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추천하는 부여 당일치기 추천 코스는 어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다섯명이 발로 지어낸 인문학 여행서 "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다섯명이 발로 지어낸 인문학 여행서 "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

"작고 조용한 부여 안에 담긴 

크고 찬란한 부여"

2022년 봄, 방송사 프로듀서 출신의 국제 교류 전문가, 디자인 연구자, 예능작가, 사진작가, 콘텐츠 연구자가 모여 다섯 가지 관점의 부여 답사 가이드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러 차례 부여를 방문하며, 부여가 가진 매력을 발굴하고 스토리텔링 과정을 거쳐 로컬 콘텐츠를 만들었다.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새로운 방식의 인문 도시 답사의 방식이라 자부한다.

그 자부심으로 독자 여러분을 고아한 초승달이자 보름달의 도시 부여로 초대한다. 오랜 세월 미의 정수를 이어온 고대 왕국의 마지막 수도이자, 미래의 역사가 더욱 확장될 도시 부여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그 흔적이 우리의 발밑에 묻혀 있을 뿐이다. 동북아시아의 공예와 건축 혁명의 시발점이었으며, 문화예술의 수도였던 부여의 모습을 떠올리면 안타까움은 더욱 사무친다. 하지만 부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늘 높은 땅을 지키며 보듬고 있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으니 부여의 온전한 모습은 보름달같이 복원될 것이다. 당신의 발걸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 책 속 글 (본문)

지금의 부여는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아담한 산과 들판이 평화롭게 펼쳐진, 조용하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의 지방 가운데 하나다. 1읍 15면으로 이루어진 군으로, 중요한 장소들이 모두 엎드리면 코가 닿을 거리에 있어서 다리품만 잘 팔면 아름다운 부여를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게 경험하고 볼 수가 있다. 공간이 이러니 시간도 마찬가지다. 작고 평화로운 만큼 이곳에서는 시간도 금강의 흐름만큼이나 느리고 유유자적하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라면 부여의 이 시간에 익숙해질 시간이 잠시 필요하다. 이런 부여 아래에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완전히 다른 모습의 부여가 잠자고 있다. 이름부터가 그렇다. 부여는 원래 기원전 2세기경부터 494년까지, 멀리 북만주 지역을 지배했던 예맥족 국가의 이름이었다. 부여는 고조선이 멸망한 뒤 고대 한반도 북부와 드넓은 만주를 책임졌고, 고구려와 백제가 만들어지는 뿌리가 되었다. 이런 부여의 흐름은 백제가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 정책에 밀려 수도를 두 번 이전하면서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왔고, 지금의 부여, 사비라 불렸던 백제의 세 번째 수도에까지 내려온다. (19-20쪽)

1400여 년이 지난 뒤에 모습을 드러낸 백제 금동대향로는 그간 백제 문화를 두고 오가던 말들을 단번에 무색하게 만들었다. 백제 문화는 소박하니, 인간적이니 하는 말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이 보물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백제 금동대향로는 앞발을 치켜든 용 한 마리가 연꽃 봉오리를 물고 있는 듯한 형상인데,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위의 봉황, 향로의 몸통, 용 모양 받침대다. 각각의 부분들은 서로 다른 조형성으로 만들어졌다. 우선 맨 위의 봉황은 유려하게 흐르는 곡면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봉황의 몸통에서부터 긴 꼬리까지 이어지는 곡면의 흐름은 페라리 같은 최고급 자동차를 연상시킬 정도로 뛰어나다. (중략) 향로 하나를 이런 수준으로 만들었다면 다른 것들은 또 어떻게 만들었을까? 백제 금동대향로가 던져주는 남은 숙제다. (84-89쪽)

성흥산성에는 유명한 ‘인생 사진 성지’가 있다. 산성 위로 가면 늙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이 나무는 외견상 키 22미터, 가슴 직경 125센티미터, 수령 400여 년으로 관측된다. 바로 ‘성흥산 사랑나무’다. 자연 경관과 학술적인 면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564호로 지정되었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화제의 발단은 SBS 드라마 <서동요>(2006년)다. (중략) 이후 이 나무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한두 편이 아니다. <계백>, <일지매>, <여인의 향기>, <신의>, <대풍수>, <육룡이 나르샤> 등등. 특히 2019년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단숨에 ‘노을 맛집’의 사진 성지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성흥산을 찾아 인생 샷을 찍으려는 젊은 청춘 남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나무는 한 그루인데 스마트폰을 이용해 반전을 시키면 하트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인스타 감성과 인싸 문화를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줄지어 기다린다. (132-134쪽)

규암을 걷다 보면 일제 강점기의 규암백화점 건물과 정치인 김종필이 자주 머물렀다는 백마여관 등 적산가옥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그 외에 1950~1960년대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도 상당수다. 규암은 1950년에 요정과 술집이 무려 63개나 있었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물류의 중심지였다. 충남 서남부 교통의 요지이면서 서해의 배들이 규암까지 들어오는 육상과 해상의 교차점이었던 것 이다. 마을을 걷다 보면 시대감각이 흐릿해진다. 내가 걷는 이 순간이 2022년인지, 아니면 1970년대인지, 그것도 아니면 1940년대인지 헷갈린다. 규암백화점 맞은편 정원이 있는 근사한 2층 양옥집 역시 지금이 어느 시기인지 혼돈스럽게 만들었다. 어쩌면 규암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힐 만하다. (223-224쪽)

