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7시 50분 KBS1 방송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문화뉴스 임효정 기자] KBS '인간극장'이 '열혈한의사 방호열'이라는 주제로 다섯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세상에 꼭 필요하고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나만은 피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거제도의 한의사 방호열(45) 씨는 그런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호열 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 나라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재택의료센터에 선정되어 장기요양 1등급에서 4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을 진료한다.

한의원 진료시간을 지키며 방문 진료를 다녀야 해서 그는 출근 전 아침과 점심시간, 퇴근 후 밤까지 일하는 중이다. 덕분에 점심은 건너뛰기 일쑤고 저녁 식사는 늦은 밤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이혜진(43) 씨도 덩달아 바빠졌다. 중학생인 첫째 우석(13), 둘째 우정(12), 초등학생인 막내 지윤(9)까지 아이 셋을 혼자 챙기게 된 것이다. 남편의 건강이 걱정되고 아이들은 아빠와 놀 수 없다고 성화다.

호열 씨도 수입면에서는 한의원 환자만 보는 게 훨씬 낫지만 집에만 있는 환자들이 있고, 찾아가지 않으면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을 알기에 힘들어도 방문 진료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또 회복하기 어렵다고 여겼던 환자가 방문 진료를 받고 호전되는 걸 보면 한의사로서 보람과 재미도 느낀다.

힘들 땐 쉬기보다 텃밭을 가꾸고 닭을 키우며 힐링을 하고, 직접 기른 싱싱한 먹거리로 한방 지식을 아이디어 삼아 약이 되는 건강한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성실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며,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재택 환자의 방문 진료를 개척하기 위해 달리는 열혈 한의사 호열 씨를 만나본다.

어머니, 한의사 왔습니다!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경상남도 거제 시내의 낡은 건물에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은 한의원이 있다. 오전 진료가 끝나면 점심시간인데, 원장 방호열 씨는 왕진 가방을 챙겨 환자에게 달려간다.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해서 병원까지 오기 힘든 어르신들이다. 호열 씨는 장기요양 1등급에서 4등급을 받은 분들을 주로 진료한다.

그전부터 방문 진료를 하다가 올해부터는 팀을 꾸렸다. 정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에 선정된 것이다. 진료비는 환자마다 정해진 비율만큼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나온다.

섬 지역인 거제도 특성상 교통이 좋지 않은 외진 마을이 많아 방문 진료를 가려면 먼 곳은 자동차로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한의원 진료도 해야 하니 출근 전이나 점심시간, 퇴근 후라 식사를 거르는 일도 다반사다. 어르신들이 고맙다며 건네는 두유나 빵으로 요기를 할 때가 많다.

아내 이혜진 씨도 초등학교 교사로 맞벌이를 하며 첫째 우석(13), 둘째 우정(12), 막내 지윤(9)을 키우는 터라 남편이 방문 진료로 바쁜 게 달갑지는 않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아빠와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고 불만이다.

호열 씨는 미안한 마음을 미뤄둔 채, 환자가 부르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간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기 힘든 방문 진료에 그가 이토록 열정을 쏟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의사 일에 보람을 안겨준 방문 진료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호열 씨는 거제에 오기 전엔 부산에서 한의원을 하며 재산도 일궜다. 그런데 투자에 실패하면서 다시 개원해야 할 상황이 됐고, 아는 분의 소개로 지금의 한의원을 인수받았다.

심기일전하고 살도 빼려고 점심을 거르면서 비는 시간이 아까워서 방문 진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병원에 올 수 없는 환자들을 만났다. 방문 진료를 하기 전에는 그런 환자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의료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병세가 악화되던 환자들은 정성껏 치료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 느끼는 기쁨과 보람에 한의사 일도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한의사 생활이 반환점을 돌 나이에 신참 의사처럼 진료가 재미있어졌고, 예전보다 더 진심으로 환자에 대해 고민하고 보살피게 된 것이다.

일만 한다고 방문 진료를 탐탁지 않아 했던 아내도, 아빠 얼굴 보기 힘들다고 투덜대던 아이들도 방문 진료에 한 번 동행하고 나서는 호열 씨를 응원해 준다. 

환자를 보는 아빠의 모습에 감동받은 둘째 우정이는 아빠처럼 의사가 되겠다고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호열 씨가 방문 진료를 계기로 가족들도 성장하게 된 셈이다.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는 한의사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호열 씨의 고민은 한의원과 방문 진료를 겸하면서 너무 바빠져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내기 어렵고 몸에도 이상 신호가 오는 것이다. 일을 줄이고 쉬는 게 보통인데, 호열 씨의 방법은 정반대다.

새벽에 일어나서 한두 시간씩 텃밭 농사를 짓고 닭과 오리를 돌본다. 모르는 사람들은 힘든데 왜 일까지 하냐고 걱정이지만, 호열 씨에게는 운동 대신이자 지친 마음을 달래는 힐링의 시간이다.

그렇게 농사지은 채소와 달걀로 한의사 경험에서 얻는 아이디어로 약이 되는 건강 요리를 만들어서 나눈다. 또 주말에 공부하느라 바쁜 아이들까지 모이면 직접 가꾼 농작물을 수확해서 캠핑 기분을 내기도 한다.

방문 진료를 하느라 열정적으로 살다 보니 소소한 일상이 예전보다 더 소중해진 것이다.

호열 씨는 시범사업인 방문 진료에도 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개인적인 성장을 이뤘던 방문 진료가 시작 단계인 만큼 개척자로서 길을 잘 닦고 싶기 때문이다.

좀 더 많은 한의사가 방문 진료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르는 곳이면 달려가 방문 진료 경험도 나누고 있다.

의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함께 사는 길을 위해 오늘도 달리는 열혈 한의사를 만나보자.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다섯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21일 오전 7시 50분 방영되는 5부에서 호열 씨는 방문 진료에 1등 공신이 되어준 오래된 자동차가 계속 말썽을 부리자 자가 수리에 도전한다. 어려운 부분은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미뤄왔던 일을 하나 해냈다.

딸 둘과 방문 진료를 간 호열 씨는 내심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다. 의사가 꿈인 우정이에게 아빠로서, 또 한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설명들을 해주며 하루가 지나간다.

다음날에도 한의원에서 진료를 본 뒤, 신발과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방문 진료 나갈 준비를 하는 열혈 한의사 호열 씨는 자신을 기다려 주는 환자들을 향해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해 달려 나갈 생각이다.

한편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편 5부는 21일 오전 7시 50분 KBS1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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