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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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참 흥미로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프리카 케냐 일대에 사는 도로보족의 사냥법을 소개했는데 일명 ‘크렙터패러시티즘’ 사냥법이다. 이 용어를 풀자면 ‘도둑기생’ 정도로 풀이되는데 말 그대로 누군가가 잡아놓은 먹잇감을 훔친다는 거다.

도로보족은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는 걸 아는 걸까 아니면 인생을 쉽게 사려는 심보인 걸까. 여하튼 도로보족은 ‘도둑기생’을 즐겨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지금부터다.

그들은 밀림의 최강자인 사자들을 상대로 그들이 잡아놓은 사냥감을 도둑질한다는 거다.

이게 말이 되는가? 생각해보라.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그리고 엄청난 괴력을 가진 사자를 상대로 도둑질을 한다니.

사자가 잠이 든 사이에 몰래 먹잇감을 훔쳐오겠거니 생각할 거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도로보족은 사자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그들의 먹잇감을 가져온다.

도로보족 세 남자가 나란히 아프리카 초원을 걸어간다.

잠시 뒤, 발걸음을 멈춘다. 저 멀리 사자 무리를 발견했다. 꽤 몸집이 큰 물소를 사냥한 사자들이 식사를 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세 남자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앞으로 걸어 나간다. 이들이 향한 곳은 다름이 아닌 사자 무리가 있는 곳. 미치지 않고서 왜 저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여하튼 그들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성큼성큼 전진한다.

세 남자의 갑작스런 출현에 사자들이 몹시 황당해한다.

도대체 이들은 뭐야? 우리가 누군지 몰라? 사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힐끔 쳐다보더니 먹잇감에 집중한다. 그런데 세 남자의 두려움 없는 눈빛과 흩트림 없는 모습에 순간, 사자들이 당황해한다.

세 남자와 사자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신경전으로 이어진다.

잠시 후, 사자 한 마리가 뒷걸음을 치며 자리를 피한다. 다른 사자들도 눈치를 살피더니 먹잇감을 내버려둔 채 슬슬 도망친다.

세 남자는 재빨리 물소의 일부를 얻어 어깨에 짊어지고 그 자리를 떠난다. 너무나도 손쉽게 사냥에 성공을 한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사자가 앞다리만 살짝 휘둘러도 세 남자는 저 멀리 나가떨어질 게 분명하다. 숫자상으로도 사자 무리가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왜 사자들은 도망치듯 물러난 걸까. 애써 잡은 물소까지 남겨둔 채 말이다.

사자를 물리치는 방법

도로보족 세 사람은 어떻게 사자를 이긴 걸까?

첫 번째가 ‘기싸움에서의 승리’이다.

권투 경기나 격투기 경기를 보면 시합에 앞서 심판이 두 선수를 링 가운데로 불러 모은다. 심판은 두 선수에게 경기 중에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간단히 설명한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심판의 말에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다.

두 선수의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상대방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태세다. 주먹이 오고 가는 싸움이 아닌 단순한 눈싸움이지만 이 눈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렇게 눈싸움에 큰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뭘까? 눈싸움에서 진 쪽은 그만큼 이 경기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두렵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기 때문에 눈싸움에서 진 사람은 경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도로보족 세 남자가 기싸움에서 이미 사자를 제압했다. 사자는 이들의 당당하고 흩트림 없는 모습에 압도당했다. ‘나보다 강한 존재다’라고 판단한 사자들은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떠난 것이다.

두 번째로 세 남자가 사자를 쫓아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허세’이다.

이들의 행동을 보고 ‘무모한 짓이다’, ‘지나친 허세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맞는 얘기다. 자칫 잘못했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그런 무모한 행동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소를 얻지 못했을 것이고 다른 사냥감을 구하기 위해서 허허벌판과도 같은 초원을 종일 돌아다녔을 거다.

허세를 그리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 살면서 때론 허세가 필요하다. 허세는 일종의 자신감이며 자부심을 뜻한다.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치면 자연스럽게 배짱이 두둑해진다. 그 두둑한 배짱은 살아가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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