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7시 50분 KBS1 방송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문화뉴스 임효정 기자] KBS '인간극장'이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이라는 주제로 세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경기도 안산의 먹자골목에서는 가게들이 불을 밝히는 저녁이 되면 거리공연이 시작된다. 그곳에는 발라드부터 트로트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오혜빈(24) 씨가 있다.

6년 전에 내림굿을 받고 무속인의 길에 들어선 혜빈 씨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연꽃도령'이다. 신당에 있을 때는 점사를 보는 도령으로, 마이크를 잡으면 트로트 가수로 이중 생활을 이어가느라 동분서주하는 혜빈 씨는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어릴 때의 꿈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혜빈 씨는 대학에 진학했었지만 두 달 만에 자퇴를 해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잠이 쏟아졌고, 살이 쭉쭉 빠지고 말라갔지만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때 혜빈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귀신을 보았다는 자신의 비밀을 엄마에게 털어놓는다. 아들의 고백에 억장이 무너졌던 엄마는 병원이며 종교단체까지 찾아다녔지만 아들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엔 전국에 용하다는 신당의 문을 두드렸고, '아버지나 아들, 둘 중 하나는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은 불구가 될 거고, 아버지는 50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결국 혜빈 씨는 아버지를 살리겠다고 내림굿을 받았고, 열아홉에 무당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아버지 오주석(52) 씨는 무속 신앙을 믿지 않는다. 아들이 내림굿을 받을 무렵, 주석 씨는 고관절에 문제가 생겨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무속인들의 말에 의하면 그것이 신내림을 받지 않아서 생긴 신병이라는데 어릴 때부터 가톨릭 신자였던 주석 씨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나 때문에 아들이 희생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가수를 꿈꾸면서 주석 씨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아들의 공연을 따라다니며 주변 청소를 하고, 촬영까지 도맡아 하면서 응원을 보낸다. 아빠가 뒤늦게 아들의 편이 됐다면, 엄마는 한결같이 지지를 보내준 전폭적인 응원단장으로 메이크업에 의상까지 챙기는 만능 매니저다.

한창 피어날 열아홉에 '무당'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였을 때, 인생은 끝이 난 것 같았다. 평생 신당에 갇혀 한 길만 걸을 줄 알았더니 가수로 무대에 서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가족의 응원이라는 든든한 날개를 달고, 비상을 꿈꾸는 남자 오혜빈 씨의 반전 있는 이중 생활을 따라가 본다.

그 남자의 뜨거운 이중 생활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스물넷 청년, 오혜빈 씨의 하루는 '옥수'를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옥수는 신령님에게 올린다는 맑은 물이다. 곱게 한복을 챙겨 입고 열두 신상 앞에 깍듯하게 절을 올리는가 싶더니 문안 인사는 "할아버지, 굿모닝"이다. 이렇게 엉뚱 발랄한 반전의 매력을 지닌 남자 혜빈 씨는 무당이다.

혜빈 씨는 6년 전, 열아홉에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의 길을 걷고 있다. 낮에는 신당에 찾아오는 점사 손님을 받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산으로 기도도 하러 간다. 그 와중에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일손을 보태기도 한다.

그렇게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저녁만 되면 변신한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챙겨 들고 먹자골목으로 달려 나가는 혜빈 씨는 1년 전부터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무대에 서면 착착 감기는 목소리와 능청스러운 매너를 장착한 트로트 가수다.

무당이 된 후, 홀로 신당에 갇혀 갑갑한 삶을 보냈던 혜빈 씨는 어느 날 가수 영탁이 나오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보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후 신령님께 오랜 시간 기도를 올린 끝에 허락받고 거리로 나왔다.

술집들 사이 초라한 무대지만 한판 신명을 풀어낼 때면 가슴속 응어리가 확 풀리고 그제야 살 것 같다는 혜빈 씨는 그렇게 무당과 가수를 오가며 뜨거운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아버지를 살리려고 무당이 된 '혜빈 도령'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어렸을 때부터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쫓아다니며 일손을 도왔던 혜빈 씨는 이른 아침, 현장에 나가 일을 거들고 나서 교복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고 등교했다. 부모님과 함께 일하며 도움이 되고 싶어 대학도 인테리어 관련 학과에 진학했지만, 두 달밖에 못 다니고 자퇴해야만 했다.

