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 오종 감독 퀴어 영화
드니 메노셰, 칼릴 벨 가르시아, 이자벨 아자니, 한나 쉬굴리나 출연
성별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측면으로 접근
정열적인 이끌림에서 집착과 싫증으로
마약 신, 시청 등급 우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85분, 오는 2월 15일 개봉

사진 = '피터 본 칸트' 스틸
사진 = '피터 본 칸트' 스틸

[문화뉴스 최도일 기자] 사랑은 복잡한 감정이다. 연인, 부부, 부모 자식 혹은 친구, 동료 더 나아가서는 인류를 향한 감정도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이렇듯 사랑은 한 개의 면과 층위를 갖지 않는다. 다면적이고 복층적인 감정이다. '피터 본 칸트'는 사랑의 면과 층위를 보여준다.

'피터 본 칸트'의 연출을 맡은 프랑소아 오종은 현대 프랑스 영화계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으로 독일 영화의 전설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1972년 영화 '페트라 본 칸트의 쓰디쓴 눈물'을 오마주해 다시 한번 재조명 받고 있다.

성공한 예술가 피터 본 칸트 역에는 '한니발 라이징'부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로빈 후드' 등에 출연하며 선굵은 연기력을 입증한 드니 메노셰가 발탁됐다. 칸트의 연인 아미르는 '스캄: 프랑스'의 칼릴 벨 가르시아가 맡았다. 둘을 소개하며 이야기의 문을 연 피터의 옛 뮤즈 시도니는 이자벨 아자니가 담당했다. 또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오마주한 '페트라 본 칸트의 쓰디쓴 눈물'에 출연한 한나 쉬굴리나가 피터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사진 = '피터 본 칸트' 스틸
사진 = '피터 본 칸트' 스틸

'피터 본 칸트'는 1972년 독일 쾰른에 사는 유명 영화감독 피터 본 칸트와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수행하는 어시스턴트 칼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어느 날, 오랫동안 피터의 뮤즈였던 여배우 시도니가 찾아와 피터에게 아미르라는 청년을 소개하고, 연인과 이별한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워하던 피터는 어린 아미르에게 첫눈에 반한다. 피터는 아미르에게 영화계의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성공한 유명 감독과 무명 배우는 서로에게 이끌려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영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금이 가는 둘의 사이를 조명하며 진행된다.

동성애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소재가 아니다. 동성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피터는 살찌고 나이가 많은 중장년이고 아미르는 23세 청년이다. 그럼에도 '피터 본 칸트'는 사랑의 면면을 표현한다.

사진 = '피터 본 칸트' 스틸
사진 = '피터 본 칸트' 스틸

두 사람이 정열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리고 관계에 균열이 가는 과정은 집착과 싫증이라는 납득 가능한 요소로 설명한다. 성별과 나이를 가리고 봐도 건강한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적정선을 지켜야 할 요소들이 그러지 못했을 때를 보여주는 서사였다. 이 지점에서 영화를 동성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별의 아픔을 감내하는 장면은 시청 등급의 측면에서 다소 우려가 됐다. 어두운 공간,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술과 담배에 찌들어가며 영혼이 갉아 먹히는 묘사는 세련되게 표현했다고 평할 수 있겠으나, 마약까지 하는 장면을 다소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부분은 최근 마약과 관련된 국내 이슈가 많은 부분에서 민감하게 수용해야 할 듯하다.

영화 중간 흘러나오는 사운드트랙은 세련되고 서정적인 선율이 사랑을 주제로 하는 가사와 맞물려 몰입을 도울 수 있다. 또한 가사를 집중해서 본다면 영화의 흐름을 암시하는 복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제7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고 제14회 샌디에고 퀴어 영화제에서 2관왕을 수상 이력을 지닌 '피터 본 칸트'는 오는 15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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