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 소재...실화의 힘, 울림 큰 작품
캐릭터 설정, 영상, 음악 효과 등 진부한 연출 아쉬워
정지영 감독 연출, 설경구, 유준상 등 출연
11월 1일 개봉, 러닝타임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영화 '소년들' 스틸
사진=영화 '소년들' 스틸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영화 '소년들'이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재조명한다. 따뜻한 공감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적잖은 울림을 주지만, 다소 올드한 감성의 연출이 아쉽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소재로 한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2007년 석궁 테러 사건을 조명한 '부러진 화살',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파헤친 '블랙머니'를 잇는 이른바 실화극 3부작이다.

사진=영화 '소년들' 스틸
사진=영화 '소년들' 스틸

경찰의 강압수사와 조작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세 소년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극은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00년, 완주 경찰서 강력반에 수사반장으로 부임한 황준철(설경구)이 의문의 제보 전화를 받은 뒤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16년이 지난 2016년, 재심을 신청하는 과정과 교차로 전개된다.

16년의 시간적 공백이 선사하는 울림이 크다. 황 형사의 입장에서는 죄책감과 미안함, 소년들 입장에서는 분노와 억울함이 그 긴 시간만큼 두텁게 축적된다. 때문에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관객이 느끼게 될 공감과 카타르시스 역시 더 크게 증폭돼 폭발하는 효과가 있다. 

사건 자체와 더불어 주변인들의 평범한 삶을 조명하며 시각을 넓혔다. 사회적 고발뿐 아니라 주변 모든 이들에게 관심을 촉구한다. 더는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정의를 위해 이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이다.

사진=영화 '소년들' 스틸
사진=영화 '소년들' 스틸

좋은 의도를 가진 것과 달리 다소 올드한 느낌의 연출은 아쉽다. 특히 감동을 끌어내고자 한 영상과 음악 효과의 진부함이 되려 반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극 중 황 형사의 별명인 '미친개' 역시, 1990년대라는 시대배경을 고려하더라도 2023년 관객에게 어필하기에는 유치하고 낡은 소재가 아닌가 싶다. 전체적인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지만,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다행히 배우들의 열연으로 영화적 재미를 어느 정도는 챙겼다. 황준철 역 설경구와 최우성 역 유준상의 카리스마 넘치는 대결이 축을 이룬 가운데, 사건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의 딸 윤미숙 역 진경의 호소력 짙은 외침이 돋보인다.

그 외 허성태, 염혜란, 서인국, 하도권, 이호철 등이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며 극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조진웅, 박소이, 박원상 등도 우정출연으로 참여, 깨알 감초 연기로 극을 보는 재미를 높였다.

사진=영화 '소년들' 스틸
사진=영화 '소년들' 스틸

앞서 정지영 감독은 "많이 알려진 사건이긴 하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우리 스스로 마음으로는 약자들 편이라고 하면서 침묵한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더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라고 다시 삼례슈퍼사건을 꺼낸 이유를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1999년과 재심이 진행된 2016년, 그리고 '소년들'을 다시 마주하는 2023년. 과연 그 시간의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한편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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