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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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절, 꿈도 없고 자신감도 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 근처 작은 언덕인 오목대의 정자에 앉아 한숨만 내쉬는 게 전부였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도 그 날도 오목대 정자에 앉아 멍하니 한옥마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어르신들이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 하고 가보니 장기를 두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옆에서 구경하던 어르신이 훈수를 두고 있었습니다. 다 이긴 장기를 훈수 때문에 지게 생겨 한 어르신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입니다. 저도 어르신들 틈에 끼어 구경도 하고 훈수도 했습니다.

“젊은이가 장기 좀 둘 줄 아네.”

그렇게 해서 장기로 어르신과 붙었습니다. 결과는 저의 승리였습니다. 다른 어르신과도 붙었는데 또 제가 승리했습니다. 결국 거기에 계신 어르신 전부를 제가 다 이겼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어찌나 제 자신이 자랑스럽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장기를 잘 뒀지?’

그러고 보니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는 헌책방을 하셨는데 늘 가게 앞에는 동네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장기를 두는 사람도 있었고 막걸리를 나눠먹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장기에 재미를 느낀 저는 어깨 너머로 장기를 배웠고 곧이어 어른과 겨를 수 있는 실력을 갖췄습니다.

“그 녀석 신통하네. 어린 게 제법이야.”

“정신 안 차리면 내가 지겠는 걸.”

“막동아, 이리 와. 이거 과자 사먹어라.”

어른들이 어찌나 귀여워해주셨는지 평생 들을 칭찬을 그때 다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밤, 천장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나도 잘하는 게 있었어. 앞으로 분명 잘할 수 있는 게 생길 거야.’

꿈도 없고 자신감도 없던 그 시절, 장기라는 소중한 추억이 세상과 맞서 싸울 만한 작은 용기를 줬습니다.

추억, 아름다웠던 추억.

그건 때론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주곤 합니다. 삶이 깊은 골짜기에 빠져 몸은 몸대로 힘들고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 사는 것 자체에 회의가 느껴질 때 문득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 하나는 지금의 힘겨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다시 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한 신문에서 5살 소년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멋진 감동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5살 마일리 스콧은 생후 18개월에 백혈병 진단을 받아 여태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평소 배트맨을 좋아했던 스콧은 자신의 꿈이 배트맨이 되어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스콧의 꿈에 귀를 기울인 어른들은 그 아이의 꿈을 이뤄주기로 발 벗고 나섰습니다.

어느 날, 스콧은 배트맨 복장을 하고 길거리에 나타났습니다. 길거리에는 이미 경찰서장의 협조를 받아 차량을 통제했고 스콧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섰습니다. 영상을 통해 스콧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지금 이 도시가 위기에 빠졌다. 배트키드! 어서 출동해라!”

스콧은 날개를 휘날리며 위기에 빠져 있는 여성이 있는 현장에 출동했고 범인을 성공적으로 체포했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룬 스콧은 기쁜 나머지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그동안 아픔과 싸웠던 고통의 시간이 한순간이 다 사라진 듯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아이에게 많은 시련이 또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분명 잘 이겨낼 거라 생각됩니다. 배트맨이니까요. 이 아름다운 추억이 늘 응원을 해줄 테니까요.

당신에겐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이 있습니까?

힘겨울 때마다 추억의 보따리에서 꺼내 위로를 받고 다시금 희망을 품게 하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까?

있다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지금부터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그 추억 하나가 두고두고 당신을 웃게 만들 것이고 살아남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도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다 잊고 추억을 떠오르면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추억이 있기에 인생은 아름답고 추억을 나눌 수 있기에 인연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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