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참석 예정이던 젤렌스키 대통령, 개막 직전 '대면 참석' 결정
G7, 러시아 제재 강화 결의… 독자 제재와 공동 제재 강화 발표
21일에는 한-우크라 정상회담도 열려… 尹, 우크라 지지와 지원 표명
우크라 요청한 '비살상 무기' 지원 성사될까… 정부, "실무 검토 중"

사진 = 한-우크라 정상회담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우)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좌) / 대한민국 대통령실
사진 = 한-우크라 정상회담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우)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좌) / 대한민국 대통령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사흘간 진행됐던 G7 정상회의가 지난 21일로 그 막을 내렸다.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피격지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이번 G7 정상회의에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G7 정회원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에 더해 참관국인 한국, 호주, 인도,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코모로, 쿡 제도, 그리고 특별초청된 우크라이나까지 16개 국가 정상이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이 중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개최를 일주일 남기고 대면 참석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G7,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항 집중 논의

이번 G7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요 안건으로 다루었는데, 다른 안건과 달리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의 두 세션으로 나누어 다뤄졌다. 이러한 구조는 20일 저녁부터 참석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독일 숄츠 총리 / 독일 총리실 / 연합뉴스
사진 =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독일 숄츠 총리 / 독일 총리실 / 연합뉴스

19일 러시아 제재 강화 등 우크라이나 정세를 다룬 세션에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푸틴의 '원정 전쟁'이 승리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유엔 헌장 위반으로, 국제질서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UN의 설립이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이루어진 만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이 UN을 바탕으로 한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일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세션에서 각 G7 정상은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독자적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은 구체적인 제재의 수단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광범위한 조치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 유지력을 약화시키려는 계획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전장에서의 역량에 있어 중요한 물품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러시아·유럽·아시아에 걸친 70개 기업과 300개 개별 항목에 대한 제재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러시아의 자금 출처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와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광물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영국은 푸틴과 관련된 86개 기업 및 개인을 제재 대상에 추가로 올렸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탈취,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과 관련된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적 제재뿐 아니라 G7의 공동 제재도 결의됐다. G7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제조·건설·수송 등 주요 분야에서 러시아의 전쟁 유지에 필요한 모든 품목의 수출입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국제 금융 시스템 이용을 제한하고,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유지하는 한편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의 거래 및 사용도 제한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교역 규모는 연간 40억에서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 로이터 통신 / 연합뉴스
사진 =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 로이터 통신 / 연합뉴스

G7은 세션 이후 성명 초안에서 러시아를 포함하여 전 세계 모든 곳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러시아의 불법 행위를 규탄하고 침략전쟁의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러시아에 의한 피해를 보고 있는 모든 곳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가 핵무기를 언급하며 위협을 가하는 것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결의가 이루어진 바로 다음 날인 20일 미국은 러시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의 71개 기업과 전 세계 20여 국가의 104개 단체, 개인 22명, 1,224개 산업 품목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500명의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대면 참석한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금의환향'했다

사진 = 히로시마에 도착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 AFP / 연합뉴스
사진 = 히로시마에 도착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 AFP / 연합뉴스

당초 21일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알려진 것보다 하루 빠른 20일 오후 일본에 입국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우디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용한 비행기는 프랑스의 정부 전용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평화를 구축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날 G7은 이례적으로 폐막일보다 하루 앞서 영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보통 G7의 공동성명 발표는 정상회담이 모두 끝난 뒤에 영문과 일본어로 함께 이루어져 왔다. 이와 관련해 일본 교도통신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일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성명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 인해 관심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른 발표가 계획된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성명이 이날 발표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사진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각국 정상들이 20일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 AFP / 연합뉴스
사진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각국 정상들이 20일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 AFP / 연합뉴스

공동성명 다음날인 21일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주제로 한 세션이 열렸다. 이 세션에서 G7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적·재정적·인도적·군사적 지원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법치주의에 기초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유지하겠다는 G7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뿐 아니라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도 가졌다. 20일에는 인도의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인도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국의 위치에 있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요 설득 대상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이 G20 정상회의에서 제안했던 '평화 공식'에 인도가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지뢰 제거 작업 및 이동식 병원 등에 대해 의논했다. 모디 총리는 그에게 있어 전쟁이 인간성과 인류 가치의 문제라며, "인도와 내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회담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인도 모디 총리(좌)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우)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사진 = 회담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인도 모디 총리(좌)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우)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사실 이 같은 모디 총리의 약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중립 외교를 펼쳐왔으며, 이번 전쟁 중에도 러시아에 대한 비난이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산 석유와 비료 수입을 늘리는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해왔다. 다만 모디 총리는 실제로 전쟁 중재를 위해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정상과 통화하고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을 촉구해온 바 있다.

만약 모디 총리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중립국의 설득이 절실한 우크라이나로서는 큰 성과를 이룬 것이 된다. 다만 이번 G7 회의에 초청된 주요 중립국 세 곳 중에서는 인도 정상과의 회담만 성사됐다. 베트남과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으며,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는 22일 회담이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일정상 결국 불발됐다.

이외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영국 등 각국 정상과 회담을 가졌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F-16 전투기를 러시아 본토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전달하면서, 서방의 F-16 지원 움직임에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尹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양자회담… 우크라 지원 방안 논의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우)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좌) 대통령이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 대한민국 대통령실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우)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좌) 대통령이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 대한민국 대통령실

21일에는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정세와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16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카 영부인을 접견하며 비살상 군사 장비 지원 확대를 요청받았던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통해 "지뢰 제거 장비, 긴급 후송 차량 등 현재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이 평화와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방적 지원 외에 전후 사업에의 참여도 논의됐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복구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해 신속한 전후 복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 =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대한민국 대통령실
사진 =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대한민국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자유와 국제연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중시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나라의 연대와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 우리 정부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 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을 포함,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장비의 목록을 건넸는데, 여기에는 비살상무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앞서 지뢰 제거 장비 등에 대해 '신속 지원' 방침을 밝힌 것과 달리, 비살상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목록에 대해 "당장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정부는 비살상무기 지원과 관련, 각 관련 부처의 실무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그간 과감한 국제 무대 행보로 많은 것을 얻어낸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띄운 승부수에서도 큰 성과를 얻어내고 '금의환향'하게 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또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향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22일 오랜 기간 사수해온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의 시내 완전 점령을 허용하게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바흐무트에서 작전 수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바흐무트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선봉에 선 바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 우크라이나군은 한 명도 없다"며 "젤렌스키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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