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부부
평일 아침 7시 50분 KBS1 방송

사진=KBS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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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우주은 기자] 강원도 삼척, 백두대간 삼수령 해발 800고지에 사는 박병준(66) 씨와 임연희(63) 씨. 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집을 지은 이유는 단 하나, 술 때문이다.

42년 전, 경북 봉화로 교회 봉사를 온 잘생긴 삼척 총각에게 첫눈에 반한 연희 씨는 남편 하나만 보고 스물한 살에 시집을 왔다. 남편 뒤만 졸졸 따라다녀, 남편은 그런 아내를 ‘강아지’라고 불렀단다.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남편과 명랑한 아내, 하지만 살림은 넉넉지 못했다. 

딸 하나 낳고 잘 키워보자 마음먹고 시장 노점에서 과일을 팔고, 튀김 장사를 했다. ‘집장만 하면, 딸내미 대학만 마치면, 결혼만 시키면...’ 그렇게 삶의 목표를 하나씩 이루며 달려온 삶.

삼척 점리에서 태어난 병준 씨는 가난한 삶에, 꿈보다는 먹고살기 바빴다. 14살에 고향 점리골을 떠나 삼척 시내에서 부지런히 살았단다. 그러다 나이 쉰에 병준 씨는 술 공부에 푹 빠져버렸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미생물공부를 시작하며 전통주와 발효강의까지 다녔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지독한 술꾼이다.

사진=KBS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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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내조의 여왕 연희 씨도 남편 따라 술독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고생 끝에 집도 사고 딸 대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켰고 바라던 바를 다 이루었다고 생각했을 때 연희 씨를 찾아온 건 다름 아닌, 허무함이다. 앞만 보며 살아온 아내는 목표를 잃은 허탈함에 밤마다 눈물로 지새웠다. 그런 연희 씨를 살린 건 술. 보리밥집 점심 장사를 마치면 점리골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술을 빚는다.

딸이 결혼한 후, 부부에게 술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그렇게 16년, 술에 빠진 부부 병준 씨는 사라져가던 삼척 화전민들의 전통술, ‘불술’을 복원했고, 삼척 지방의 큰 제례에 쓰이는 제삿술, ‘신주’를 빚어오고 있다. 몇 해 전, 점리골이 술 빚는 마을로 선정되고, 병준 씨는 이장직까지 맡으며 열의를 불태우는데 그런 남편 곁엔 음식 잘하고, 배포 큰 아내 연희 씨가 있다.
 
술 빚으랴 마을 살림 챙기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만 매일 저녁때만 되면 마을 어르신들의 저녁상을 챙기는 이장 부부. 오래전, 서로 어울려 살아가던 고향마을 같은 점리골에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옛 탄광촌이 들썩이는데 바야흐로, ‘신주 빚기’ 행사가 시작된다.

사진=KBS '인간극장'
사진=KBS '인간극장'

1부에서는 16년 전, 병준 씨는 술을 빚기 위해 아내 연희 씨와 함께 고향, 삼척 점리골로 돌아온 모습을 그린다.

삼척 전통주에 푹 빠진 술꾼 부부는 술 빚는 마을을 만들고 어울려 살아간다. 삼척 정월대보름제에 올릴 신주 빚기 날이 다가오고 마을은 잔치 준비로 분주하다. 

행사 전날 밤 교통 표지판에 분홍 가래떡을 둘둘 감아 뭘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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