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96회, 겨우내 움트다 – 옹골찬 산골밥상
인제, 괴산, 임실, 원주 방문
용대리 황태, 사랑산 꿀, 누룽지녹두닭죽 등 음식 소개
9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문화뉴스 최도일 기자] '한국인의 밥상' 596회에서는 밥상 앞에 모여 앉아 삶의 기쁨과 위로를 나누는 사람들을 만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동장군, 무엇이든 자급자족해야 하는 겨울 산골 살이엔 부지런함이 곧 생명이다.

이맘때 가장 바쁘다는 덕장 속 노랗게 익어가는 황태들부터 봄이 오기 전 동면에서 깨워야 하는 겨울 양봉까지 겨우내 산은 다른 계절 못지않게 여전히 바쁘다.

올겨울 혹독한 추위를 지혜롭게 이겨나가는 산골 사람들의 지혜롭고 야무진 밥상을 만나본다.

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린 하늘이 내린 맛, 황태 – 강원도 인제

'한국인의 밥상' 용대리 황태, 사랑산 꿀, 누룽지녹두닭죽...인제, 괴산, 임실, 원주 먹거리 소개 / 사진=KBS1 제공
'한국인의 밥상' 용대리 황태, 사랑산 꿀, 누룽지녹두닭죽...인제, 괴산, 임실, 원주 먹거리 소개 / 사진=KBS1 제공

진부령과 미시령 고개 사이 하얀 겨울 왕국 속 황금빛 일렁이는 인제 황태 덕장으로 향한다. 용대리에선 전국 황태 생산량의 80%가 출하된다. 선선한 바람과 맑은 공기 거기에 큰 일교차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수많은 황태 덕장들이 자리 잡게 됐다. 겨우내 명태에서 누런 황태가 되기 위해서는 영하 10도의 기온 속 20번 이상 얼고 녹기를 반복해야 한다.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황태 입속에 들어간 눈을 일일이 털어내고 바람에 떨어진 낙태들을 주워야 한다. 33번의 손을 거쳐야 완성되는 고된 덕장 일이지만 황량한 산골 마을 사람들에겐 은혜로운 황태다. 

용대리 황태는 스펀지처럼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이다. 여기에 사과, 파인애플, 양파, 무를 갈아 만든 양념을 발라 요리하면 산 사람들에겐 육 고기보다 더 인기 만점인 황태구이와 조림이 완성된다. 어느 부위 하나 버릴 것 없는 황태는 대가리부터 뼈, 꼬리까지 요리에 응용된다.

가까이 산에서 얻을 수 있는 버섯과 약초를 더해 만든 황태 만둣국은 강원도 토박이들의 소울푸드인 동시에 영양 음식이다. 황태 덕분에 겨울에도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용대리 가족들을 만나본다. 

꿀 떨어지는 산골 부부의 달달한 밥상 – 충청북도 괴산

'한국인의 밥상' 용대리 황태, 사랑산 꿀, 누룽지녹두닭죽...인제, 괴산, 임실, 원주 먹거리 소개 / 사진=KBS1 제공
'한국인의 밥상' 용대리 황태, 사랑산 꿀, 누룽지녹두닭죽...인제, 괴산, 임실, 원주 먹거리 소개 / 사진=KBS1 제공

충북 괴산 청천에서도 이름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산에 정착해 알콩달콩 살아가는 정태효, 고홍배 부부가 있다. 정년퇴직 후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찾은 산에서 시행착오 끝에 10년 차 꿀벌 엄마 아빠가 됐다. 양봉과 산골 살이를 시작하며 부부는 서로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게 됐다. 달달한 부부의 삶만큼 꿀 떨어지는 겨울 밥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예로부터 겨울철 허해진 기운을 보충할 땐 호박쌍화탕을 끓여 마셨다. 보통 속을 판 호박에 처음부터 꿀을 넣고 끓이는 요리법이 유명하지만, 태효 씨는 꿀은 다 끓이고 난 후 마지막에 타서 마시는 것이 꿀의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범한 토마토 역시 꿀을 활용한 태효 씨의 레시피를 만나면 멋진 작품이 된다. 토마토의 속을 파내고 발사믹 식초로 버무린 샐러드를 채운 후 달달한 벌집 꿀을 얹으면 모양도 맛도 가득 채운 벌집꿀토마토가 완성된다. 인삼과 꿀을 곁들인 육회, 꿀을 가미해 달달하고 매콤한 맛을 낸 도리뱅뱅이,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를 이용한 다식 등 꿀벌 덕분에 척박한 겨울 속에도 꿀 떨어지는 행복에 젖어 살고 있는 부부의 산골 살이를 살펴본다.

