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 마틴 마르지엘라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롯데뮤지엄서 3월 26일까지 설치·조각·콜라주 등 총 50여 전시

[문화뉴스 이수현 기자] "아름다움이라는 속성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아름다움은 그러한 상황에서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속성이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b.1957)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어떠한 제약 없이 시각 예술가로서로서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누리는 마틴 마르지엘라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국내 첫 대규모 기획 전시다.

1980년대부터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주제인 ‘예술, 물질과 인체, 시간의 영속성, 젠더, 관객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에는 설치, 조각, 콜라주, 페인팅, 영상, 퍼포먼스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로 2008년 패션계를 은퇴해 예술가로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창작의 한계를 넘어서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데오도란트 Deodorant (2020-2022)/문화뉴스 DB
사진=데오도란트 Deodorant (2020-2022)/문화뉴스 DB

이번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는 미로같은 공간을 선보인다.

미로의 출발점에는 '데오도란트(2020-2022)'가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가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선택한 '데오도란트'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현대인의 필수품에 영감을 받았다. 작가는 신체에 대한 탐구를 통해 데오도란트라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매개가 현대 위생에 대한 강박과 몸을 관리하는 행위조차 산업화된 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협적인 영향을 주는지, 더 나아가 형태의 변형을 통제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여실히 보여준다. 

데오도란트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체취를 인위적으로 은폐하고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위생에 대한 관념도 산업화되어 버린 우리의 현실을 일깨운다. 

사진=바니타스 Vanitas (2019)/롯데뮤지엄 제공
사진=바니타스 Vanitas (2019)/롯데뮤지엄 제공

모발로 얼굴 전체를 덮은 실리콘 두상을 표현한 '바니타스(2019)'는 유년부터 노년까지 인간의 생애 전체를 머리카락의 색상만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밝은 빛을 띄는 머리카락에서 회색 빛이 돋보이는 머리카락으로 변하는 필연적인 운명을 녹여냈다.

사람들은 대개 염색으로 시간의 흔적을 감추려 하지만 종국에는 시간 앞에 패배를 인정하고 나이 듦에 대해 받아들인다. 시간의 흐름과 죽음은 필연적이다.

사진=모뉴먼트 Monument(2022)/문화뉴스 DB
사진=모뉴먼트 Monument(2022)/문화뉴스 DB

미로와 같은 전시 공간, 그 미로의 중심에는 '모뉴먼트(2022)'가 있다. '모뉴먼트'는 2021년 파리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에 전시된 작품으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롯데뮤지엄 공간에 맞게 구상했다. 전시장의 거대 공간에 설치된 '모뉴먼트'는 메쉬 프린트를 배경으로 대형 빈티지 소파 그리고 음향으로 구성돼있다. 

거대한 쇼파에 가만히 앉아 메쉬 프린트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 자신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관람객의 기억과 경험으로부터 특정한 순간을 일깨우고 설치된 이미지를 계속해서 환기시킨다. 

사진=레드 네일즈 Red Nails (2019)/문화뉴스  DB
사진=레드 네일즈 Red Nails (2019)/문화뉴스  DB

붉은 손톱을 거대한 규모로 형상화 한 '레드 네일즈(2019)'와 '레드 네일즈 모델(2021)'. 매니큐어는 1920년대 자동차 컬러 광택제가 개발되면서 함께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조 손톱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만드는 요소로 당시 매력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관련된 아이템이었으며, 빨간색은 매혹적인 여성과 스포츠 카의 이미지와 직결되곤 했다.

'레드 네일즈'는 인조화 된 매력적인 도구와 상징적인 색상이 사람들의 시각에 즉각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현대사회의 아름다움의 개념과 그 전형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사진=메이킹 오브 Making of (2022)/문화뉴스DB
사진=메이킹 오브 Making of (2022)/문화뉴스DB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는 아름다움의 개념과 그 구성원리,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요소에 대한 고뇌를 다룬다. 그에게 인간의 다양한 변신 방법과 도구는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이 글의 첫 문장을 다시 읽어보자. 미로 속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녹여 놓은 듯한 문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테니.

전시는 롯데뮤지엄에서 3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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