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안성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언급한 '핵 폐수'란 용어가 국제 학계에선 주로 중국인 연구자 사이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중앙일보>가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학술지 논문을 검색한 결과, 핵 폐수(Nuclear Wastewater)라는 용어를 사용한 논문(278건)의 저자는 대부분 중국계였다고 전했다. 상위 5명 저자는 두안 타오(Duan Tao·11건), 무 완쥔(Mu Wanjun·11건), 양 위추안(Yang Yuchuan·11건), 리 싱량(Li Xingliang·9건), 웨이 홍위앤(Wei Hongyuan·9건) 등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논문도 많았다. 중국 서남이공대 소속 두안 타오 박사가 저자로 참여해 '위험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2022년 1월호에 게재한 논문(Metal-free 2D/2D C3N5/GO nanosheets with customized energy-level structure for radioactive nuclear wastewater treatment)은 중국 국립자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중국 외교부도 2021년 4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직후 낸 담화문에서 ‘핵 폐수(核废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인천 한 집회에서 "앞으로는 아예 '핵 폐수'라고 불러야 되겠다"며 "사실 오염수도 순화된 표현"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민주당 공식 논평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대신 '핵 폐수' 용어가 더 자주 쓰였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핵 폐수 홍보대사 자처하는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국민에게 있으나 마나 한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브리핑(18일)과 박성준 대변인의 ‘핵 폐수 방출, 괴담인지 아닌지 검증해야 할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습니다’ 브리핑(19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원자력 학계에서는 핵 폐수 용어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학술적으로는 본질을 잘 나타내면서 혼돈의 여지가 없는 용어를 약속해 사용하는데, 여기에 자꾸 다른 색깔을 입히려는 건 그 자체로 정치 행위”이라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일본이 배출 기준 미만의 오염 처리수를 방류한다는데 그걸 주변국에서 어떻게 저지할 수 있겠나”라며 “민주당이 과학적 본질로 따지고 들어가면 자신이 없으니, 온갖 선동을 위해 있지도 않은 ‘핵 폐수’ 표현까지 가지고 나와 새 프레임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