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스타십 발사 시스템 시험발사 실패로 돌아가
테슬라, 올해 들어 몇번이나 리콜
1분기 매출 24% 증가에도 순익 24% 감소
테슬라 주가 9.75% 폭락… 일론 머스크 재산 126억달러 '증발'

사진 = 이번에 시험발사한 스타십 발사 시스템의 실시간 중계 영상. 발사 후 4분도 되지 않아 자폭으로 시험이 끝났다 / SpaceX / 연합뉴스
사진 = 이번에 시험발사한 스타십 발사 시스템의 실시간 중계 영상. 발사 후 4분도 되지 않아 자폭으로 시험이 끝났다 / SpaceX / 연합뉴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많은 관심을 모았던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의 첫 시험비행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02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기업이다. 2008년 9월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우주로켓 발사에 성공한 뒤, 지금까지 발사체와 우주선 등 우주산업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우주산업 분야에서 스페이스X의 위상은 독보적으로, 사실상 현시대 인류의 우주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나사(미국)나 로스코스모스(러시아) 등 각국 정부 기관에서도 시도한 적 없었던 1단 로켓 수직이착륙 및 재사용에 성공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왔다.

이번에 발사한 '스타십 발사 시스템'은 다목적 '초대형' 우주 발사체다. 1단부 로켓인 '부스터'와 2단부 우주선인 '스타십'으로 구성된다. 스페이스X는 이 '스타십 발사 시스템'의 개발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현재 스페이스X에서 우주산업에 운용 중인 발사체 '팰컨 헤비'와 '팰컨9'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는 달과 화성, 외행성 탐사 계획까지도 준비하려는 계획이다.

스타십, 왜 주목받았을까

사진 = 스페이스X가 발사한 우주선 '스타십'의 모습 / SpaceX / 연합뉴스
사진 = 스페이스X가 발사한 우주선 '스타십'의 모습 / SpaceX / 연합뉴스

스타십 발사 시스템이 주목받았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전 부분 재사용 가능 발사체라는, 기존에 실현된 적 없었던 구상이다.

사실 우주선의 재사용이 처음은 아니다. NASA는 이미 아폴로 계획 등의 프로젝트로 우주왕복선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이는 발사체 전체를 재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로켓에 의해 우주로 올려지는 우주선만 재사용하는 것이었다. 1단 로켓을 포함한 궤도발사체는 바다로 떨어지며 강한 충격에 부서지게 되며, 여기서 인양한 일부 부품만 재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이미 로켓 재사용 기술을 증명했다. 현재 스페이스X가 운용 중인 팰컨 9과 팰컨 헤비에는 이미 복귀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데, 바다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지상의 착륙장이나 바다의 착륙선으로 비행해 수직으로 착륙하는 기술이다. 만약 이번 스타십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 스타십은 최초로 전 부분 재사용 가능 우주발사체가 될 예정이었다.

스타십 발사 시스템이 주목받았던 두 번째 이유는 스타십의 크기에 있다. 스타십 발사 시스템의 2단부 우주선 스타십은 높이 50미터에 폭 9미터로, 기존에 만들어진 어떤 우주선보다도 크게 설계됐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의 탑승 인원을 80명에서 120명까지로 잡았을 뿐 아니라, 식당, 영화관람시설 등 편의시설의 탑재까지 고려해 더욱 크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크게 만들어진 이유는 스페이스X의 비전에 있다. 스페이스X의 프로젝트 중에는 화성 식민지 건설이 있다. 그런데 지구에서 화성으로 갈 수 있는 최적의 주기는 26개월마다 돌아온다. 게다가 스페이스X의 구상에 따르면 매 주기 지구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인원의 수는 무려 10만 명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발사체는 대형화될수록 운송 무게 당 비용이 감소하고, 또 하나의 우주선으로 더 많은 인원을 보낼수록 필요한 우주선의 수도 줄어드니 우주선을 크게 설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타십 발사, 왜 실패했나?

이번 발사는 스타십 풀 스택(스타십 발사 시스템 전체)의 첫 시험발사였다. 그간 스페이스X는 이 스타십 발사 시스템을 위해 몇 차례 시험을 이어왔는데, 고정 상태로 연소시험을 하거나 스타십 또는 부스터만 개별적으로 시험했다. 그러다 올 연초 둘이 결합된 상태에서의 연소시험이 이어졌고, 이번에는 처음으로 둘이 결합된 상태로 발사 시험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오전 8시 28분, 스타십 발사 시스템이 발사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분 뒤, 스타십 발사 시스템이 공중 분해되며 첫 발사 시험은 그대로 실패로 마무리됐다.

