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불교 명절 '까손 보름날' 맞아 2,153명 사면
"사면 조건은 곧 정부의 감시 목록에 올랐다는 의미"
국제앰네스티, "애초에 투옥되어서는 안 됐다"

[문화뉴스 함예진 기자] 쿠데타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미얀마에서 명절을 맞아 2천여 명이 사면됐다.

사진=한 남성이 석방 이후 그의 친구와 친척들을 만나고 있다./EPA, 연합뉴스 제공
사진=한 남성이 석방 이후 그의 친구와 친척들을 만나고 있다./EPA, 연합뉴스 제공

현지 시각으로 지난 3일,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의 불교 명절 '까손 보름날'을 맞아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 구금된 2,153명을 사면했다고 국영 언론을 통해 밝혔다. 군부는 이번 사면에 대해 명절을 맞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사면의 배경이 된 미얀마의 불교 명절 '까손 보름날'은 부처의 탄생, 성도, 열반을 기념하는 날로, 우리나라의 부처님 오신 날과 비슷한 명절이다.

사진=가족들이 사면된 사람들을 태운 버스 주변에 모여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가족들이 사면된 사람들을 태운 버스 주변에 모여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면된 사람들은 대중의 불안 및 공포를 조성하거나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성명, 기사, 소문 등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구금됐다. 현재에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약 1,000명의 시민들이 아직 교도소에 구금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면은 사람들의 혐의를 완전히 벗기고 석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위법행위가 적발될 시 시민들은 다시 구금돼 남은 형을 복역해야 한다.

사진=한 남성이 그의 친척들과 함께 그의 석방을 축하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한 남성이 그의 친척들과 함께 그의 석방을 축하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이번 사면은 오로지 시민들만을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면에 대해 ABC는 '주요 인권 침해자라는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군사정부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미얀마에서 명절을 맞아 대규모 인원을 사면하는 것은 드물지 않으며 그때마다 미얀마 군부는 이미 시민들이 아닌 본인들을 위한 목적으로 여러 번 사면을 발표해 비판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총선을 앞두고 있던 군부는 미얀마 국경절을 기념하기 위해 기습 사면을 발표했으나 '보여주기식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미얀마 군부의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AP, 연합뉴스 제공
사진=미얀마 군부의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AP, 연합뉴스 제공
사진=미얀마군의 검문소/EPA, 연합뉴스 제공
사진=미얀마군의 검문소/EPA, 연합뉴스 제공

또한 이번 사면 역시 "국민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사면을 결정했다"던 군부는 사면과 동시에 저항 세력이 가장 거센 지역에 식료품 반입 차단을 계속 이어 나갔다. 검문소를 통해 기본적인 쌀, 소금 등까지 반입을 금지해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식료품조차 공급받지 못해 아사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진=한 여성이 아들의 석방을 환영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제공
사진=한 여성이 아들의 석방을 환영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제공

이번 사면을 두고 2021년 구금된 한 사람은 재구금 가능성을 담고 있는 사면 조건에 대해 "정부의 감시 목록에 올랐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미얀마 군부에 평화적으로 반대하다 구금된 사람들은 애초에 투옥되어서는 안 됐다"라고 했다.

이번 사면은 지난 3일 수요일부터 시작되었으나 석방을 모두 완료하기까지는 며칠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얀마는 2020년 11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아웅산 수치가 총선에서 압승하자 다음 해인 2021년 이를 부정선거라 주장하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며 NLD를 비롯한 민주 진영 인사들을 탄압하고 있다.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는 부정선거 혐의를 받아 33년형의 선고를 받아 수감 중이다. 인권 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현재까지 약 3,460여 명이 살해되고 2만 1,850여 명이 구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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