충청도는 말의 억양이 낮고 속도가 느리고 / 어감이 세지 않은데 / 충청도는 말과 음식이 서로 닮았다 / 충청도 사람들은 의견을 말할때도 / 내 의견을 반만 말하고 나머지 반은 / 상대방에게 맡긴다 / 식당에 가서 메뉴를 고를때도 / “밥은 뭐먹을겨?” / 물어보면 딱 부러진 대답이 돌아오는게 아니라 / “뭐든 괜찮유~~맵지만 않음돼쥬" / 이런식이고 / "술은 뭘로 헐겨?” / “뭐든 괜찮유~~ 막걸리가 워뗘유?” / 이런식이다 / 타 지역 사람들이 볼때는 주관이 뚜렷해 보이지 / 않지만 충청도 사람들은 이것을 / 상대방에게 결정의 여지를 좀더 주려는 배려라고 / 생각을 한다 / 충청도 음식도 말과 비슷하다 / 음식의 주재료와 양념이 서로의 영역과 선을 / 넘지않고 조화를 이룬다 / 주재료보다 양념이 세지않고 양념의 주장이 강하지않아서 주재료의 맛을 받쳐주는 그야말로 양념의 역할을 할뿐이다 / 양념이 주재료의 영역을 넘어서는건 그야말로 / 충청도 식으로 ‘경우’ 가 아닌것이다 / 말도 세지않고 / 음식도 세지않고 조화를 이루는 맛!! / 그것이 충청도의 맛이고 ‘영락없는’ 부여의 맛이다 (263-264쪽)

부여군에서는 굿뜨래 부여 10품이라고 이름을 짓고, 청정 자연에서 생산되는 열 가지 농산품을 선정한다. 2022년 기준 10품에는 수박, 밤, 토마토, 양송이, 멜론, 딸기, 오이, 표고버섯, 왕대추, 포도가 선정됐다. 여기서 딸기, 오이, 포도를 제외한 일곱 가지 농작물은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니, 부여군이 농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백제의 향기가 묻어나는 고도라고만 생각했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많은 농작물이 부여에서 생산된다니 좀 생경하기도 했다. 부여 여행은 눈도 즐겁고 입도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345-346쪽)

지은이

홍경수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KBSPD로 입사해 낭독의 발견, 단박 인터뷰를 처음 기획했고, 2004년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백상예술대상, 한국방송대상, 미국 국제에미상 심사를 맡았고, TBS 시청자위원장, KBS 경영평가위원, 한국방송학회 연구이사, 한국언론정보학회 기획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48대 한국언론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공저. 2022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기획의 인문학, 확장하는 PD와의 대화, 예능PD와의 대화등이, 옮긴 책으로 어원은 인문학이다가 있다. (이메일 hongks@ajou.ac.kr)

최경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 디자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원 때부터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의 위대한 문화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디자인을 하리라 결심하고 졸업 후 조교를 하면서 전국을 답사하며 한국문화 공부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계속 강의를 하다가 40세에 Good Design이라는 첫 저서를 내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우리 미술이야기3등 열 서너 편의 저서를 출간하고 있다. 쓰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저서가 나올 예정이다. 강의하는 것도 좋아해서 지금까지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해왔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민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고, 서울대학교에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 년 전부터 홋 컬렉션을 만들어 열심히 한국의 전통이 물씬 풍기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까지 하고 있다. (이메일 ckw8691@gmail.com)

정길화

현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으로 재임하면서 국제문화 교류와 한류 진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1982년 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1984MBCPD로 입사했다. 세상사는 이야기, 인간시대,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등 교양 프로그램과 시사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들었다. 방송대상, 통일언론상, 임종국상, 한국청년대상 등을 수상했다. 12PD연합회장, MBC 홍보심의국장,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중남미 K-POP 팬덤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공저. 2022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기록의 힘 증언의 힘, 우리들의 현대침묵사(공저) 등이 있다. (이메일 yonsol@hanmail.net)

김진태

방송작가로 김진태 1965년 충남 부여에서 출생, 부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1990MBC TV 우정의 무대를 시작으로 30년간 일요일 일요일밤에, 21세기 위원회, 강력추천 토요일, 청춘 신고합니다등 예능작가로 프로그램 다수를 집필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예능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은 책으로 # 예능작가(), # 큐멘터리 : 술로 50년 솔로 50(공저) 등이 있다. 부여로 낙향 후 노모 그리고 상추(), 배추()와 함께 사소하고 다정한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the 작업실 대표와 디턴 수석 크리에이터를 맡고 있다. (이메일 jakupsil2020@naver.com)

김수

자신에게 이과의 피가 전혀 흐르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어렵게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Siemens VDO에서 디플롬 과정을 했고, 삼성전자 S.LSI 사업부에서 상품기획 및 사업개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회사 생활이 힘들어질 때 즈음 중학교 때 했던 적성검사에서 예체능계가 월등히 높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선임연구원이 되기 전 퇴사했다. 평소 취미였던 사진을 직업으로 해보자 생각하고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사진의 길로 들어선 후 스냅사진과 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했다. KBS <단박인터뷰>, tvN <동네의 사생활> TV 프로그램의 사진작가로 참여했고, 윤하, 정엽 등 뮤직비디오 촬영감독으로 영상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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