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전화 벨소리나 부재중 전화는 스토킹 아니야"
한국여성의 전화 "피해자의 두려움과 공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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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조우석 기자] 전화를 받지 않으면 스토킹 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에 논란이 되고 있다. 

30대 A 씨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약 7개월에 걸쳐 B 씨를 스토킹 했다. 300차례 이상의 전화, 20차례 이상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했다. 욕설을 동반한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B 씨를 책망하는 내용들이었다. B 씨의 집이나 부모님 집에 찾아가 기다리거나, B 씨의 차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이로 인해 A 씨는 지난해 5월 법원으로부터 B 씨에게 휴대전화나 이메일을 보내지 말라는 '스토킹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잠정조치 기간 중에도 A 씨는 17차례나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발신자 표시제한'이나 공중전화로 전화했다. 

검찰은 지난해 A 씨를 스토킹과 잠정조치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처벌은 없었다.

피해자 B 씨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하며 스토킹 혐의 공소는 기각, 처벌 불원과 무관한 '잠정조치 위반' 혐의는 창원지법에 의해 무죄가 선고됐다.

잠정조치에서 금지하는 행위는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주소로,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 하는 행위에 한정다. 

창원지법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가 성사되지 않아, '음향'이 송신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전화기 벨소리'는 '음향'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 7615)를 따른 것이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찍힌 17건의 '부재중 전화' 혹은 '차단된 전화'의 표시도 휴대전화 자체의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일 뿐, 피해자에게 도달한 부호나 문언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인천지법과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 등 같은 취지의 스토킹 혐의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전화를 걸었더라도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음향을 송신한 게 아니며, '부재중 표시'는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부호나 문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여성상담기관인 한국여성의 전화는 지난해 11월 판례에만 매몰돼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담긴 비판적 논평을 냈다. 또한 "피해자의 두려움과 공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라고도 말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화나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반복해서 음향이나 글 등에 도달하게 하는 행위'인 기존 스토킹 행위 규정에 '송신을 상대방이 인지한 경우에도 도달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같은 당 이성만 의원도 반복해서 전화 통화를 시도하는 행위 자체를 스토킹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유사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개의 법안은 현재 소관 위인 법제사법위 상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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