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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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문학소녀’, ‘문학청년’이란 말을 심심치 않게 회자되었습니다. 그만큼 책을 가까이했고 감수성도 풍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지하철을 타보면 책 대신 다들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책이 설 자리에 스마트폰이나 TV, 게임 등이 대신하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합니다. 책이 점점 힘을 잃게 되면 따뜻한 감수성도 그만큼 줄어들 테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책이 외면을 당하다보니 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직업군들은 정말이지 죽을 맛입니다.

아는 출판사 여기저기 전화를 하면 다들 울상입니다. 단군 이래 이런 불황은 없다며 한숨을 팍팍 내쉽니다. 책은 예나 지금이나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지는데 책을 읽는 사람은 예전만 못하니 그럴 수밖에요.

저 역시 글을 써서 책을 펴내고 팔린 만큼 인세로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늘 불안합니다. 그래도 간간히 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책이 있어서 버티고는 있지만 그것도 이제는 생명이 다한 듯합니다.

‘글을 계속 써야 하나 아니면 다른 일을 찾아봐야하나.’

홀몸이라면 별 걱정 없이 글을 쓰며 한량 같이 살 테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다보니 내 뜻대로 할 수도 없고 참으로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한 번 해볼까?’

요즘 너도 나도 1인 창업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건 없지. 어차피 더 이상은 이대로 버틸 수 없는 상황. 그래 좋다 어둡다면 더 어두운 쪽으로 걸어가자. 어둠이 깊을 대로 깊어야 날이 밝지 않는가.

글만 쓰지 말고 내가 쓴 책을 내보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다른 작가의 책도 내주고. 그래 한 번 해보자.

1인 출판사를 운영해보자는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기발한 기획력도 있어야 하고 글도 써야하고 거기에 배본도 하고 영업도 하고 홍보도 해야 합니다.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능력이 나한테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덜컥했다가 큰 손해를 보면 어떻게 할까 걱정도 되기도 했습니다.

다음 날, 가깝게 지내는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1인 출판사를 해볼 생각인데 혹시 출판사 운영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예. 일단 나오세요.”

오후에 출판사에 나갔습니다. 대표가 내온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작가님, 언제 하실 생각이세요?”

“그러니까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아직 결정은 못 하신 거군요?”

“날짜는 정하지 안 했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고….”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져야 저도 집중적으로 알려주죠. 대략적으로 말씀은 드릴 수 있지만 그건 그저 뜬구름 같은 말씀일 겁니다. 작가님과 저와의 친분도 있고 하니 제가 아낌없이 가르쳐드릴게요. 스타트하는 순간예요. 그리고 날짜가 정해지면 그 다음에 기획하신 책, 적어도 3권정도. 그리고 구청에서 출판사 등록하시고 세무서에서 개인사업자등록도 마무리하세요. 그게 끝나야 제작, 배본, 영업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알려드릴게요.”

“아, 예….”

그 대표의 단호함에 순간 당황은 했지만 그 대표의 말씀이 백 번 천 번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갖고 있지만 그 마음이란 게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는 안개 속과 같은 막연함입니다. 그 막연함을 뚫어야 아침햇살을 맞이할 수 있겠지요.

에릭 시노웨이의 『하워드의 선물』에 나오는 글입니다.

“요술램프의 오류에 빠진 사람들은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이미 성공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간절히 상상하기만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하기도 쉽고, 엉망이 되거나 야단날 일도 없다. 그래서 최근 들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니’라는 막연한 믿음이 마치 신흥종교처럼 붐을 일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하워드는 일과 삶에 있어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 낙천적 태도를 누구 못지않게 강조한다. …… 영화 <스타워즈>에서 요다가 ‘희망은 계획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행이라네. 길에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과 그냥 멈춰 서서 장애물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분명 다를 테니까.”

그러고 보니 저 역시 무슨 일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늘 망설임이 길었던 것 같습니다. 두려워서 그랬겠지요. 확신이 없어서 그렇겠지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새로운 일 중에 두렵지 않던 일이 있던가요? 잘 될 거라는 100%의 확신을 갖는 게 가능할까요?

서툴고 어설프지만 일단 가는 겁니다. 실패도 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그렇게 성장하는 거겠지요. 실행을 해야 흥하든 망하든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주저하고 망설이면 그 어떤 변화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여하튼 저는 내일 곧바로 출판사 등록을 하러 구청에 가려합니다. 출판사 등록 절차 역시 모르지만 일단 구청에 가보면 그 방법을 알 수 있겠죠. 출판사 등록증이 나오면 다시 출판사 대표를 찾아갈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겁니다.

“출판사 등록 정식으로 했습니다. 진짜 시작입니다. 준비 끝입니다. 이제 아낌없이 알려주세요.”

언제쯤일지는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제 출판사에서 제가 만든 책이 나오겠지요. 흥할지 망할지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마음고생을 할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인생이 깊어질 거라는 사실과 앞으로 살아가면서 실행이 답이라는 진리를 깨달았다는 사실일 겁니다. 부디 건투를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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