혜빈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이상하리만큼 살이 쭉쭉 빠져 말라가기 시작했다. 엄마 문희 씨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뾰족한 해답을 얻지 못했고, 아들의 병세는 깊어져만 갔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신당의 문을 두드렸는데 전국에 용하다는 무당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소리를 했다. '아버지와 아들 둘 중 한 명을 신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아들은 스물일곱에 불구가 되고, 아버지는 오십에 죽는다는 것'.

혜빈 씨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아버지는 고관절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걷지도 못했으며 통증을 잊기 위해 술에 의지하며 지냈고,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점점 어려워졌던 집안에서 가족들은 웃음을 잃어갔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을 무렵, 자신이 무당이 돼서 그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아빠가 산다잖아, 우리 가족이 괜찮아진다잖아". 그렇게 혜빈 씨는 가족을 위해서, 열아홉에 무당이 되었다.

엄마의 '울음 버튼' 막내아들 혜빈이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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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빈 씨는 점사를 보고 거리 공연도 하고 바쁜 와중에 신어머니도 찾아뵙는다. 그때마다 엄마 문희 씨는 함께 집을 나선다. 놋그릇 닦는 아들 곁에 앉아 같이 그릇을 닦고, 굿이라도 있는 날엔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아들이 신당 청소를 하면 얼른 걸레를 빨아와서 조용히 바닥을 닦는 문희 씨는 그렇게라도 혜빈 씨의 곁을 지켜주고 싶다는데, 실은 그것밖에 할 수 없어 애가 닳는다. 차라리 내가 신내림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눈물로 빌고 빌었지만, 엄마의 간절한 기도는 통하질 않았다.

아직도 신내림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면 눈물이 터지는 엄마지만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 아들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메이크업 선생님에게 배워둔 노하우를 동원해 아들에게 직접 화장을 해주고, 바삐 다니며 무대 의상도 챙겨준다. 공연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렇게 엄마 문희 씨는 아들 혜빈이를 위해서라면 세상 그 어디라도 함께 하리라 다짐한다.

혜빈아! 이제 우리가 지켜줄게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아들이 무당인데 아버지 오주석(52) 씨는 무속 신앙을 안 믿는다고 한다. 이것이 혜빈 씨에게는 상처가 됐고, 부자 사이는 서먹해졌다.

그런데 혜빈 씨가 노래를 시작하면서 아버지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빗자루를 챙겨가서 아들의 공연장 주변을 청소하고, 불편한 다리로 무거운 장비도 옮겨준다. 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직접 공연을 촬영해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아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해서 가슴에 박혀있던 미안함을 그렇게 갚아나가고 있다.

혜빈 씨의 첫 단독 콘서트 날, 온 가족이 똘똘 뭉쳤다. 형 오혜성(30) 씨는 친구들까지 불러 직접 무대를 만들고, 아버지 주석 씨는 혜빈 씨의 리허설 영상을 직접 찍으며 조언을 해준다. 엄마 문희 씨는 혜빈 씨의 의상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스태프들 간식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손자의 첫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고대도에서 올라온 외할머니 이현금(73) 씨는 노래하는 손자를 위해 예쁜 새 양복까지 맞춰주었다. 온 가족의 따듯한 응원 속에 시작된 콘서트, 혜빈 씨는 뜨거운 눈물을 쏟고 만다.

혜빈 씨는 가족의 응원이라는 든든한 날개를 달고 비상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의 무당과 가수, 가수와 무당을 오가는 반전 있는 이중 생활이 시작된다.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사진=[KBS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세 번째 이야기/KBS '인간극장' 제공

26일 오전 7시 50분 방영되는 3부에서는 열아홉에 무당이 된 오혜빈(24) 씨를 만나본다.

혜빈 씨는 바쁜 와중에 외갓집에 들러 농사일을 돕는데, 할머니는 손자만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무속인의 길을 걸으며 트로트 가수에도 도전 중인 혜빈 씨는 노래를 잘하고 있는 건지 점검받고 싶어서 전문가를 찾았는데, 긴장으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한편 인간극장 '혜빈 도령의 이중 생활' 편 3부는 26일 오전 7시 50분 KBS1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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