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아이터의 박재완 예술감독 김영래 작 연출의 '연기학원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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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출신의 배우 겸 작가이자 미남 연출가다.

<요리쿡! 과학cook!> <무지개 학교> <동민이는 내 친구> <똥이와 디룩디룩 대마왕> <밖에> <아이 만드는 남자> <연기학원 요양원> 등을 집필하고 연출했다.

요양병원이란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 병원'이다.(의료법 제3조 2항) 이런 요양병원에 입원하려면 치매나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 또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외과적 수술이나 상해 사고 이후 회복기를 필요로 하는 경우라야 한다.(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법령과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아닌데도 버젓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현실이 대표적이다. 요양병원을 둘러싼 거의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이런 노인의료 체계에서 비롯한다. 돌봄 서비스 중심의 요양원 등 '시설'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생활해도 될 노인이 의료 서비스가 이뤄지는 '요양병원'을 찾더라도 이를 막을 법·제도적 장치가 없다. 전문적인 의료시설 및 인력이 부족한 일부 요양병원은 되레 입원 치료가 필요없는 '환자'를 반긴다. 건강보험이 입원 적절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입원비를 대신 내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의료복지 분야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부실화를 막으려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연계 방안 마련 등 요양병원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가 자기 상태에 따라 각각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기관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입원·입소의 적절성 평가 기준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전국의 요양병원은 1,232개, 환자 수는 78만 9432명이고, 요양시설은 4,646개 수용인원은 15만 5,868명이다

무대는 요양원의 여자노인 병실이다. 왼쪽 벽에 침대가 세 개, 오른쪽 벽에 침대가 두 개 마련되어 있고, 오른 쪽 벽 배경 가까이에 출입문이 있다. 정면 벽에도 여닫이문이 있어, 화장실로 사용이 되고, 망령들이나 상상속의 인물들이 출입을 한다. 보행보조기구, 무녀복장과 기구, 의료기구 등 대소도구가 사용되고, 감추어 둔 음료수 병도 극 중 사용된다.

다섯 명의 여성수용환자는 각기 내력이 독특하다. 연배가 가장 많은 노인은 아들이 일찍 죽어 의지할 데가 없어 입소를 했고, 평소 보행보조기를 사용하지만 그냥 조심스럽게 걷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은 한창 때 영화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노인, 하지만 막대한 유산 문제로 자식들은 어머니인 이 노인을 요양원에 강제로 맡기고 유산을 나누어 갖는다는 설정이 마치 여성 리어왕을 연상시킨다. 또 한 인물은 무속 인이다. 무당노릇을 할 때 쟁쟁한 명성을 날리고, 고객이 쇄도했지만, 현재는 요양원 신세를 지니, 실력을 드러낼 수가 업지만, 끝부분에 놀라운 신통력을 발휘한다. 또 한 사람은 미군부대 앞에서 주점을 경영하던 여인이다. 날씬하지 않은 몸집이지만 밉지도 않다. 미군과 살림을 차렸지만 미군이 사망하자 그를 평생 잊지 못하고 혼자 살다가 요양원에 들어온다. 마지막 노인은 모진 고생을 하며 남편과 자식을 위해 애썼지만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려 떠나가 버렸고, 자식들도 아버지의 새 여자의 부유함에 이끌려 가버리니, 나이 들어 홀로 되자 요양원신세를 진다는 설정이다.

   
 

바로 이들이 수용된 요양원에 당국의 감사가 있게 되고, 의사와 간호사들도 이들보다 중환자를 수용시키기 위해 현재의 입소자들을 내보내려 하니, 다섯 명의 노인들은 요양원을 떠나지 않으려고 중환자 연기를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개개인의 장기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노래, 타악연주, 춤, 굿을 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러는 가운데 본격적인 굿거리가 펼쳐지면서 각자의 과거가 한 장면 한 장면 노출된다. 그리고는 과거의 인물들이 젊은 모습으로 망령처럼 등장을 한다. 바로 이 때 요양원에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하고, 다섯 명의 여자노인들은 스며든 연기에 질식을 하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한 사람 한사람 죽어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이용녀, 민경옥, 심지미, 김덕주, 조문경이 여자수용자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더할 나위 없는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김우정, 강사랑, 함승아, 김채경, 김보람, 한 건, 노동욱, 김영래 등 출연자들의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 최정후, 드라마투르크 이지언, 무대감독 차태홍, 조연출 한 건, 음악 박상철, 의상디자인 조현정, 조명디자인 김종석, 분장 김수연, 마케팅 김미연, 일러스트 전은혜, 무대 명성무대 박철우, 사진 윤준섭 등 스텝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아이터의 박재완 예술감독, 김영래 작·연출의 <연기학원 요양원>을 기억에 남을 친 대중적이고 감동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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