스타십 발사 시스템은 발사 직후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다. 발사 직후 모두 점화되어있어야 할 엔진 33개 중 3개가 점화되지 않았고, 발사 29초 뒤에는 엔진 뒤쪽에서 부품이 터지듯 깨져나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두 개의 엔진이 더 꺼졌다.

사진 = 스타십 발사 시스템의 생중계 장면. 엔진 세 개가 꺼져있는 게 보이고(좌측 하단), 점화된 엔진 주변으로 깨져 떨어지는 부품들의 모습이 보인다 / SpaceX 유튜브 캡처
사진 = 스타십 발사 시스템의 생중계 장면. 엔진 세 개가 꺼져있는 게 보이고(좌측 하단), 점화된 엔진 주변으로 깨져 떨어지는 부품들의 모습이 보인다 / SpaceX 유튜브 캡처

발사체의 각도도 예정된 것과 달랐다. 상승하던 스타십 발사 시스템은 어느 순간 비행각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스타십 발사 시스템이 통째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2분 52초에 이미 분리됐어야 할 부스터는 분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스타십과 붙어있었다. 마치 텀블링하듯 빙글빙글 돌던 스타십 발사 시스템은 결국 발사 3분 59초 만에 안전을 위해 자폭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스타십 발사 시스템의 몇 가지 문제점이 확인됐다. 먼저 부스터 모듈인 '슈퍼 헤비'의 안정성 문제였다. 애초에 이 슈퍼 헤비는 정적 연소시험만 거쳤을 뿐, 스타십과 달리 비행 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지난 2월 초 부스터 연소 시험에서도 엔진 2개가 가동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궤도에 오르기 충분한 추력을 낸 것으로 평가되고 넘어간 뒤였다.

이렇게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시험에 투입한 결과는 참담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엔진 자체도 제대로 점화되지 않았고, 상승하는 내내 자세 제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분리됐어야 할 타이밍에 분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이러한 문제가 누적되며 발사 시스템 전체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또 스페이스X가 추가로 자료를 공개하면서 발사대의 문제도 확인됐다. 슈퍼 헤비 부스터가 그 이름처럼 강력한 출력을 내뿜을 때, 발사대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것이다.

폭발로 끝나지 않은 '일론 머스크 최악의 날'

이날의 악재는 발사 실패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 전날 테슬라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된 테슬라의 실적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은 분명 24% 증가했지만, 이는 테슬라가 지난 1분기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매출 자체가 늘었을 뿐이었다. 순익은 25억 1,3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수준이었다.

매출 총이익률은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영업이익률도 11.4%로 직전 분기보다 4.6%, 작년 동기 대비 7.8% 낮은 수준이었다.

스타십 발사 시스템의 시험 발사 실패에 전날 발표된 테슬라의 저조한 실적까지 더해지면서,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무려 9.75% 폭락한 162.99달러로 마감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이날 하루 주가 급락으로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126억 달러 감소했다. 일론 머스크는 1천 659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테슬라다.

사실 테슬라의 주가 폭락에 이번 실적 발표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몇 번이나 리콜을 진행했다. 그중 최근의 배터리 상태 진단 불가 문제를 포함한 몇 번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선에서 해결되어, 머스크는 이에 대해 '리콜이 아니라 업데이트'라며 '리콜'이라는 말의 쓰임 자체를 부정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테슬라는 볼트 고정 문제로 부인할 수 없는 '리콜'을 진행해야 했고, 이달 초에는 전기 트럭 '세미'의 주차 브레이크 밸브 모듈의 부품 결함으로 부품 교체를 위한 리콜에 들어갔다. 또 현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테슬라의 모델X 차량에 대해 안전벨트 결함과 관련된 조사에 착수한 상태이며, 주행 보조장치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대한 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은 '타도 되는 것 맞냐'는 말에서부터 '저걸 리콜이라고 해야 하나', '리콜 한 번이라도 해주면 다행인 회사도 있는데,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자주 업데이트해주면서 리콜이라고 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날 테슬라의 주가 하락은 국내 주식시장의 이차전지주에도 악재로 다가왔다. 바로 며칠 전인 4월 18일 주가 82만 5천 원을 찍으며 코스피 시가총액 4위를 차지했던 LG화학은, 며칠 사이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21일 77만 1천 원, 18일 마감 시점보다 6.32% 낮은 주가로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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