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좋고 소화제, 지사제 등의 역할도 해주는 매실
체내에서 '독' 되는 성분 들어있어… 섭취에 주의해야
독성 줄이고 안전한 '매실 음식' 만드는 방법은?

사진 = 초여름 과일인 매실은 매실청, 반찬 등으로 우리 일상 속에서 쓰인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 = 초여름 과일인 매실은 매실청, 반찬 등으로 우리 일상 속에서 쓰인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지난 5일 입하(立夏)를 지나며 우리나라의 계절은 여름에 접어들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도 쌀쌀한 바람이 돌지만, 낮이 되면 달아오르는 공기에 겉옷을 벗어들게 되는 시기, 초여름이다.

계절이 바뀌면 일상도 변화를 맞는다. 입는 옷, 업무 내용, 여가 활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계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의 양식을 바꾸게 된다. 그중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식생활의 변화일 것이다.

계절에 따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과일의 종류도 달라지고는 한다. 가장 맛있고 신선한 시기의 과일을 제철 과일이라고 하는데, 이 제철 과일 중에는 아예 특정한 시기가 아니면 수확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 수확되는 초여름 과일, 매실이다.

맛있는 반찬, 음료, 때로는 소화제와 지사제의 역할까지 해주는 일상 속의 보물, 매실에 대해 알아본다.

청매와 황매

과육을 그대로 먹지 않는 탓에 과일을 이야기할 때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매실은 엄연히 과일에 속한다. 매실은 수확 시점의 숙성 정도에 따라 청매와 황매로 나뉘는데, 이 중 흔히 생각하는 초록색 매실인 '청매'는 6월부터 7월 초순 사이에, 황매는 6월 하순부터 수확된다.

청매는 단단한 과육과 새콤한 맛을 자랑하는데, 옛 중국의 조조가 목이 말라 힘들어하는 병사들에게 "조금만 더 가면 매실 밭이 있다"고 속여 침으로 갈증을 달래게 했다는 일화에서 나오는 매실이 바로 청매다.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수확된 청매는 전국의 공장과 가게, 가정으로 옮겨져 한 해 동안의 먹거리가 된다. 반대로 황매는 신맛보다 단맛이 강해지고, 떫은맛도 줄어든다.

다만 황매의 경우 수확 시기도 일정하지 않고 수확량도 많지 않다. 청매가 익어 황매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황매의 수확 시기가 빨라지거나 늦어진다. 게다가 제대로 익어 수확하기 전 낙과되는 비율도 높아, 농장에 따라서는 청매는 그냥 판매하더라도 황매는 예약을 받아 판매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시중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청매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매실의 독성 '아미그달린'

하지만 매실, 특히 청매를 그냥 먹어서는 안 된다. 청매는 기본적으로 설익은 상태의 매실인데, 이 시기 매실의 씨와 과육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아미그달린은 우리 체내에 들어가면 효소에 의해 물과 반응, 가수분해되며 시안화수소(사이안화수소)가 되는데, 독극물로 잘 알려진 청산가리의 '청산'이 바로 이 시안화 수소다.

매실 안에 들어있는 아미그달린의 양이 사람에게 위험할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되도록 아미그달린의 섭취량을 줄이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

이 아미그달린은 황매가 되어 충분히 익으면 점차 줄어들게 되는데, 품종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과육에서는 1/3, 씨앗에서는 1/5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 줄어들어도 먹었을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어진다.

그렇다고 청매를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적절한 과정만 잘 거치면 아미그달린의 섭취를 피하면서도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청매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를 위한 매실의 독성 제거 방법이 시중에 널리 알려져 있는데, 개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섞여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미그달린을 제거하고 안전한 청매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가열하면 없어진다는 말은 '오해'

사진 = 매실의 독성 성분인 '아미그달린'은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 Public Domain Vectors
사진 = 매실의 독성 성분인 '아미그달린'은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 Public Domain Vectors

흔히 매실을 가열하면 아미그달린이 없어진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아미그달린은 가열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오해가 널리 알려진 것은 시안화수소의 특성 때문이다. 시안화수소는 열에 약한데, 미생물처럼 열에 파괴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열하면 빠르게 기화한다. 시안화수소의 끓는점이 26℃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고, 휘발성도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실의 독성이 시안화수소라면 가열하는 것이 유의미한 제거 수단이 된다.

하지만 매실에는 시안화수소가 아닌 아미그달린이 들어있다. 이 아미그달린이 체내에 들어가 시안화수소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매실 자체를 가열한다고 해서 독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경기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실청의 제조과정에서 가열처리는 아미그달린의 함량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매실 음료 등은 열처리를 거치는데, 이는 아미그달린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균 처리와 알코올 성분 제거를 위한 것이다.

아미그달린, 설탕으로 발효시키면 사라진다

아미그달린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안화수소로 만드는 것이다. 시안화수소는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미그달린이 분해되면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시안화수소는 금세 공기 중으로 사라지게 된다.

아미그달린은 산성 환경에서 '베타글루코시데이즈'라는 효소와 만나면 가수분해되는데, 우리 몸속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소화 효소 중 하나이기도 한 이 효소는 매실의 효모에서도 만들어진다. 효모는 당분을 이용해 발효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매실을 설탕에 절여 담가두면 아미그달린을 분해할 수 있다.

따라서 매실청이나 매실 장아찌를 만들면 아미그달린의 섭취량을 줄일 수 있으며, 설탕의 양이 많을수록 효모의 발효가 더 잘 이루어지므로 아미그달린 역시 더 빠르게 분해된다. 또 매실에서 과육보다 씨앗의 아미그달린 함유량이 훨씬 높으므로, 처음부터 씨를 제거하고 과육만 사용하면 아미그달린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매실청을 만들 때 3개월이 되기 전에 매실을 건져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있는데, 이는 실제와는 조금 다르다. 서울여대와 경기대학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매실청을 담근 뒤로 1개월째에는 매실청에서 아미그달린이 거의 검출되지 않다가, 그 이후로 아미그달린 함량이 2~3개월째까지 증가한 뒤 다시 감소해 5개월째에는 3개월째의 7.5%정도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매실을 빼내지 않고 함께 숙성시키는 경우 오히려 아미그달린의 감소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매실청을 담근다면 한 달 이내로 매실을 빠르게 건져내거나, 아예 건져내지 않고 오래 발효시키는 것이 아미그달린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미그달린이 항암 작용을 한다는 말은 '근거 없는 낭설'

사진 = 아미그달린의 항암 효과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 / rawpixel
사진 = 아미그달린의 항암 효과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 / rawpixel

한편, 아미그달린을 비타민B17이라고 부르며 항암 작용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도 이에 관련된 서적이 나온 적이 있고, 대체요법 또는 민간요법으로 아미그달린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애초에 아미그달린은 한 번도 비타민으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 항암 작용 역시 제대로 된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FDA에서는 아미그달린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따라 임시로 아미그달린의 사용을 허가한 적이 있었지만, 임상 시험에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으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허가를 취소했다.

미국의 국립암연구소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연구소, 호주 암연구소에서는 이미 연구를 통해 아미그달린이 항암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 살구씨에서 추출된 아미그달린이 항암작용을 할 수 있다는 연구가 한 건 있기는 했으나, 비교적 최근인 2016년 이루어진 연구에서도 해외의 연구 사례와 마찬가지로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므로 아미그달린을 건강식품처럼 먹거나 항암 보조제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몸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