치유를 위한 겨울 산 자연인의 산골 밥상 – 전라북도 임실

'한국인의 밥상' 용대리 황태, 사랑산 꿀, 누룽지녹두닭죽...인제, 괴산, 임실, 원주 먹거리 소개 / 사진=KBS1 제공
'한국인의 밥상' 용대리 황태, 사랑산 꿀, 누룽지녹두닭죽...인제, 괴산, 임실, 원주 먹거리 소개 / 사진=KBS1 제공

500고지 산속 오봉산 자락에 올해로 귀산 10년 차라는 김금산 씨가 있다. 도시에서 악기상을 운영하던 그는 갑자기 찾아온 심장병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으로 들어갔다. 

그가 산골자연인으로 생활하며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연 방목하는 닭이다. 닭들이 건강하게 낳은 달걀을 아침마다 한 개씩 먹는 것이 건강 유지 비법 중 하나다. 아내마저 배울 정도라는 금산 씨의 산골 요리는 특히 사위가 가장 좋아한다.

갓 잡은 씨암탉에 직접 채취한 약재들과 누룽지와 녹두를 가득 넣고 푹 끓이면, 백년손님 사위가 오면 꼭 대접한다는 금산 씨 표 누룽지녹두닭죽이 완성된다. 사돈이 보내온 삭힌 홍어도 자신만의 비법을 더해 더 맛깔나게 만들어 준다. 푹 끓여낸 수육에 묵은지와 삭힌 홍어를 올리고 거기에 청국장을 올리면 청국장이 삭힌 맛을 잡아줘 홍어를 싫어하는 사람도 그 맛에 반한다고 한다. 

한겨울, 산속에서 삶을 굽는 도예가 부부 – 강원도 원주

사진: 사진=KBS1 '한국인의 밥상'
'한국인의 밥상' 용대리 황태, 사랑산 꿀, 누룽지녹두닭죽...인제, 괴산, 임실, 원주 먹거리 소개 / 사진=KBS1 제공

면적의 77% 이상이 산악지대인 원주 신림면은 주변 지역보다 평균적으로 5도 이상이 낮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모든 것이 얼어붙는 날씨에도 산 아래 명선 씨의 집은 따끈하다. 

집 안 가마에서 도자기 굽는 도예가 명선 씨는 옆에서 묵묵히 자신을 돕는 아내와 토끼 같은 아내가 있어 행복하다. 몸으로 직접 자연을 체험하고, 넓은 자연과 접하며 자란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더 바르게 자랐다. 부부는 이것이 산골 살이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 여긴다.

추운 날씨에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가을까지 열심히 수확한 수확물을 땅속 비밀 창고에 보관한다. 강원도엔 이러한 땅속 저장문화가 오래전부터 발달해왔다. 이렇게 보관해 두었다가 꺼내 먹는 김치로 만든 김치전은 가족들의 밥상 위 단골 메뉴다.

한 해 농사로 얻은 무 역시 뭇국을 비롯해 고등어조림 등 여러 요리에 활용 돼 가족들의 일용 할 양식이 돼 준다. 도자기 굽는 솜씨가 일품인 명선 씬 직접 불판을 만들어 아내 금순 씨가 고추청을 넣고 버무린 주물럭을 연탄불 위에 구워낸다. 가족의 소박하고 옹골찬 밥상을 만나러 간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KBS1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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