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7시 10분 KBS 방송

[문화뉴스 우주은 기자] 서울의 한가운데, 정동은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오르는 치열한 역사의 중심지였다. 그렇기에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20분이면 오가는 그 아담한 정동 길엔 대한민국 교육, 외교, 언론, 종교 등의 ‘시작’을 연 공간들이 가득했다. 200번째 '동네한바퀴'에서는 600년의 시간을 이어내며 매일 살아 숨 쉬는 길, 정동 한 바퀴를 걸어본다.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속 '눈 덮인 교회당'과 '파이프오르간'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속 정동 길은 ‘다정한 연인들’도,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도 가사처럼 ‘아직 남아’ 수십 년 째, 이곳을 기억하는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그 ‘조그만 교회당’은 이 정동 길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 곳이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19세기 교회인 정동제일교회는 한때 독립운동의 본거지가 됐기 때문이다.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와 독립운동가들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등사했던 공간. 그곳은 다름 아닌 교회 내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의 송풍실이었다. 그들의 눈물과 땀이 남은 공간이어서일지 이 파이프오르간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폭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완전히 소실되진 않아 다시 복원돼 지금까지 남아 있다.

 정동 길의 유일한 아파트, ‘정동에도 사람이 산다’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정동 길에 거의 유일한, 오래된 살림집이 하나 있다. 바로 ‘정동아파트’라 쓰인 지상 6층짜리 1개동 건물이다. 1965년에 지은 아파트는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없는, 요즘엔 보기 드문 형태이지만 지어질 당시에는 상당히 고급아파트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오랜 세월만큼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대체로 편의 상 내부를 리모델링해 살고 있다. 옛 구조를 그대로 간직한, 단 한 채의 집이 다음 달이면 공사에 들어간다. 마지막 남은 정동아파트의 집 내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연말의 산타, 온기우체부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정동 길 원형 로터리에는 노란 우체통 하나가 있다. 익명으로 고민을 쓴 편지를 넣으면 답장을 해주겠다는 ‘온기우체통’이다. 이는 과거 힘든 시간을 거쳐 스스로 삶을 이겨내 왔던 한 청년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는데 5년에 걸쳐 이어진 이 비영리 활동은 돌담길의 작은 명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 우체통을 통해 한 주에 30통 이상의 편지를 받는다는 청년 조현식 씨는 뜻을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직접 손편지 답장을 쓰고 편지에 적힌 주소로 발송한다. 온기우체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이만기는 그들 곁에 앉아 온기우편함으로 보내 온 한 장의 편지를 읽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마음을 전한다.

성탄전야를 밝히는 12월의 기적 ‘구세군 자선냄비’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이맘 때 울려 퍼지는 구세군 종소리는 어려운 이웃들의 희망. 사계절 중 유난히 더 혹독한 계절엔 온정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만기는 옛 구세군 사관학교로, 현재는 구세군 역사박물관으로 열린 공간 앞에서 연주를 하는 구세군 브라스밴드를 발견한다. 손과 입이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도 이들이 연주를 멈출 수 없는 건 자선냄비 모금 때문이다. 브라스 밴드과 함께 시청역 앞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모금활동에 나선다. 온정을 나눌수록 커지고 더할수록 깊어진다.

서울 중심가 직장인들의 명소, 소고기영양전골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정동 길에서 몇 걸음만 나오면 펼쳐지는 익숙한 풍경들. 회색 빌딩 숲 사이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서소문은 오래된 식당들이 모여 있기로도 유명하다. 큰 대로를 따라 걷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 이만기는 50년이 넘은 한 가게에 들어가 소고기영양전골을 맛본다. 어머니 대부터 이어왔다는 이곳은 지금 아들 내외가 도맡아 운영한 지 5년째라는데.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재로 엉겁결에 맡은 반백 년 식당 일이 쉬울 리는 없을 터.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건 늦깎이 인연, 가게 단골로 만난 아내 덕분이란다.

서울 한가운데에서 새 시작을! 꿈꾸는 정동 청년들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오직 정동이 좋아, 어려운 선택을 한 두 명의 젊은이가 있다. 대한제국 시절 덕수궁 정관헌에서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고종을 떠올리며 현대식 끽다점(다방의 원조 격으로 정동에 포진했던 카페 형태)을 연 윤장섭 씨와 어느 가을,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이 길에 반해 무려 5년 간 자리가 나길 기다린 가죽공방장 송예진 씨다. 성벽이 높은 동네에 들어와 고충을 교류할 동료 상인도 없이 외로운 길을 걸어 나가는 두 사람이지만 그 누구보다 만족도만큼은 최상. 서울 한가운데에서 새 시작을 꿈꾸는 정동 청년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3대 모녀의 내리사랑, 50년 추어탕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점심 무렵, 정동을 지나면 요일 불문 긴 줄이 늘어선 식당이 있다. 바로 정동극장 옆 한 추어탕 집이다. 오래된 가정집 형태의 가게는 정동을 지킨 반백 년의 역사. 이집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손으로 직접 갈아내 혀끝에 걸리는 게 없이 부드러운 맛으로 인기라는데. 이만기는 한때 이 가게 주인들이 실제로 생활했다는 가게 내부를 보며 놀란다. 구조부터 미닫이 문, 옛날 장롱까지, 서울에 아직도 이런 집이 있었다니? 알고 보니 이 모든 게 식당의 역사이자 가족의 발자취라는 주인 가족들. 그래서 운영도 모계로 3대 째 세습 중, 세 여자가 똘똘 뭉쳐 작은 가게를 매일 갈고 닦는단다. 이만기는 정동의 명물, 추어탕을 맛보며 눈물도 많고 정도 많은 3대 모녀의 사연을 들어본다.

주요기사
방송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