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CJ 햇반 발주 중단, 진짜 원인은 마진율인가

사진 = CJ, 쿠팡 제공
사진 = CJ, 쿠팡 제공

[문화뉴스 이현기 기자] CJ제일제당(이하 CJ)의 제품 '햇반'을 놓고 CJ와 쿠팡이 여전히 대립 중이다.

지난 11월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햇반을 비롯한 CJ 주요 제품들(비비고 만두, 김치 등)의 발주를 중단했다. 쿠팡은 CJ가 계약상 햇반 공급량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주요 상품들의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무리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발주 중단 이유를 밝혔다. 

이에 CJ는 최근 쿠팡과 진행한 내년 마진율 협상에서 쿠팡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자 쿠팡이 일방적으로 상품 발주를 중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이 가격 주도권을 얻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서로가 갑질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양측 모두에게 큰 손실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CJ 제품이 고객 수요가 높아 쿠팡의 매출 하락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CJ 또한 강력한 유통채널인 쿠팡을 잃는다면 매출 하락은 물론 제품의 시장 점유율도 경쟁사 제품에 추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매달 일정 요금을 내고 로켓 배송,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을 받는 쿠팡 '와우' 회원들의 경우 발주가 중단된 CJ 제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해당 혜택을 포기하고 다른 유통사를 이용해야 한다.  

불붙은 논쟁

사진 =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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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관계자는 "CJ의 햇반 공급률이 당초 약속 물량 대비 50~60%밖에 안된 것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다"며 CJ의 계약 불이행이 제품 발주 중단 계기라고 밝혔다.

이에 CJ 관계자는 "쿠팡이 인기제품인 햇반을 자사의 창고에 쌓아놓기 위해 물량을 과도하게 발주한 것이 문제"라며 "오히려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쿠팡에는 발주량 대비 높은 공급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쿠팡 관계자는 "국내 쌀값 폭락 등에도 햇반의 공급가를 높인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비해 과도한 CJ 제품의 공급가 상승률을 지적했다. 

CJ는 올해 3월 즉석밥 시장점유율 1위 제품 햇반의 평균 공급가를 8%가량 올렸다. 또한 냉동만두 시장점유율 1위인 비비고 왕교자 공급가를 11.8% 인상하는 등의 결정을 내렸다. 

CJ 관계자는 "특정 품목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특정 제품의 공급가 인상률을 비교하는 것은 통계의 오류다"고 언급하며 "햇반 공급가에 쌀값은 작년을 기준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올해 쌀값 폭락과는 상관 없고 올해 초 LNG 에너지 비용과 임금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엇갈리는 주장과 제기되는 의문

사진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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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가 쿠팡과 약속한 햇반 공급 물량의 일부만 납품한 사실에 대해 쿠팡의 과도한 발주량을 탓하자 일각에서는 왜 발주 물량을 사전에 제한하지 않았냐고 지적하고 있다. 

쿠팡은 다른 이커머스 유통사와 달리 자사의 창고를 두고 직매입으로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상품을 중개하여 수수료만 챙기는 오픈마켓과 달리 제조사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매하고 마진을 붙여 팔기 때문에 제품의 공급량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쿠팡의 발주 중단 결정이 CJ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소비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생각해 보면 해당 결정이 소비자들을 위한 결정이라기보단 자사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CJ는 자사의 몇몇 제품의 공급가를 인상한 것이 부당하다는 쿠팡의 입장에 대한 근거는 빈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CJ 제품 공급가 인상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지적했으나 이러한 비교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CJ 관계자는 먼저 "작년 기준의 상승률이기 때문에 작년 공급가가 비교적 낮으면 올해 큰 상승폭을 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즉, 기준점이 애초에 낮으면 상승폭이 크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물가 품목별 인상률을 살펴봤을 때 그 안에서도 제품의 인상폭이 다양하다" 며 전체 품목의 인상률과 특정 제품의 공급가 인상률을 따로 비교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공급가는 원재료 외 유통비 등 부가 비용 포함해 책정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부당한 가격 인상인지 아닌지 딱 잘라서 말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쿠팡은 LG 생활건강(이하 LG 생건)에 경쟁 유통사 제품의 판매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LG생건이 이를 거절하자 거래 관계를 중단한 사실이 있다. 이에 LG 생건은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했고, 쿠팡은 33억 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당했다. 

아직까지도 CJ와 쿠팡은 서로 합의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모전이 지속될수록 양측의 피해만 커지기 때문에 협상이 긍정적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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