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현장에서 이동하고 있는 차량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CSD(Christopher Street Day)에 참여했다. 다양한 이슈, 특히 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다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는 자리다. 비판적인 메시지를 표현하지만, 분위기는 즐겁고 가볍다. 클럽에서 들을법한 음악이 들리고 춤추며 거리를 행진한다. 주택가에는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환영해주기도 한다. 시청사, 교회 등 도시 곳곳에 무지개 깃발이 걸린다.

CSD는 유럽 전역에서 열린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거두고 다양성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특정일에 개최되는 CSD 행진뿐만 아니라 6월 한 달은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라고 불린다. 곳곳에 무지개 깃발이 걸린다. 유럽에서 이걸 경험하고 인상적이었던 점이 있다. 기독교 관련 단체가 소수자 권리 보장에 대해 반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CDU와 FDP는 독일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이다. 이들의 집회참여가 위선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CDU와 FDP는 독일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이다. 이들의 집회참여가 위선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축제 현장에서 이동하고 있는 차량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CDU와 FDP였다. 각각 독일기독교 민주 연합과 자유민주당이라는 정당 명칭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이다. 이들은 천막까지 설치해 소수자 권리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퀴어축제 관련해 언론을 통해 목격한 한국의 상황과는 완전히 달랐다. 유럽의 소수자 권리 보호는 정당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2023년 퀴어축제를 위한 서울시 광장 사용은 불허됐다. 같은 날짜에 기독교단체가 광장 사용을 신청했는데, 서울시는 이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어떤 단체는 퀴어축제를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한 도시의 시장은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항상 밀려난다.

소수자 권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집회가 흥미로웠다.
소수자 권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집회가 흥미로웠다.

한국의 퀴어축제에 보수정당이 참여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의 다양성에 관한 논의는 진보적인 정당만 주장하는 어떤 것이다. 보편적인 인권 차원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대화는 없고 공방만 있다. 유럽의 CSD에서는 보수정당도, 대기업도 소수자 권리 보호를 위한 집회에 참여한다. 사회적으로 소수자 권리 보호를 지지하는 것이 대중에게 익숙한 것이다.

한국은 가까운 미래에 소멸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언론 지면을 채운다.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근본 원인은 한국 사회의 포용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을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한다. 외면 당한 사람들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출산율이 아니라 다양성에 관한 논의를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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