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이사 "수신료 분리징수는 KBS가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

사진=KBS 노동조합 제공
사진=KBS 노동조합 제공

[문화뉴스 장성은 기자] 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 등 KBS 일부 이사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의철 사장을 비롯해 다수 이사와 집행부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KBS 일부 이사는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가 실행된다는 것은 현재 우리가 아는 공영방송 KBS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병합해 징수하던 TV수신료를 분리해서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법령 개정과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통위와 산자부에 주문했다. 

이들은 "수신료가 특별부담금이라거나 통합징수가 가장 효율적인 징수방법이라는 논리 등은 여전히 핵심과 동떨어져 있다"며 "분리 징수가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한다느니, 공영방송의 이해가 부족한 결과라느니 하는 주장은 타 이해관계자를 무시하는 오만한 시각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정치 탄압이나 방송장악이라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수신료 분리징수는 과거 더불어민주당도 주장했던 것으로 그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지언정, 이를 방송장악으로 모는 것이 더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국민참여토론이 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의혹이 있지만, 대통령실을 비난하기 전에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해하고, 분리징수가 실행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이사들은 "공영방송은 그 존재를 법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며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입법·행정 권력은 국민의 지지를 잃으면 권력을 상실한다. 민주주의의 구성 원리는 국민 다수의 생각으로부터 크게 괴리된 존재가 공적 자원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KBS는 국민 다수를 대변하기에 자성해야 하는 판에 "김의철 KBS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은 놀라움을 너머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자리를 두고 내기나 하겠다고 떠드는 것은 그가 지금의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것을 넘어, 최소한의 공감능력이나 객관적인 시각이 없음을 드러낸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는 KBS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라면서 "국민 다수를 대변하지 않는 방송, 공적 자원의 비효율적 집행에 따른 무능한 경영에 대해 진솔하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그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미 골든타임은 지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KBS의 최후가 현실로 닥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을 하고자 한다"며 "이런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공유하는 집행부와 이사회가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우리는 다수이사와 집행부에 제안한다"며 "구차한 조건 내세우지 말고 우리 모두 당장 사퇴해라. 그것이 원래 국민들이 아는 공영방송으로 KBS가 돌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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