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은 나레이터(김정환)의 설명으로 시작된다. 나레이터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인물과 극을 설명해준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천한 곳에서 일궈낸 가장 고귀한 역사"

희곡이 쓰인 후 정식으로 공연된 적이 없는 '이영녀'를 국립극단 무대에서 최초로 만나본다. '이영녀'는 작가 김우진이 자신이 살던 목포 유달산 밑의 사창가를 무대로 빈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을 그린 작품으로 1925년에 발표됐다. '이영녀'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당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자각이라는 주제를 사실주의적 방법으로 다룬 최초의 장막극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영녀는 세 아이를 둔 평범한 여성이었지만, 남편이 가출하여 생계유지를 위해 창녀로 나선다. 그러다 밀매춘으로 감옥에 갇히고, 공장에서 일하다 유 씨라는 남자와 동거를 택하지만, 그녀의 삶은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찢긴다. 작품은 당대 여성들이 겪어야만 했던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며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11일 오후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이영녀'의 프레스 리허설 현장을 문화스케치로 담아봤다. 프레스 리허설에는 남미정, 김정호, 문경희, 김정은, 강진휘, 김정환, 이서림, 심완준, 정혜선, 우정원, 황선화가 출연했다.

▲ 밤늦게 돌아오는 영녀를 대신해 그녀의 딸 명순(황선화, 오른쪽)과 아들 관구(정혜선, 가운데)를 돌봐주는 안숙이네(남미정, 왼쪽).

▲ 관구(정혜선, 아래)만 예뻐하는 안숙이네 때문에 명순(황선화, 위)은 억울하고 동생이 얄밉기만 하다.

▲ 모두가 잠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영녀(이서림).

▲ 안숙이네(남미정, 왼쪽)는 실은 영녀(이서림, 오른쪽)가 창녀로 일할 때 그녀를 남자에게 소개해주는 뚜쟁이 역할이다.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는 영녀에게 안숙이네는 그럼 "빚을 지지 말았어야지"라며 냉소할 뿐이다.

▲ 영녀는 매매춘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고, 이후 교화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동네 유지인 강 참사의 집에서 기거하며 공장노동자로 일한다. 영녀의 과거에 대해 시시콜콜 떠드는 동네 사람들.

▲ 하지만 영녀(이서림, 왼쪽)는 공장 관리인의 착취와 강 참사의 성적 희롱을 못 참고 이를 강하게 비판하다 쫓겨난다.

▲ 그러던 어느 날, 임도윤(김정호, 왼쪽)이 영녀의 남편 청운이 외딴 섬 감옥에서 죽었단 소식을 전해준다.

▲ 생활이 막막해 영녀는 야성적인 동거남 유 서방(강진휘)과 혼인하지만, 그의 강압적인 폭행과 폭언에 급격히 쇠약해져 앓아눕게 된다.

▲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않는 영녀로 인해 유 서방(강진휘, 오른쪽)은 명순(황선화, 왼쪽)에게 수작을 건다. 그런 유 서방이 무섭기만 한 명순.

▲ 하지만 명순(황선화, 왼쪽)은 내색하지 않고 어머니 영녀(이서림, 오른쪽)를 살뜰히 보살핀다.

▲ 자신들을 돌봐주는 기일이네(김정은, 왼쪽)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명순(황선화, 오른쪽). 기일이네는 화를 내며 사내들을 다 똑같다며 넌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울분을 토한다.

▲ 살기 위해 매춘을 선택한 영녀(이서림). 그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은 누군가에게 종속된 삶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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