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의 그림자가 유럽을 덮친다.

귀국을 생각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질 때는 이미 늦을 거다.

 

2022년 11월 15일 독일 시각 기준 오후 9시경. 독일 대학원생 카카오톡 방에 뉴스 링크 하나가 올라왔다. AP의 보도였다. 러시아의 미사일이 나토 회원인 폴란드의 영토에 떨어졌고, 두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소속된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것이다. 3자 세계대전 발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폴란드가 공격받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토 조약 4조는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함께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토에 가입한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조약 5조에 따라 다른 국가들은 자동 참전하게 된다. 독일 한인 커뮤니티의 한 분은 전쟁이 나면 귀국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확전의 그림자가 유럽을 덮친다.

폴란드 영토에 러시아가 쏜 미사일이 떨어졌다는 AP의 보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정됐다.
폴란드 영토에 러시아가 쏜 미사일이 떨어졌다는 AP의 보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정됐다.

나도 걱정이 앞섰다. 내가 독일에 있는 동안 전쟁의 규모가 유럽 전체로 확대된다면? 귀국을 생각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질 때는 이미 늦을 거다. 공항, 철도, 도로 모두 마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언론은 그러한 공포감을 분주하게 전파했다. 러시아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나토 회원국 폴란드 영토에 떨어져 두 명이 사망했다는 속보가 이어졌다.

 

사실관계는 신속하게 정리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회담 후 내린 결론은 그것이 우크라이나 군 미사일이었다는 것이다. 조사가 아닌 회담 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딘가 어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이 맞다며 서방의 대응을 촉구했다. 2022년 11월 16일. 사건 발생 하루 만이었다.

 

위기 앞에 진실을 외면할 수 있을까.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조사단이 현장 조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두다 대통령은 유럽 전체의 이익이 달린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 요구를 거부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진실에 다가가려는 시도조차 차단되는 걸 보면서 이상함을 느낀다. 진실의 결과가 확전이라면, 진실을 부정해야 옳은 걸까. 

 

역사적인 규모의 흐름을 결정짓는 뉴스가 있다. 이 미사일에 관한 사실관계가 어떻게 규명되는지에 따라 전쟁의 진행이 달라질 것이다. 진실에 다가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의 가치가 진실 그 자체에 있는지, 현실에서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에 있는지 생각해본다. 이 점이 선명해지지 않으면, 진실은 언제든 가려지고, 왜곡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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