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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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인생의 내리막길을 가고 싶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수직상승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하길 원할 겁니다. 그러나 인생이 뭐 원하는 대로 됩니까? 원하는 대로 착착 진행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뭐가 그리 심술궂은지 인생은 늘 원하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흐릅니다.

가까스로 성공을 해서 이제 좀 한숨 돌리나 했더니 뜻하지 않는 사고로 다시금 절망의 바다에 수장되기도 하고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끝도 없는 나락에 빠지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받은 배신의 상처로 인해 인간관계의 환멸을 느끼기도 하고 경쟁에서 밀려 한없이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아예 출발지점에서부터 시작도 해보지도 못한 채 곧바로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역시 내 인생은 내리막길이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20대 후반 때의 일인데 그때는 정말이지 뭐하나 잘 되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을 못해 계절이 몇 번 바뀔 때까지 백수로 지내야 했고 생활정보지에 글과 그림을 연재한 적이 있는데 5개월 정도 무보수로 해야 했고 자전거 타고 도서관에 가던 길에 전봇대를 들이받아 아스발트에 얼굴을 스캔한 적이 있고 돈 만 원이 없어 오랜만에 찾아온 후배를 그냥 돌려보낸 적도 있고 형이 하는 피자집에서 잠시 배달 일을 도왔는데 오토바이 타기가 서툴러 피자를 수십 판도 넘게 뒤엎은 적이 있고 피자집이 경쟁에 밀려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돼 가족의 눈물을 보기도 했고 그 나이 먹도록 연애도 제대로 한 번 못해 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꿈도 희망도 희미해졌고 청춘, 그것은 무기력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도 이 모양 이 꼴인데 내일에 뭐가 달라지겠어?

밥벌이를 해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

집 앞 놀이터에 앉아 종일 걱정 섞인 한숨과 현실을 외면하는 망상을 하며 보내는 게 그 날의 일과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터 벤치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과 중년의 남자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기운 내. 위기는 끝이 아니야. 위기라는 말은 위험하지만 기회라는 뜻이잖아. 분명 기회가 올 거야.

“완전 바닥이에요. 남은 게 하나도 없어요. 내리막길도 이런 내리막길은 없어요.”

“그렇게 않아. 지금 내리막길을 걷은 게 아니라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는 과정이라 생각해.”

두 분의 대화는 그 후로도 한동안 계속 되었지만 저는 일찌감치 벤치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이미 제 가슴 속에 울림이 전해져왔기 때문입니다.

‘내리막길은 끝이 아니라

다만 인생이 깊어지는 과정일 뿐이다.’

그 당시, 그 말이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나를 소외시키는 것 같고 이 세상 모든 행운이 다 나를 비껴가는 것 같고 이 세상 모든 돈이 다 나를 외면하는 것 같아 한없이 자신감이 땅에 떨어진 터인지라 그 말 한 마디가 저에게 뻗은 구원의 손길과 위안의 키스와도 같았습니다.

그 후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글로 인생의 승부를 보자는 목표도 생겼고 사라졌던 꿈과 희망도 새록새록 돋아났습니다.

그 말은 여전히 지금도 저에겐 큰 의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힘들 때마다 그 말을 꺼내 지친 어깨를 토닥거리고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웁니다.

살다보면 힘든 일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힘든 일은 꼭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옵니다. 힘든 놈만 더 힘들어지는 형국이죠. 그렇게 불행의 깊은 늪에 빠지다 보면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행복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불행하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다.

혹여 인생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꿈이라는 단어처럼 행복이란 단어 역시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 역시 행복을 끊임없이 추구할 것이며 올 거라 믿으며 단 한 번이라도 맛을 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뻔한 명구이지만 이 명구가 그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거라 믿고 소개합니다. 이 명구를 소리 내어 읽으며 내일의 태양을 가슴 뜨겁게 맞이합시다.

절망 속에서 희망이 피어난다.

끝이란 없고 다만 전환점일 뿐이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가까이 와 있고

밤이 깊어야 새벽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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