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지휘명가 핀란드의 대표기수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선사하는 악단의 역량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실험적 교향곡,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3번을 감상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유카페카 사라스테와 러시아의 밤'를 개최한다. 이번 무대엔 현재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은 세계 정상급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함께한다. 그는 무소륵스키 '호반시치나 전주곡'과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3번' 등 19세기 후반에 작곡된 러시아 관현악 명곡을 선보인다. 협연 무대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나레크 하크나자리안이 차이콥스키 '로코코 변주곡'과 '야상곡'을 협연한다.

북구의 거장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서울시향과 세 번째 무대를 가진다. 그는 2011년과 2013년 서울시향과의 연주 당시, 정확함과 예리함을 동시에 갖춘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음악적 깊이와 완전함을 갖춘 사라스테는 동시대 지휘자 중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공부했던 사라스테는 에사페카 살로넨, 오스모 벤스케 등 핀란드의 거장들을 길러낸 전설적인 명교수 요르마 파눌라를 사사했으며, 23세에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고 있던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데뷔했다.

1987년부터 2001년까지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의욕적인 레코딩과 투어를 진행해 전 세계 비평가와 관객의 찬사를 받는 오케스트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토론토 심포니 음악감독, BBC 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 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등 유럽과 북미 유수의 오케스트라 수장을 거쳤다. 사라스테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오슬로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현재 독일의 손꼽히는 악단인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다.

이날 연주회의 첫 곡은 무소륵스키의 '호반시치나 전주곡'이다. 17세기 말 격변의 러시아 사회를 다룬 오페라 '호반시치나'엔 정치적 상황과 개인의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 훗날 쇼스타코비치 등이 관현악 편성을 완성하였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버전으로 연주한다.

서울시향과 사라스테는 이번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3번을 들려준다. 교향곡 3번은 프로코피예프의 미발표 오페라 '불의 천사'에서 얻은 소재들이 바탕을 이룬다. 1악장에선 오페라 속에서 '레나타의 절망'을 나타내는 음악을 활용했으며, 2악장에선 '수도원 장면'에 나오는 소재들이, 3악장에서는 악마들이 활개 칠 때의 음악이 활용됐다. 4개의 악장에 거쳐 나타나는 위태로운 악상들과 난해한 악구는 작곡가의 강한 실험성과 복합적인 작곡방식을 엿볼 수 있다. 넘치는 에너지로 오케스트라의 폭넓은 음색을 이끌어내는 거장 사라스테가 오케스트라의 역량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이 작품을 어떤 해석으로 들려줄지 기대를 모은다.

협연무대엔 아르메니아 출신의 신예 첼리스트 나레크 하크나자리안이 함께한다. 하크나자리안은 이번이 서울시향과의 두 번째 무대로 2013년 첫 협연 당시 뛰어난 기교와 깊이 있는 해석을 펼치며 관객들을 매료시킨 바 있다. 전설의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로렌스 레서를 사사한 그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게르기예프, 발추하, 코프만, 반 즈웨덴 등 정상급 지휘자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시카고 심포니, 런던 심포니, 로테르담 필하모닉, 토론토 심포니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왔다. 그는 지난해엔 '신망받는 BBC 차세대 예술가'로 선정됐다.

   
▲ 첼리스트 나레크 하크나자리안(왼쪽)와 작곡가 유카페카 사라스테(오른쪽)가 한국에 온다.

고전에서부터 현대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탁월하게 소화해내는 하크나자리안이 이번 내한연주에서 들려줄 곡은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변주곡'과 '야상곡'이다. 모차르트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던 차이콥스키는 18세기의 고전적 스타일에 짙은 서정성을 담아 '로코코 변주곡'을 작곡했으며, 협주곡 양식에서 변주곡이라는 장르를 수용하며 협주곡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넓혔다. 로코코적인 우아함과 아름다움으로 첼로 레퍼토리 중 음악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곡이지만 강렬한 시적 감흥, 뛰어난 유머감각과 현란한 스피드로 시대 인해 첼리스트들에게는 난곡으로 꼽힌다.

하크나자리안에게 '로코코 변주곡' 자신 있는 레퍼토리 중 하나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승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았으며, 같은 해 런던 필하모닉과의 연주 당시 영국의 '가디언'지로부터 "무르익은 첼리스트의 개성 넘치고 적절한 로코코 변주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차이콥스키 '야상곡'도 연주한다. '피아노를 위한 6개의 소품 Op. 19' 중 네 번째 곡을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한 작품으로 차이콥스키 특유의 애수로 가득하다. 하크나자리안은 이번 협연 무대에서 한층 더 깊이 있는 차이콥스키의 고전을 선보일 것이라 기대된다.

북구의 거장 사라스테와 한층 정련된 앙상블을 선보이고 있는 서울시향, 그리고 주목받는 신예 첼리스트 나레크 하크나자리의 만남. 대륙의 풍모를 담은 러시아 레퍼토리의 성찬을 맛볼 수 있는 이번 무대를 놓치지 말자.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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