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94회, 설 기획 - 아리랑, 고개를 넘다
19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문화뉴스 최도일 기자] '한국인의 밥상' 594회에서는 밥상 앞에 모여 앉아 삶의 기쁨과 위로를 나누는 사람들을 만난다.
설 명절이 다가올 때면, 한 번쯤 ‘고향’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부르는 이 듣는 이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 소리는 노동요이자 사랑 노래로 때로는 가혹한 현실에 대한 저항심과 한의 노래로 마음의 고향이 됐다.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의 시기를 함께해온 아리랑 신명으로 넘고 맛으로 넘고, 아리랑과 함께 삶의 고개를 넘어온 이들의 밥상을 만나본다.
진도 사람 치고 소리 한자락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능가? - 진도의 풍요를 닮은 아리랑과 밥상
진도의 겨울은 바다도, 땅도 제철 맞은 산물들을 거두느라 쉴 틈이 없다. 요즘 들녘에선 봄동 수확이 한창이다. 구성지고 흥겨운 진도아리랑 한 가락에 허리 한번 펴고 숨을 고른다.
겨울바람 이겨내고 자란 봄동은 지금이 제맛, 양념에 쓱쓱 흥겨운 아리랑 가락에 봄동 무치는 솜씨가 거침없다. 소갈빗살과 듬북(뜸부기)를 넣은 소갈비듬북국은 명절이나 큰일 치를 때 진도에서 빠질 수 없다. 일을 하면서도, 밥을 하면서도 늘 함께해온 아리랑에 온갖 시름을 달랜 진도의 겨울 밥상이다.
아리랑의 역사, 우리에게 아리랑은 “쌀”과 같은 존재
아리랑을 언제 누가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지역마다 구전되는 소리에 가사가 더해지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알려지는데, 조선 후기 아리랑을 기록한 문헌을 보면 ‘아리랑타령’(阿里娘打令)을 ‘새로 생긴 고운 노래’ 즉, 신성염곡(新聲艶曲)으로 고종도 매일 밤 이 노래를 즐겨 들었다고 기록한다.
아리랑 연구가 김연갑 씨는 아리랑 소리를 찾아 40년 넘게 전국은 물론 해외까지 누볐다.
헐버트 박사의 아리랑 악보를 비롯해 아리랑을 전국으로 유행시킨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속 악보, 김구 선생과 광복군 아리랑 자료까지 발로 찾은 귀한 자료들과 함께 우리의 역사 속 아리랑의 흔적들을 살펴본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 뜨거운 응원가였던 밀양아리랑 속에 녹아든 인연의 맛
밀양에는 구슬픈 가락을 가진 다른 아리랑과 달리 신명 나고 경쾌한 아리랑이 전해온다.
감내라는 부락에서는 민물 참게가 많이 잡혔고, 참게를 선점하기 위해 줄을 당기며 겨룬 줄당기기가 오랜 풍습으로 전해온다. 이때 응원가로 부르던 것 역시 아리랑이었는데. 볏짚을 꼬아 줄을 만들고, 소 여물통에 물동이와 바가지 등 일상 도구들을 이용해 장단을 맞추며 줄당기기 놀이와 밀양아리랑의 원형을 지켜오고 있다.
어린 시절 참게를 잡아다 칼로 곱게 다져서 만든 찜은 줄당기기부터 곱게 다지기까지 가족들 먹이려는 어머니의 수고가 담긴 귀한 음식이다. 김치에 밥, 국수까지 끓인 김치밥국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듯 따끈한 한그릇이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맵싸한 제피보리단술까지 부르면 절로 힘이 나는 아리랑처럼 서로를 응원하는 귀한 밥상이다.
대금연주로 듣는 아리랑 – 그 소리에 담긴 정서
애달픈 대금 소리를 따라 가면, 깊고 처연한 대금 소리가 공간을 메운다. 공연의 시작과 끝이 ‘아리랑’이라고 말하는 중요인간문화재 제45호 대금 산조 보유자 이생강 명인의 연주를 통해 서울, 경기, 해주 등 다양한 지역의 아리랑 가락의 특징과 함께 그 소리에 담긴 한숨과 눈물, 한의 정서를 느껴본다.
첩첩산중, 모진 삶의 고개를 넘다 - 정선 아리랑
강원도 첩첩산중, 굽이굽이 높고 험한 고개를 넘으며 꺾이고 휘어진 아리랑 소리를 품은 정선. 가난한 농부로 평생 아리랑과 함께 살아온 김남기 명창의 소리에는 세월의 무게가 오롯이 담겨있다.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란 아리랑에 빠져 소리꾼의 길로 들어선 정선 토박이 최진실 씨는 정선에서 나고 자랐어도 아라리소리에 담긴 구구한 사연들을 이해하기는 젊은 나이다. 그런 진실 씨에게 정선의 어르신들 모두가 소리 스승이다.
콩을 갈아 죽처럼 쒀 끼니로 때우던 콩갱이죽과 메밀과 소금에 절인 갓김치, 감자 몇 개 넣고 끓인 메밀국죽은 먹을 게 귀했던 시절 허기를 채워준 고마운 음식이다. 먹고 사는 일이 참 고단했던지라 정선아라리 속에는 음식 이야기가 많다. 척박하고 고된 삶을 견디게 해준 아리랑 소리를 계속 이어가기를 꿈꾼는 정선 사람들의 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KBS1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