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참석자만 19명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中, 연해주 항구 사용권 되찾아… 日, G7 회의 개최 통해 견제 시도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G7 특별초청받아 참석… 중립국 지지 얻어낼까

사진 =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회원 국가 정상들의 모습 / AFP / 연합뉴스
사진 =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회원 국가 정상들의 모습 / AFP / 연합뉴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G7 정상회의가 이틀 차에 접어들었다.

세계 최초의 핵무기 피격지인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열린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한 제재 및 견제를 포함해 여러 주제를 놓고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그 규모도 이전보다 훨씬 크다. 기본적으로 G7은 7개국 모임이지만, 이번 회의에는 의장국인 일본이 다수 국가 정상을 초청하면서 두 배가 넘는 인원이 모이게 됐다.

사진 = 이번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모습 / EU / 연합뉴스

구체적인 참석 국가에는 G7 정회원국인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캐나다, 참관국으로 초청된 한국·호주·인도·브라질·베트남·인도네시아·코모로·쿡 제도가 있으며, 여기에 통상적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해온 EU의 집행위원장과 상임의장, 그리고 특별 초청되어 참석한 UN 사무총장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더해져 정상급 참가인원만 19명에 달한다.

영국의 BBC는 이처럼 규모가 커진 G7 회의를 두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서방권 협의체보다 훨씬 글로벌한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게스트 명단에 없는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국제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회담 첫날이었던 지난 19일, 각국 정상은 개막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사진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모습 / 바이두 캡처 / 연합뉴스

또 일본은 이번 G7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대만 주위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국의 행보에 한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상황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친밀해진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의 항구 사용권을 중국에 내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로써 1858년 아이훈 조약에 따라 러시아에게 넘어간 지 165년 만에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의 옛 지명)의 항구 사용권을 되찾은 중국은 남중국해로 우회하는 대신 동해를 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과 대만이 가로막고 있던 이전과 달리 중국과 직접 마주하게 된 일본은 이번 G7 정상회의를 이용, 대(對) 러시아 공동전선에 덧붙여 대(對)중국 공동전선을 만들고자 했던 것으로 BBC는 분석했다. 특히 G7 정회원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일본의 시도가 유의미한 결과가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일본의 기시다 총리(좌)와 악수하는 인도의 모디(우) 총리의 모습 / AP통신 / 연합뉴스
사진 = 일본의 기시다 총리(좌)와 악수하는 인도의 모디(우) 총리의 모습 / AP통신 / 연합뉴스

그러나 양쪽 모두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7 국가들은 그렇다 쳐도, 초청국 중에는 이러한 시도가 반갑지만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원과 군사, 비료 등 특정 방면에서 러시아와의 무역 비중이 큰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가는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이러한 공동전선에 뛰어들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의 응우옌 칵 장 객원 연구원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어떤 면에서는 러시아보다도 더 상대하기 까다롭다. 국제 유통망의 생산과 소비 양쪽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지분이 크기 때문인데,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이어지던 지난 몇 년간 컴퓨터 부품 가격이 얼마나 뛰었는지만 보아도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 =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발언 중인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모습 / EPA / 연합뉴스
사진 =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발언 중인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모습 / EPA / 연합뉴스

이러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국가 특성상 중립을 유지하려는 곳도 존재한다. 이번 회의에 초청받은 인도와 브라질은 오랜 식민지배의 역사로 인해 미국, 유럽 등 서방 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고, 냉전 시대까지 거치면서 '비동맹 중립 외교 노선'을 타고 있다. 이러한 '스윙 스테이트(경합지역)'를 설득해 전선에 동참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이번 G7에서 이들 국가의 지지를 어떻게든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현지 시각으로 19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의 정상을 만나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 아랍 연맹 정상회의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모습 / UPI / 연합뉴스
사진 = 아랍 연맹 정상회의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모습 / UPI / 연합뉴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반격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얻기 위해 발 빠르게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EU와 유럽 지역 국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해온 젤렌스키 대통령은 얼마 전 아랍 연맹 정상회의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얻어내려는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이들 중립국의 지지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립국의 설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타스 통신에 의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인도의 모디 총리에게 히로시마에서의 회담 요청을 보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이번 G7 정상회담의 결과가 서방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개전 이래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에 방문하게 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늘 저녁 일본 히로시마에 도착한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내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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