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는 완전히 달랐던 베토벤 합창(Choral)”

공연일시: 1224()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휘 피에타리 잉키넨이나 KBS교향악단 단원들의 연주 마음가짐에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을 느끼며 역대 KBS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Choral)을 느꼈다.

역대 여의도 KBS홀이나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연말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때와 달리 KBS교향악단의 전례없는 긴장감 높힌 연주가 마치 나사를 바짝 조인 것 같은 연주의 느낌을 받았다. 우선 더블베이스의 좌측 배치로 신선감이 시야에 확 들어왔고 오랜만에 접한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나 KBS연주 단원들의 연주 몸놀림이 매우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 산뜻한 감을 줬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vor Gott(신 앞에)’ 지휘부분에서 회심(會心)의 지휘를 앞에서 뒤로 날려보내는 피에타리 잉키넨의 확신에 찬 자신감등 2023년 지휘 2년차를 앞둔 잉키넨의 지휘 리더쉽이 KBS교향악단 단원들을 꽉 장악하며 일사분란하게 연주되는 것이 역대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내게 불러왔던 것 같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Choral)을 리허설중인 피에타리 잉키넨과 4인의 솔로이스트들. (사진 KBS교향악단)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Choral)을 리허설중인 피에타리 잉키넨과 4인의 솔로이스트들. (사진 KBS교향악단)

-“짜임새있고 응집력있는 베토벤 교향곡 제92악장 Molto vivace”

이런 KBS교향악단의 변화는 2023년 레퍼토리들을 소개하는 잉키넨의 동영상이나 KBS교향악단과의 동행 1년을 결산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KBS교향악단과의 무대에 오를 지휘자들이나 솔로이스트, KBS교향악단의 팔레트가 다들 색채가 너무 다르고 너무 넓게 펼쳐질 것이라는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의 의욕에 찬 마음가짐에서 발현됐다고 본다.

1214,15, 16일 당초 서울시향과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지휘키로 돼있었던 핀란드 출신의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지휘를 이끌었더라면 멋진 연주대결 구도 그림이 서울 무대에서 그려졌을 텐테 오스모 벤스케의 지휘 불발로 아쉬운 마음이 큰 것은 많은 서울의 음악애호가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심성일 것이다.

KBS교향악단의 연주 내용면에서도 짜임새있고 응집력있는 베토벤 교향곡 제92악장 Molto vivace나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과 베이스 심기환등 4명의 독창자가 앞 좌석으로 배치되며 베이스 심기환의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O Freunde, nicht diese Toene!"하며 터져나오는 성량굵고 우렁찬 베이스 음색이 4명의 솔로이스트들이 오케스트라 뒷 좌석에 배치된 것보다 관객들에게 베토벤 합창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게 한 것 같다.

이런 분위기의 고조는 사전곡으로 연주된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작품 26의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의 핀란드여, 일어서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 강력한 기억으로 가득한 그대. 핀란드여, 일어서라, 전세계에 보여주오라는 문구가 압제에 시달린 한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돼 전반부터 피에타리 잉키넨은 이런 합창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신공신이 됐다.

공교롭게도 내 뇌리에는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2년전 20201224일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목요일 오후 7시 정명훈 지휘 "새 희망을 노래하다“-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가 떠올랐는데 정명훈의 흡사 팬데믹 시대의 2년전 크리스마스 이브 귀환 무대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탓에 합창석도 비고 관객이 많이 적었음에도 정명훈의 지휘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에 앞서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이 사실상 전무했던 2020년 필자로선 KBS교향악단의 특별연주회를 특히 많이 접했던 것 같은데 당시 객원지휘자 신분으로 무대에 올랐던 피에타리 인키넨이 지휘한 1031일 토요일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접한 KBS교향악단의 특별연주회VII 브람스 교향곡 제1번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피아니스트 손민수 협연), 그리고 1119일 있었던 세바스티안 랑 레싱 지휘의 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 VIII에서 선우예권 협연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과 브람스교향곡 제2번 연주가 그런 연주회들로 꼽을 수 있다.

-“악단만의 색깔 공고히 만들어가야 할 숙제 앞에 선 KBS교향악단

2년전에는 해외교향악단의 내한연주가 없는 탓이기도 했지만 객원지휘의 신선함 속에 일종의 추억효과(?)같은 브람스교향곡 제1번을 선사한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의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을 새로이 조망하는 계기가 돼 잉키넨도 이 무렵의 지휘가 좋은 평가를 받아 현재의 상임지휘자로 변신해 KBS교향악단의 변화를 확실히 관객들에게 체감케 하고 있어 새삼 격세지감이 든다.

코로나19의 펜데믹 기간동안 해외교향악단의 내한연주가 없었던 탓이기도 했지만 KBS교향악단을 포함한 함신익과 심포니송,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등의 연주단체등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외국 연주단체의 내한공연이 없는 시절을 클래식 관현악 연주의 음악으로 국내 음악애호가들을 다독이며 한편으론 국내 교향악단의 연주력을 새로이 조망하는 계기를 일반 음악애호가들에게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전 KBS교향악단의 연주회 감상을 마치고서도 느끼는 바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가 주도하던 시기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은 2주간 자가격리가 따르기 때문에 거의 볼 수 없었고 이런 시점은 KBS교향악단 같은 경우에 이런 펜데믹 상황을 잘 활용하면 교향악단으로서 쌓아온 연주력을 국내 관객들에게 더 잘 어필할 수 있는 더없는 좋은 기회로도 쓰여질 수 있다고 필자는 어느 매체에 기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 역설한 것처럼 어느 교향악단과의 비교나 눈치보지 않고 방대한 레포토리들을 소화해가며 KBS교향악단만의 색깔을 공고히 만들어가야 하는 숙제 앞에 KBS교향악단은 섰다.

2023128일부터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 선우예권 협연무대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과 말러교향곡 제5번 연주를 스타트로 내년 상반기에 이어질 엘리아후 인발 지휘 닝펑이 협연할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무대등으로 계속해서 관객들은 KBS교향악단이 이런 확실한 연주력의 변화를 체감케 해줄지 주목할 것이다.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의 변화는 내년 하반기에도 크리스티안 리프 지휘 알리스 사라 오트가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 슈트라우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등의 연주로 관객이 계속 주목할 것인 바, KBS교향악단의 이에 한껏 부응하는 분발을 주문해본다. (: 여 홍일-음악 칼럼니스트)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2012년부터 몇몇 매체에 본격 음악칼럼 리뷰를 게재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글로벌협의회에서 주한 대사 외교관들의 지방축제 탐방 팸투어 전문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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