이나 정겨움을 감지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서로 왠지 모를 증오심까지 엿보인다. 아버지를 대하는 딸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여기에 처녀시절 막내와 동성애를 벌렸던 여인이 다리를 절룩이며 공구가 든 통을 들고 등장한다. 막내는 의외로 동성애 상대를 차갑게 대하니, 상대는 대단히 실망한 표정을 드러낸다. 이런 분위기 속으로 주치의가 등장을 하고, 첫째와 막내는 둘째처럼 첫눈에 주치의의 잘생긴 모습에 빨려든다. 막내는 미모와 관능미로 주치의를 유혹해, 주치의와 열정적인 입맞춤을 벌이기까지 한다. 이 광경을 목도한 둘째의 기분이 오죽하랴?.

원래 이 집에는 치명적인 독극물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살아있으나 죽어 있으나 같은 처지인 아버지는 딸이 넣은 독극물로 운명을 하게 된다. 주치의는 독극물에 의한 죽음이 아닌, 심장마비사로 진단을 한다. 둘째는 주치의와 치정행각을 더 벌이려 하지만, 둘째가 냉대하던 동성애 상대에게 목 졸려 죽임을 당한다. 둘째는 주치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고, 결혼해 줄 것을 청한다. 그러나 주치의는 일거에 거절을 하고 둘째를 외면한다. 둘째는 절망과 허탈감에 빠져 주저앉는다. 첫째도 주치의에게 은연중 매달리지만 주치의가 냉대하니, 첫째는 막내의 동성애 상대가 놓고 간 공구 통에서 망치를 꺼내 주치의를…그리고 자신도 아버지에게 먹인 독극물로…대단원에서 홀로 남게 된 둘째의 허탈하고 절망적인 모습에 첫째와 막내의 망령이 다가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중앙이 객석을 향해 경사진 무대이고, 좌우에 한자 높이와 여섯 자 넓이의 공간이 있고,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방으로 통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배경에 밀실 같은 공간과 그 왼쪽에 아버지 침실이 있다.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 소파와 탁자, 그리고 의자가 배치가 되고, 환자이동의자와 망치가 들어있는 공구 통, 장식장 위에 놓인 축음기, 주치의 진료가방, 쟁반과 찻잔 등이 극의 전개와 함께 제구실을 한다. 경사진 무대 밑으로 보이는 조명이 극적효과를 나타내고, 객석방향으로 설정된 창문을 열면 들리는 차의 소음이 대로변에 위치한 집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그리고 천정에 매단 여러 개의 백열전구와 갓의 흰색 부착물이 상징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장면에 따라 갈아입는 의상도 기억에 남는다.

이수미, 김종태, 이미라, 송인성, 이혜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2시간 동안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극을 기억에 아로새기도록 만든다.

음악 이호근, 음향 임서진, 무대·소품 김원현, 무대제작 최두선, 의상 오수현, 조명 조성한·김상호, 사진 이상욱, 조연출 신소이·김진솔·김정은, 기획 이은경·김현진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잘 드러나, 극단 그룹 動 시대의 김수미 작, 오유경 연출의 <그녀들의 집>을 연출력이 감지되고, 출연자들의 열연이 돋보인 고품격, 고수준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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