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편한세상', '아크로(ACRO)' 아파트로 알려진 DL이앤씨, 안전 수칙 위반 459건
중대재해 사고, 무엇이 진짜 원인?
무용지물인 중대재해처벌법, 사고 예방책은?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이현기 기자] 국내 TOP 5 건설사 중 하나인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잇따른 근로자 재해사고로 논란이 되고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DL이앤씨 사업장 사고 내역을 살펴보면, '3월 서울 종로구 건설 현장 전선 드럼 충돌 사고', '4월 경기 과천시 건설 현장 굴착기 끼임 사고', '8월 경기 안양시 건설 현장 콘크리트펌프카 붐대(지지대) 충돌 사고', '10월 경기 광주시 건설 현장 이동식크레인 붐대 추락 사고' 등 4건의 재해사고가 발생했고, 5명이 사망했다.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10월에 발생했던 이동식크레인 붐대 추락 사고 직후 피해자의 동료가 119에 신고했으나 회사의 안전 관리자들이 119 신고를 '취소'하게 한 후 회사 차량을 이용해 근로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피해자는 일주일 후 장기 손상으로 사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재를 은폐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으나, DL이앤씨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기록에 남기 때문에 은폐가 불가능하다"며 "사고 직후 안전 관리자들이 도착했을 때 피해자가 의식이 있었고 뚜렷한 외상이 보이지 않아 구급차보다 회사 차량으로 빨리 지정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자료 = 고용노동부 제공
자료 = 고용노동부 제공

지속되는 사고에 고용노동부는 DL이앤씨 사업장 67곳을 감독했다. 그 결과 65개 현장에서 459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중 안전조치 위반행위 158건에 대해서 사법 절차를 진행 중이고, 안전보건관리시스템 미흡 위반행위 301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약 7억 8천만 원을 부과했다.

중대재해 만연한 건설사

사진 = 2017년~2021년 중대재해 발생 순위 / 정보공개센터 제공
사진 = 2017년~2021년 중대재해 발생 순위 / 정보공개센터 제공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중대재해 발생 건수를 조사해 매긴 순위를 보면, 상위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대형 건설사에 해당한다.

순위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전신 대림산업은 중대재해 사고 18건 발생, 18명 사망으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대우건설로 중대재해 사고 24건 발생, 25명이 사망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산업재해 원하청 통합관리 제도 취지에 맞게 하청에서 발생한 사고도 원청의 사고로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순위에 대해 한 안전 전문가는 "건설 현장에는 위험 요소가 많고, 대형 건설사가 관리하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중대재해 사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나, 안전 수칙만 제대로 지켜도 사건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 수칙, 왜 지키지 않을까?

사진 = 붕괴사고 후 1년이 지난 화정 아이파크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붕괴사고 후 1년이 지난 화정 아이파크 / 연합뉴스 제공

DL이앤씨를 포함한 일부 건설사들이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건설업계 전문가 A씨는 "시간적, 금전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안전 수칙은 무시한 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며 "이 문제는 계약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저가 수주, 이익을 내기 위한 공사 기간 단축 등이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적발한 DL이앤씨의 근로자 추락사고 방지 조치 미준수, 대형 붕괴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거푸집 동바리 조립 미준수 등 안전조치 위반 158건에 대해, A씨는 "DL이앤씨가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키지 않은 것일 수 있다"며 꼬집었다.

모 건설사 본사에서 근무중인 B씨는 "건설업에선 하도급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아 공사 품질, 안전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원청인 거대 건설사가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맡기면 하도급은 또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맡겨 원청이 이 모든 인원의 안전을 관리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DL이앤씨의 관리자 및 근로자 안전교육 미실시 99건 중 61건, 관리감독자 위험성평가 미실시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부적정 사용 172건 중 103건이 모두 하청업체로부터 발생한 사실을 두고, B씨는 "원청인 DL이앤씨의 잘못도 분명히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하청업체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건설사 하청업체에서 근무중인 C씨는 "현장 근로자들도 안전 수칙을 다 지키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까다로운 안전 수칙을 다 지키면서 어떻게 일하냐는 분위기도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에서 만연한 중대재해는 건설사의 수익구조, 만연한 안전 불감증, 지나친 하도급 구조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은 무용지물?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 현장에서 사업주가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DL이앤씨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중대재해법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중대산업재해 단계별 대응방안'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중대재해 211건 중 163건은 수사 중이며, 기소된 사건은 31건이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후 지난해 산재사망자 수는 827명으로 2021년 828명 대비 차이가 거의 없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선, 안전 수칙 위반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들의 자율적인 관리 노력과 건설업계 구조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한편, DL이앤씨 관계자는 지난해 사고에 대해 "사망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합의 등이 상당히 진행됐다"면서도 "모든 사고 발생 사실이 밝혀진 그대로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지만 사업장 내 모든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을 원청이 전부 관리하는 것도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원청과 하청 감리회사들의 안전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더 요구되는 상황에서 DL이앤씨는 자사가 운영 중인 안전체험학교를 통해 신입사원과 협력업체 CEO 등을 대상으로 안전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기업 내 더 적극적인 사고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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