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곳에서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때도 있다.

 

운이 좋아 여행지에서 좋은 일들만 생긴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 관하여 처음 들었던 건 고등학교 때였다. 수학학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대학교에 가면 유럽여행을 가봐라. 그중에서도 두브로브니크라는 곳이 아름답다. 잠시 스쳐 가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6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 장소보다도 대학생이 되어 유럽여행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사무치게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두브로브니크의 밤 거리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생각나게 했다.
두브로브니크의 밤 거리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생각나게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노인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함께 여행하는 노부부분들을 본다. 나도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됐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두브로브니크에는 유독 독일에서 온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은 가끔 기회가 있을 때 독일어로 말을 걸면, 반갑게 맞아주시곤 했다. 나도 나이가 들었을 때 누군가와 밝게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은 여행 카페에서 구한 동행이다. 금융컨설팅을 하는 직장인이라고 했다. 여행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하는 말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대학생 때 서유럽을 여행했다고 했다. 책을 읽고 무작정 방문한 이탈리아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그림을 봤는데 44도 여름 날씨에서도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큰 감명을 받은 거다. R는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두브로브니크 지붕 색깔은 법적으로 정해져있다고 한다. 빨간색의 명도를 통해 집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 지붕 색깔은 법적으로 정해져있다고 한다. 빨간색의 명도를 통해 집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을 걸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이 거리에서 R과 자연스럽게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노동문화가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보았을 때 한참 부족하다는 이야기. 중국의 대만 침공이 시작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참전을 요구받을 것이다. 그건 곧 한반도의 전력 손실을 의미한다. 즉, 북한의 남한 침공이 시작될 것이다.

 

아침에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정류장에 있던 꼬마 아이 하나가 “칭챙춍”이라고 나를 향해 말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야. 그거 하지 마.”라고 말했더니, 자기가 한 게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꼬마가 한 거란다.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화나고 슬프다. 인종차별이 꽤 자주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다름과 배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두브로브니크 레스토랑 카메니체(Kamenice)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게 해물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점심시간에 누군가 비둘기 밥을 줬다.  대환장파티가 벌어졌다.
두브로브니크 레스토랑 카메니체(Kamenice)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게 해물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점심시간에 누군가 비둘기 밥을 줬다. 대환장파티가 벌어졌다.

마음이 복잡해서 떠났고, 도착한 곳에서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때도 있다. 여행이 항상 새로 고침을 의미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행은 낯선 곳에 나를 던져놓는 행위다. 운이 좋아 여행지에서 좋은 일들만 생긴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도 나는 곳곳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찾는다. 대화는 내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살아온 기억을 다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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